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마 초등학생 때였을 게다. 아버지가 가끔 막걸리를 받아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그랬다. '사오라' 하지 않고 '받아오라' 했다.그러면 정지(부엌)에서 노란 주전자를 챙겨 큰길 가에 있는 술집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왔다. 집까지 거리는 약 500미터. 경사진 길을 내려 오면서 우리 집이 보이는 방향으로 꺽이기 직전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막걸리 맛을 본 기억이 있다.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모금.시큰하면서도 쿰쿰한 누룩 냄새가 나는 그 오묘한 맛이 아직도 코끝에 감도는 듯 하다. 어머니가 직접 막걸리를 담가뒀다가 걸러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맛도 술집에서 받아온 그 막걸리와 비슷했던 기억이 난다.대학 시절, 우린 가난한 학생이었다. 술이라고 해봤자 학교 앞 할머니가 운영하는 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