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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책과 신문을 왜 읽으시나요?

기록하는 사람 2016. 6. 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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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피플파워 7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누구든지 책에 대한 한 줄 평(評)을 적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출간한 책 <별난 사람 별난 인생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에는 이런 한 줄 평이 눈에 띄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럿일 겁니다. 그 가운데서 사람 만나는 재미가 제일입니다. 딱 맞는 책!"


기분이 흐뭇했습니다. 자랑삼아 이 글을 제 페이스북에 링크했습니다. 그랬더니 진주에 사는 이영균 선생님이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셨더군요.


"고미숙은 최근에 낸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북인드라망)에서 '사람보다 더 흥미롭고 심오한 텍스트가 또 있는가?'(155쪽)라고 했어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여기에 공감합니다. 책이든 잡지든 신문이든 핵심 콘텐츠는 역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혁신과 관련해 얼마 전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이 쓴 칼럼 중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근본적으로 콘텐츠의 질적 혁신이 없이 포장과 유통만으로 뜨내기 독자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저는 지역신문의 콘텐츠 혁신 또한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정책이든 사람이 만들고 결정합니다.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뉴스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모든 기사가 사람을 주어로 작성되면 좋겠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기사는 사람이 아닌 기관이나 단체명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 저는 대기업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불공정 계약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때, 그걸 취재해보겠다는 기자에게 이렇게 주문한 바 있습니다.


"본사의 갑질 횡포나 불공정 계약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말고, 딱한 처지에 놓여있는 가맹점주 한 명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이야기를 써봐라."


그래서 나온 기사가 점주 김현우(가명·57·창원시) 씨를 주인공으로 하여 풀어나간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남석형 기자, 총 8회 연재)였습니다. 이 기사를 본 독자들은 "머리로 이해시키려는 기사가 아니라, 마음으로 공감을 이끌어낸 기사였다"고 평가해주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도 '한편의 감동 드라마, 눈물을 흘리며 읽어야 하는 기사,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는 기사'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좋은 기사'로 선정했습니다.


저희가 5년 전 <피플파워>라는 이 잡지를 창간해 끊임없이 사람을 발굴하고 탐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시 사람이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번호 기사들을 읽던 중 안진공(53) 김해 미치과 원장의 이야기에서 이런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위에 형님은 중학교 다니다 중퇴해서 산업선전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당시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죠. 공부를 하고 싶어도 사정을 뻔히 아니 떼를 쓸 수가 없었어요."


그는 결핵을 앓아 노동력이 없던 아버지와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어머니 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수학여행은 엄두도 못 냈죠. 그런데 하루는 선생님이 학교 마치고 친구랑 둘이 동사무소에 가보라 해서 갔죠. 그런데 동장님이 지갑을 꺼내면서 수학여행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때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마냥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나름 공부를 좀 했던 것 같아요. 졸업식 날 우등상장 같은 것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전해주시면서 '너는 진학을 못하지만 지금처럼 씩씩하게 살면 뭐가 돼도 잘 될 거야'라고 덕담을 해주시더군요. 그게 지금까지 진하게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고맙죠."


그에게는 당시 동장님의 도움과 초등학교 선생님의 칭찬 섞인 덕담 한마디가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고, 그 힘으로 성공한 의사가 되어 우리사회에 다시 희망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제가 쓰는 글이, 저희가 만드는 책과 잡지와 신문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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