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씨가 자기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달라지려는 노력의 하나로 /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 바꾸겠습니다.” 그러고는 MBC뉴스데스크의 기사를 하나 물렸다. <제천 소방관 반론 "현장에서 뛰어다니면 안 된다">이다.
[기사입력 2017-12-29 20:29
최종수정 2017-12-29 20:37
#제천화재 #소방관 #소방대원 #제천소방서
◀ 앵커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6일에 제천 화재현장의 CCTV 화면을 보도하면서 한 소방대원이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돌아다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에 전·현직 소방관들의 지적이 있었는데요.
현장 지휘관은 불 끄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하는 역할인데, 마치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화면에 나왔던 그 소방관을 직접 만나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 김종희/제천소방서 소방경 ▶
항상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자부하는 소방이었는데, 제가 현장 지휘관의 입장에서 더 이상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들이 현장에서 절대 뛰어다니면 안 됩니다.
그게 매뉴얼이고 구조대원의 부상방지를 위해 항상 현장에서 걸어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근데 뉴스 멘트에는 대원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투로 보도가 됐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 앵커 ▶
많은 분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거기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당사자 의견을 전해드립니다.]
26일 보도는 오보였다. 구급대원 관련도 오보였고 현장 지휘관 관련도 오보였다. 둘 다 현장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인력인데도 바깥에서 어슬렁거리기나 한다고 잘못 보도했다.
그러면 정정 보도를 해야 맞다. 그러나 MBC뉴스데스크가 한 것은 반론 보도였다. 그것도 구급대원 관련은 아예 깔아뭉갰다. 그러고도 앵커는 마지막 마무리에서 "겸허히"라는 표현까지 썼다. 더없이 비열한 짓이다.
박성제씨는 이것이 자랑스러웠나 보다. 좀 전에 찾아보니 박성제씨는 MBC에서 지난 5년 동안 해고돼 있다가 복직되어 지금은 보도국 취재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 한 번 더듬어보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가 잘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름 정정 보도와 반론 보도를 적극 수용한다고는 하지만 바깥에 있는 이들이 보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끄럽게도 나도 그렇게 한 적이 없지 않지만 오보가 났더라도 일선에서 해당 기자가 개인 차원에서 적당히 뭉개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어쨌거나 이렇게 큰 오보가 나면 우리는 일단 해당 기자한테 자초지종을 밝히는 시말서를 쓰게 한다. 해당 데스크가 시말서를 받은 다음 편집국장한테 전달하고 데스크회의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의논하고 결정한다. 해당 기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론을 받으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정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가린다. 아울러 반론 또는 정정 보도 문패를 붙여 분명하게 알아 볼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내용은 정정 또는 반론을 담되 형식은 후속 보도로 할 것인지 등등을 결정한다. 그러고 나서 해당 기자 또는 데스크한테 걸맞은 기사를 주문한다.
MBC도 대충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하지만 실제로 MBC가 이렇게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중대 오보에 대한 대응을 해당 기자 개인에게 맡겨두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에서 하는대로 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비열한 짓은 박성제 센터장이 주범이다.
MBC 홈페이지를 보니까 박성제씨가 장(長)을 맡고 있는 취재센터 아래에 무려 아홉 부서가 있었다. 정치부·통일외교부·국제부·경제부·사회1부·사회2부·전국부·문화과학부·탐사보도부……. 박성제 센터장은 뉴스데스크뿐만 아니라 MBC의 모든 보도를 관장하는 사실상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이가 이처럼 오보를 인정하지 않고 비열하게 빠져나가면서 반론인 듯 아닌 듯 헷갈리는 보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12월 26일 허위 보도보다 12월 29일 엉터리 반론 보도가 훨씬 심각한 잘못이라고 본다.
왜냐고? 잘못 보도하는 잘못은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잘못한 보도를 슬그머니 깔아뭉개는 보도는 바로잡을 수 없다. 게다가 앞으로 계속 되풀이되기 십상이다.
박성제 센터장은 이런 따위를 조금씩 나아지는 증거로 여기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말하자면 똥물을 향수로 알고 뒤집어쓴 셈이다. 뒤집어쓴 것으로도 모자라 동네방네 자랑질까지 했다. 나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박성제씨, 이런 짓은 개새끼나 하는 것입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런 짓은 개새끼도 하지 않는다.
나는 박성제 센터장이 이번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먼저 알량한 자존심부터 버리면 좋겠다. ‘알량한’을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스스로는 대단하다고 여기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잘것없고 사소하게 여기는>이었다.
그런 따위 자존심은 개새끼한테나 던져주시라. 자존심이란 잘못을 숨긴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때 지켜진다.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면 잘못을 흔쾌히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잘못을 인정하면 고치고 바로잡는 것도 쉬워진다.
사람들은 이렇게 고치고 바로잡는 것을 일러 발전이라 한다.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지 발전도 있는 법이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면 모를수록 인간이 쫌팽이가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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