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자치단체發 기사에서 '경남도는~'이라 칭하는 게 옳은가?

기록하는 사람 2017. 8. 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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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 기자 한 명이 경남도청의 행정행위를 보도하는 기사에 관행적으로 '경남도는~'이라는 주어를 쓰는 데 대해 내부망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경남도'는 법인격의 행정기구이기도 하지만, 행정구역이고, 도본청 말고도 다양한 구성단체와 기관, 법인, 또다른 하위 행정구역과 사람들이 존재하는 공동체인데, 과연 경남도청이라는 행정기구를 칭하면서 '경남도'라고 하는 게 맞냐는 취지였다. 이는 '창원시는~'이나 '진주시는~'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발 기사에서 '대한민국은~'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경남도는~'이 아니라 행정기구의 뜻으로 '경남도청은~'이라 표기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경남도교육청' '경남지방경찰청' '창원지방검찰청' 등도 '청'을 쓰고 있으니 그게 형평에도 맞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발 기사의 주어는 모두 이렇게 시작된다.

그 문제제기가 나왔을 땐, 나 또한 워낙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거라 좀 생뚱맞는 주장이라 여겼고, 편집국에서도 그냥 해오던대로 하자며 넘어갔다.

그런데 그 문제제기가 계속 잊히지 않고 문득문득 떠오랐고, 점점 '경남도는~'이라는 표현이 껄끄럽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거긴 꼬박꼬박 '미시간 주정부는~' '뉴저지 주정부(The state of New Jersey)는~'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가끔은 앞에 주지사의 이름을 붙여 '라우너 행정부(administration)'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은 연방국가니까 주 단위까진 그렇게 하는 건가 싶어 찾아봤더니 '시카고 시정부(city government)' 식으로 시 단위도 그렇게 표기하고 있었다. 미국뿐 아니라 가까운 중국도 '성정부' '주정부'라는 말이 일반화해 있었다.

미국언론의 지방정부 표기.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도 지자체를 검색하면 '경상남도청' '부산광역시청'이라고 나온다.

이미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경상남도' 대신 '경상남도청'이라 하여 행정구역과 아래 지도상의 행정기관을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신문에서도 경남도라는 행정기관의 시책을 보도할 땐 '경남도청은~' 또는 '경남 도정부는~'이라 하는 게 오히려 정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경남도청이 경남의 모든 공동체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도청은 말 그대로 경남에 있는 하나의 행정기구일뿐이다.

다만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은 아직 광역시도나 기초 시군을 '지방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도정부' '시정부'라는 말이 법적 용어는 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자치 확대를 공약하면서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니, 그걸 미리 앞당겨 지역신문에서부터 그렇게 표기하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지역신문의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취지에서도 그렇고, 그런 방향으로 반드시 '분권형 개헌'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경남 도정부는~' '창원 시정부는~' '진주 시정부는~'

'경남도청은~' '창원시청은~' '진주시청은~'

어떤 게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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