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전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고기

기록하는 사람 2008. 8. 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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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삶에서 '먹는 거'에 중요한 비중을 둡니다. 다 먹고 살려고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제 소득에 비해 먹는 데에 돈을 좀 많이 쓰는 편입니다. 당연히 엥겔계수가 올라가겠지요.

그런데, 블로그를 통해 제 전문분야도 아닌 맛집을 자주 포스팅하니까 "돈도 별로 벌지 못하는 놈이 맨날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나"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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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백아산 관광목장.


부모를 일찍 여의었던 제 아내는 부모님 생전에 고급 한정식집이나 일식요리집에 한 번 모시지 못한 게 못내 한이 된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남아계신 아버지께 맛있는 거라도 자주 대접하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쓸 데 없는 데 돈 쓴다'며 타박을 하십니다.

그래서 맛집 포스팅을 할 때마다 조심스럽긴 합니다. 이번 전라도 생고기 포스팅도 그래서 계속 미뤄뒀습니다. 당시 함께 먹었던 하정구가 얼마 전 "생고기 그거 블로그에 왜 안 올리냐"고 물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누군가가 댓글로 '백아산 다녀온 걸 갖고 대체 몇 번을 우려먹는 거냐'고 핀잔을 주길래 다시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참, 그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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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위에 고추장이 얹혀 나오는 게 특이하더군요. 선지국물도 나옵니다.


저는 경상도에서 먹어 볼 수 없는 전라도 음식 중 생고기(경상도의 육회와는 다름)를 특히 좋아합니다. 또한 저는 평소 자주 가볼 수 없는 새로운 지역에 갔을 때, 그 지역만의 음식을 먹고 와야 직성이 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 때까지 기다려 기어이 백아산 자락 아래 '백아산 관광목장'을 찾았습니다. 당연히 생고기를 시켰습니다.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위의 용량문제도 있고 주머니 사정도 있어 생고기 4인분과 국밥 한 그릇씩을 비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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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분인데, 실제 네 명이 먹기에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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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생고기는 광주에서 먹던 것과 비슷했습니다.(광주에서 먹은 생고기의 잊을 수 없는 맛) 아직 제 혀가 정교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광주의 그것과 맛의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동행한 지인들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더군요. 다들 맛있답니다. 다른 소스도 있었지만 역시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는 게 가장 무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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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녑과 횟간입니다.


처녑과 횟간도 서비스로 나왔습니다. 이건 경상도의 식당 중에도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만, 이곳이 역시 싱싱한 맛이었습니다. 생으로 먹는 음식 아래에 상치를 까는 것은 광주와 똑 같더군요.

경상도에선 왜 이런 생고기를 하는데가 없을까요. 경상도의 육회는 냉동한 소고기와 배를 채 썰듯 썰어서 참기름과 날계란에 버무려 먹습니다. 경상도의 식당에서 '생고기'라고 적혀 있는 것은 주로 생등심이나 생갈비를 구워먹는 걸 뜻합니다.

그러나 전라도의 생고기는 쇠고기 엉덩이 살을 이렇게 생으로 먹은 거고, 전라도의 육회는 냉동하지 않은 생고기를 갖은 양념에 버무려주는데, 경상도의 육회와 양념이 크게 다르더군요.

세월이 갈수록 지역간 음식의 특색이 사라지고 퓨전화하고 있지만, 이것만은 여전히 전라도와 경상도의 차이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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