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지막 가는 길까지 악담 퍼붓는 사람

김훤주 2009. 5. 31. 18:54
반응형

1.
마지막 가는 길까지 악담을 퍼붓는 사람이 있더군요. 전혀 없지는 않으리라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제가 적나라하게 그것을 보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그리고 그이에 대한 이런저런 사람들의 추모를 '쇼'라 하고 그것이 먹혀드는 데가 바로 우리 사회라고 잘라 말하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노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척하면서 '죄인'이라 딱지를 붙이는 교활함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치러진 이튿날인 5월 30일 오후 2시 31분에 제 손전화로 들어왔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사본과 전산 시스템을 불법으로 반출하는 보도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더러 "욕심이 과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통령 기록물 사본 반출은 불법이 아니었고, 전산 시스템 부분은 (만약 불법이라 해도)  덧달린 작은 문제'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자살에 대해서는 그 책임 소재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따져보지 않는 외눈박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문자를 보낸 이는 평소에도 저에게 문자스토킹을 해온 사람입니다.(블로거 향한 문자스토킹, 어찌하오리까? )


"쇼가 먹혀 드는 한국!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하듯,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이기지 못한다. 전두환은 대통령 자리를 노태우에게 물려주었지만, 노태우는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내버렸다. 국민 다수의 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노무현은 이명박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주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또다른 권좌를 욕심내다가 자기 뜻대로 안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욕심이 과했다. 노무현이 청와대를 나오면서 대통령 기록물 사본과 청와대 전산 시스템을 불법으로 반출하는 보도를 보면서, 나는 노무현의 앞날을 그 때 예견했었다. 노무현이 짹짹거릴 때마다, 하나둘씩 노무현과 가까웠던 사람들이 감옥가게 될 거라고 친구들에게 한 내 말이 신통하게 맞아떨어졌다."


"수능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학생! 노무현이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고 한강에 투신자살한 남상국!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북한에 불법으로 달러 송금 혐의로 검찰 조사 도중 현대 사옥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정몽헌! 갖가지 착한 척 쇼하며 정치하다가 검은 돈 받아서 미국 번화가에 자식 집 사주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창피하고…… 부끄럽고……고통스러워서……부엉이바위에서 투신자살한 노무현! 자살 이유야 다르지만, 공통된 것은 모두 <자기 내면 형성>이 부족했다는 점일 것이다."


"사람이니까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잘못했다고 사죄하고 살면 될 것을…… 노무현이가 인기 없자 노무현이 만든 열린당 깨고 멀리 하고 또 검은 돈 받은 거 밝혀지자 노무현과 거리를 두었던 열린당과 민주당 사람들이 노무현이 자살하자 태도를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서, 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의도 없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더러운 인간들! 하느님! 노무현이가 약한 인간으로 태어나 살면서, 많은 죄를 지은 것을 용서해 주시고, 영원히 안식을 얻게 하여 주소서, 아멘!"

2.
이 사람이 아무 관련이 없는 제게 왜 이런 문자를 자꾸 보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촛불이 한창이던 2008년 6월 27일에 이 사람이 제게 처음 문자를 보냈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재능(기술)도 없으면서, 얼굴도 못생긴 여자가, 성질마저 더럽다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을까요?  반정부·친북·극좌파·급진보적인 논조를 벗어나 정론을 펼치면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각으로 <경남도민일보>를 빗댔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촛불 시민들을 깔아 뭉개는 얘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보도를 보면서 한 마리 돼지가 꿀꿀거리면 따라서 꿀꿀거리던 돼지 무리들의 모습이 떠올려졌어요. 질좋은 쇠고기를 값싸게 먹지 않겠다고 시위하는 사람들."

이런 저질 문자가 이어졌습니다. 스토킹처럼요. <경남도민일보> 창간 10주년을 맞아서는 올 5월 15일 보낸 문자에서 "그런 민주 돌림자, 그런 민주란 곳의 기사를 크고 많이 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래 가지고서 신문이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까, 돈 되는 광고주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라 했습니다.

이번 문자 앞서 보내온 마지막 문자는 이랬습니다. "놈휀 마누라가, 봉화 마을 자기 집 근처에, 1억짜리 시계, 2개를 버렸데요. ㅋㅋ 신문사의 기자 생활하면서 따분하다 생각 들 때엔, 나랑 같이 시계 줏으려 갈래요? 동행해 줄게요."

3.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저는, 마지막 가는 길에서조차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못하는 광기(狂氣)를 보는 것 같습니다만. 앞에 쓴 어떤 글에서 이 사람은 "소득면에서 중산층을 넘어서 상위 20% 내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했지만, 그보다는 "의식면에서 하위 1%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일 듯 싶은데…….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