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없었다면, 올해가 참 쓸쓸했겠다.’는 생각이, 어제 10월 달력을 뜯을 때 문득 들었다. 오늘 바깥에 일없이 나가 시를 읽었다. 참 평소 하지 않는 짓인데……. 나는 고은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은이 쓴 ‘촛불 앞에서’가 있다. 좋아하는 시는 아니지만, 마지막 연은 울림이 있다. 1. “한 자루 촛불 앞에서/ 우리는 결코 회한에 잠기지도 않거니와/ 우리는 결코 기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오늘과 오늘 이전/ 그 누누한 시간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촛농이 흘러내리자/ 한층 더 밝아진 촛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한층 더 밝아진 촛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놓쳐버리지 않았는지. 우리를 제대로 비춰 봤는지. 올해 촛불은, 사회학으로 말하자면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