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짜지만 정말 맛있었던 일본라면

기록하는 사람 2008. 9. 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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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일본라면의 맛에 익숙해지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두 세번 일본라면에 도전해봤지만, 특별히 맛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한국라면과 달리 고춧가루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 국물의 색깔이 희멀건해 보이는데다, 돼지 기름이 둥둥 떠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선 아주 느끼하겠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죠.

그런데다 막상 먹어보면 워낙 짜기까지 하니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면도 한국의 꼬들꼬들한 라면에 비해 굵고 퍼석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일본 가나가와 현에 갔다가 한 시골마을의 라면 전문집에서 진짜 맛있는 라면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라면의 종류가 만만찮은 전문점임을 짐작케 합니다.


도쿄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탠드바 형의 라면집이 아니라 가게도 널찍하고, 손님이 많을 경우에 대비한 대기석도 있는 집이었습니다.

메뉴판의 라면 종류만 봐도 이 집이 결코 만만찮은 전문점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연중무휴로 영업을 하는 집이더군요.

일단 돼지 사골로 육수를 뺐다는 간장라면을 시켰습니다. 기름이 둥둥 뜨는 게 나오리라는 것은 이미 각오를 하고, 이번만은 일본라면의 진수를 맛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나온 라면은 역시 기름이 둥둥 떠 있긴 했지만, 구성이 아주 알차더군요. 큼직한 돼지고기 한 점과 반숙으로 적당히 익힌 삶은 계란 두 쪽, 그리고 파와 뭔지 모를 뭔가와 함께 김이 좍 펼쳐져 있었습니다.


우선 국물을 한 번 떠먹어 봤습니다. 햐~ 정말 짜지만 깊고도 진한 육수맛이 그야말로 진국이더군요. 다음엔 속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삶은 계란 한 쪽을 먹고, 본격적으로 면을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은 일본식 고춧가루를 넣어 먹었지만, 저는 육수의 깊은 맛을 놓치기 아쉬워 끝까지 다른 소스를 치지 않고 그대로 먹었습니다. 정말 일본에서 먹어본 라면 중 최고였습니다. 김과 함께 먹으니 더 죽이더군요.

양이 좀 모자라면 밥을 한 공기 시켜먹을까 했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뚝 일어나서 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먹을 땐 못느꼈던 맛을 여기선 어떻게 느꼈을까요? 그건 제가 선입견을 일단 배제하고 진짜 맛을 보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집의 라면 맛이 실제로도 보통이 아니었기 탓이 더 크다고 봅니다.

왜냐면요, 그 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은 일본라면은 이에 비해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본라면도 맛있는 집은 정말 맛있습니다.

순번에 따라 앉아서 기다리라는 안내문입니다.

대기방입니다.

내부가 널찍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과 각종 정보지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집입니다. 와산보우라는 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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