맛집 기행

동네식당의 아주 특별한 고객관리 비법

기록하는 사람 2009. 9. 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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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께 '동네 식당의 귀여운 친근마케팅' 이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 자매가 운영하는 밥집의 재미있는 광고전단지에 대한 글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감자탕이나 뼈다귀탕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 자주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올들어 서너 번은 다녀왔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세 자매에 대한 친근감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음식 맛이 별로라는 것은 아닙니다. 뼈다귀탕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친근감이라~. 제가 세 자매와 원래 아는 사이냐고요? 아닙니다. 이 식당의 '배후 사장'을 자처하는 블로거 '유림' 님의 차별화한 고객관리 덕분에 아는 사이가 된 것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식당은 '오가네 세자매 밥집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음식메뉴나 올려놓은 보통의 속보이는 홍보용 블로그가 아닙니다.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포스팅된 글만 무려 461개입니다. 카테고리 역시 진지하고 성실한, 그러면서도 재치 넘치는 주인장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밥집을 하면서', '밥 팔면서 후다닥요리', '오가네 이력서', '튼튼한 오가네', '밥 팔면서 책 읽기', '밥 팔면서 영화도 봐요', '밥 팔다가 마산 보기', '밥 팔다가 여행하기', 'TV없고 음악 있어요' 등 하나하나가 모두들 흥미로운 것들입니다.

게다가 '도전 밥집 창업'과 '다른 밥집은 어떨까'라는 카테고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 발전하려는 주인장의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고객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바로 '오가네 방명록'입니다. 여기에는 그동안 식당을 다녀간 고객과 그 일행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앗! 저와 아들녀석 사진도 있네요. 얼마 전 다녀갔다는 마산MBC 아침의 행진 청취자 모임 반짝번개 사진도, 마산우체국 돼지띠 모임 사진도 있습니다.

이 식당 고객관리의 비결은 이렇게 단순히 손님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주인이 손님에게 살갑게 말을 걸어야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손님과 주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형성되죠.

며칠 전 아들녀석과 산호공원에 올랐다가 저녁시간이 되어 오랫만에 이 식당을 찾았습니다. 아들녀석이 뼈다귀탕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몇 개월만에 찾았더니 서빙을 하던 둘째(유정)가 저를 잘 못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제 헤어스타일도 바뀌었으니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겠죠.

몇 번 갸우뚱거리는 듯 하더니 저에게 와서 "혹시 김주완 기자 아니세요?"하고 수줍게 물었습니다. 맞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반가워하며 "어딜 다녀오는 길이냐" "아드님이 몇 학년이냐"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블로그는 잘 보고 있다"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 중이던 첫째 '유림' 님도 나와 인사를 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셨고, 저도 두 자매(세째는 그날 보이지 않더군요)의 사진을 찍는 조건으로 피사체가 되는 걸 허락했습니다. 하하.

배후사장 오유림 님과 둘째 오유정 님.


이 식당은 사실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저에겐 좀 불편한 집입니다. 식당 내 금연이 엄격하거든요. 그래서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분들이나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래 뼈다귀탕을 좋아하는 아들녀석은 고기를 쪽쪽 빨아먹고 라면사리와 공기밥 한그릇까지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주인장이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멀어서 한 번도 식당에 가보진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아는 블로거들도 적지 않습니다. 진해에 사시는 실비단안개 님도 경남도민일보 블로그강좌 뒤풀이 때마다 오가네 뼈다귀해장국 집에 가보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 식당은 저녁 9시가 좀 넘으면 마치기 때문에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어쨌든 아들과 함께 이 식당에 다녀온 뒤, 아들녀석의 블로그(마산 중딩 태윤이의 놀이터)와 제 블로그에 배후 사장 유림 님이 방문했더군요. 그리고 제 아들녀석 블로그에 아래 내용처럼 애정이 듬뿍 담긴 댓글도 남겼더군요. 이런 친절한 사장이 있는 식당에 어찌 단골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아래는 아들과 제가 먹은 오가네 뼈다귀전골입니다.

라면사리를 먹고도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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