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막걸리의 고급화, 이렇게도 가능하다

기록하는 사람 2010. 12. 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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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편집국에서 막걸리 파티(☞신성한(?) 편집국에서 막걸리 파티를 열다)를 하던 중 지난 3월 19일 서울 나들이를 갔을 때 들렀던 홍대 앞 막걸리 바 '월향'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담아온 사진도 있었는데, 당시 포스팅하려다 미뤄뒀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다시 사진을 찾아보니 아직 남아 있더군요. 또 미루면 영원히 사장되어버릴 것 같아 사진을 끄집어 냈습니다.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막걸리의 고급화'입니다.

제가 아는 형이 한 분 있는데, 박영주라는 우리지역의 재야사학자입니다. 그 분은 요즘 우리사회의 막걸리 열풍에 대해 '경제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우리 술의 재평가'라고 진단하더군요.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경제적 열등감에 젖어있을 땐 웬지 없어보인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난 뒤에는 막걸리를 먹어도 당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월향의 막걸리와 기본안주. 배추김치와 삶은 고구마다.


듣고보니 그럴 듯한 진단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싼 위스키를 즐겨마시는 것도 그랬습니다. 위스키의 맛에 매료되어 마시기보다는 비싼 술을 마신다는 일종의 자부심을 마시는 게 아니었을까요? 특히나 맥주와 섞어 폭탄주로 마시는 위스키라면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홍대 앞 막걸리 바 '월향'은 지금까지 '싸구려 술'로 여겨져 온 막걸리를 고급화시킨 고품격 술집이었습니다.


월향의 외관입니다. 일본어와 한자로 막걸리 전문점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습니다.


월향의 메뉴판입니다. 안주류는 대개 1만 원~1만 5000원대입니다.


막걸리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입니다. 딸기막걸리, 복숭아막걸리 등 막걸리 칵테일도 있습니다.


막걸리 잔과 젓가락, 그리고 안주를 담아온 접시도 아주 예술적입니다. 유리병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리굴젓과 생굴 안주입니다.

이 안주는 뭔지 몇 개월이 지나다 보니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하지만 예쁘지 않습니까? 보기좋은 안주가 맛도 좋았습니다.


이건 간장두부튀김입니다. 이것도 맛이 정말 깔끔하면서도 막걸리 안주에 딱이었습니다. 위에 얹은 이파리는 허브 잎입니다. 실제로 화분에 허브를 길러 이렇게 따서 얹어주더군요.


간장두부튀김을 좀 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입니다.


월향 현미막걸리는 마시고 나면 이렇게 술잔에 현미가 남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막걸리도 고급술로 대접해줄만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런 막걸리 전문점과 메뉴들을 개발한 사람은 누굴까요? 바로 아래 사진 속 인물입니다. 누군지 한 번 알아맞혀 보세요. 최근 '월향' 2호점도 곧 개점한다더군요.


월향의 주모.


오늘 저녁엔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은데, 월향은 너무 멀리 있네요. 그냥 슈퍼에서 생탁이라도 두어 병 사들고 들어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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