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하다가 어찌어찌해서 끈이 떨어졌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동대문을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국회의원 4선에 이르지 못하고 낙선한 것이다.
홍준표는 그 길로 잊히고 묻힐 뻔 했으나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사퇴하는 바람에 살아났다. 2012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당선이 되었다.
홍준표는 201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된 뒤 2017년 5월 9일 치러졌던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4월 9일 경남도지사를 사퇴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냄새를 지우려고 이름을 바꾼 자유한국당에서 대선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홍준표는 5월 9일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후보’로 일컬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신문·방송에서 일컫는 홍준표의 꼬리표가 ‘전 경남지사’로 바뀌었다. 나는 ‘전 경남지사’가 아니라 ‘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라 해야 맞다고 본다.
5월 7일 마산 창동에서 거리유세를 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금 홍준표가 호명되는 까닭과 관련이 있다. 홍준표는 ‘경남지사’를 해서가 아니라 ‘후보’를 했기 때문에 지금 여러 매체가 다루고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호명될 까닭이 없다.
본인이 경남도지사 시절과 관련된 일이라면 ‘전 경남지사’라 해야 맞다. 진주의료원 폐쇄, 여영국 경남도의원에 대한 쓰레기 발언, 측근들 불법 행위, 본인에 대한 주민소환운동 방해, 학교 무상 급식 중단, 공약 관련 거짓말, 고집불통 등에 대하여 얘기할 때는 ‘전 경남지사’라 해야 맞다.
하지만 지금 홍준표라는 이름은 자유한국당 당대표와 관련해서 매체들에 오르내리고 있다. 홍준표가 자유한국당 당대표를 노리고 있고 또 차지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난 대선 후보였다는 데 있다.
홍준표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일 때 대선 후보로 나서 24%를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래서 홍준표한테는 의석수에 걸맞지 못한 지지율로 헤매던 자유한국당에게 제2정당 지위를 되찾아 준 공로가 있다.
경남도의회에서 여영국 도의원 발언을 듣고 있는 홍준표. 표정이 압권이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런데도 홍준표는 ‘전 후보’가 아니라 ‘전 경남지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이승엽 선수에 대입해 보면 이렇게 된다. 투수를 하다 타자로 전향한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다. 그런데 장내 아나운서는 이승엽 ‘타자’가 아니라 이승엽 ‘전 투수’가 홈런을 쳤다고 되풀이 소개한다.
둘째 이유는 홍준표가 ‘전 경남지사’로 호명되면서 ‘경남’이 계속 불려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홍준표를 ‘전 경남지사’라 하는 이유가 합당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합당하지 않은 경우다.
비슷하게 보기를 들면 이렇다. 경상남도고등학교 교장을 지내던 사람이 자유한국고등학교 교장으로 옮겨가서 막말·쌍말을 했다. 그런데도 신문·방송·통신들은 ‘자유한국고교 교장’이 입에 걸레를 물었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전 경상남도고교 교장’이 입에 걸레를 물었다고 보도한다.
게다가 경남 주민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남과 홍준표가 계속 관련되는 것을 불편해한다. 물론 홍준표를 좋아하는 사람이 40%는 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60%는 자존심을 상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등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도매체들은 대다수 경남 사람들의 이런 마음도 헤아리지 않고 ‘전 경남지사’가 엉터리 호칭인 줄도 모르고 당연하다는 듯이 해대고 있다. 이를 두고 성찰할 줄 모르는 무책임·무신경한 행태라 하면 심한 말이 될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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