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강유원 박사 "노무현의 가장 큰 업적은?"

기록하는 사람 2009. 6. 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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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는 노무현의 죽음에서부터 이제 막 시작됐다."

인문학자이자 서평가인 강유원 박사(철학)는 "대통령을 공개석상에서 씹어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준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박사는 지난 5일 마산YMCA 주부모임인 녹색구매실천단이 주최한 촛불대학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은 '대통령도 시민 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준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는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며, 노무현의 죽음으로써 이걸 알게 되고, 이걸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선의 왕보다 훨씬 권력이 많고, 훨씬 더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로마 황제의 명칭이 프린캡스(princeps)였는데, 그건 '무지 센 놈' 이런 뜻이 아니라 '제1시민'이라는 뜻이었다"며 "니가 황제라 하더라도 제1시민이라는 명칭을 써라, 그래야 마음이 놓이겠다는 게 서양사람들의 습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 박사는 또 "노무현의 죽음을 놓고, 이념 또는 이성적, 합리적으로만 생각하는 진보진영의 사람들은 현 이명박 정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인사들과 똑같은 인간들"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올바른 지식이란, 합리와 이성만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감성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아는 것은 많은 사람이라도, 사람이 궁지에 몰려 자살한 것을 보고 '짠 한 것'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막장 인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진중권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추모한다'는 글을 올리자, 당원들 중 몇몇이 '우리 이념과 어긋나는 인간이 죽었는데 무슨 추모냐'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바로 그런 사람이 '개막장'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머리통은 엄청 큰데, 정서는 새끼손가락만큼도 안되는 괴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 우리 주변에서부터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 출세하는 아이가 아니라, 본래적인 의미에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며, 나부터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게 아주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기본 감성+사회적 감성+이성적 지식'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진짜 보수들은 자식들이 그런 감성과 교양을 쌓는데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지만, 한국의 보수들은 감성이 결여된 메마른 지식만 쌓아 출세하는데 사활을 건다고 비판했습니다.

따라서 자녀들이 풍부한 감성을 쌓게 하려면 초등학교 때까지는 안아주기 등 스킨십을 생활화하고, 중학교 때부터는 끊임없이 그날 하루 지낸 일에 대해 물어보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아들녀석과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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