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제주 한 식당의 실망스런 전복뚝배기

김훤주 2011. 2. 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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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산 일출봉과 우도!
바로 그곳에 해뜨는식당이 있다."

이렇게 시작하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틀린 말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아닌 것도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한층 맛을 더하는 전망을 자랑하는 해뜨는 식당. 주방장의 탁월한 실력으로 썰어 올려지는 제주도의 싱싱한 활어회, 다금바리와 전복을 올려 바다향이 그윽한 해물전골, 싱싱한 은빛 제주은갈치와 비린 맛을 없앤 특별한 소스의 갈치조림, 고등어조림까지...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지면 마음까지 두둑해진다. 든든히 밥으로 배를 채우려면 회덮밥, 한치덮밥, 해물뚝배기를 먹어볼 수 있는데 그 맛 또한 밥과 바다내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안에서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전복죽은 전복 내장과 햅쌀을 볶아 평소의 전복죽보다는 좀 더 고소하고 담백해 그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이 좋아 입소문이 나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에도 촬영 장소로도 방영이 되었다."


<제주여행 생활백서> 2010년 12월호에 들어 있는 해뜨는 식당 안내문입니다. 제가 1월 20일 오후 성산포에 갔다가 이 집을 들렀고 그 처참한 맛을 봤지만 어지간해서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이튿날 오전 이 책에서 해뜨는 식당을 이렇게 소개하는 낯뜨거운 글을 읽고서는 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이 책을 저는 제주 중문관광단지 들머리 종합관광안내센터에서 얻었습니다.


좋게 지내고 즐겁게 보내자고 온 제주 여행길인데, 그런 가운데 음식점 하나가 들어 기분을 좀 상하게 했어도 그냥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라고 처음에는 여겼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책자에 나오고 그것도 실제 제가 겪은 바와는 전혀 다르게 분칠돼 있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저랑 똑같은 또는 비슷한 일을 겪도록 내버려두는 꼴이 되겠다 싶었던 것입니다.

1월 20일 오후 5시 즈음해서 제주에 사는 친구 같은 후배랑 둘이서 여기 이 해뜨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우도(牛島)에 들어갈까 했는데 4시 30분 막배가 떠난 뒤라 발길을 돌려 배라도 채우려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회덮밥을 주문했고 친구 같은 후배는 전복 뚝배기를 달라고 했습니다. 막걸리도 한 병 시켜 같이 나눠마셨지요. 조금 있다 주문대로 음식이 나왔습니다.

8000원짜리 회덮밥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습니다. 조금 단 맛이 세긴 했지만 목구멍으로 넘기는 데 불편함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친구 같은 후배가 시킨 1만원짜리 전복뚝배기는 아니었습니다. 값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편이었지만 나중에 건져올린 전복 두 개가 그 값을 매기도록 했구나 여기면서 넘어가기는 했습니다.

뚝배기는 이처럼 전복 두 개가 들어간 것 말고는 아무 특징도 매력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마흔여덟 살 먹기까지 식당에서 이런 맛을 본 적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무인지경이었습니다.

친구 같은 후배는 가다가 앞에 자동차 운전하는 사람이 운전을 잘못해서 길이 막혀도 탓을 하기는커녕 "아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이렇게밖에 말할 줄 모르는 착한 사람인데도 이 날만은 달랐습니다. 얼굴을 찌푸리면서 "아 못 먹겠는데..." 이랬습니다.

저도 한 숟가락 떠서 먹어 봤는데 탁 받치는 그 된장 맛이 삼켜짐을 거부하는 그런 정도였습니다. 안에 어떤 해물이 들어 있는지에는 아예 관심도 가지 않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우리 입맛이 별나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만, 어쨌든 <제주 여행 생활 백서>에 나오는 "맛 또한 밥과 바다내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안에서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정도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같이 나온 반찬 또한 형편 없었는데, 깍두기 조금, 바짝 마른 해묵은 김장 김치, 멸치볶음, 콩나물 등 여섯 가지 정도로 빈약했습니다. 그래도 뚝배기가 너무 형편없어서 멸치볶음은 다 집어먹었습니다.

더 이상 여기 젓가락이 가지 않아 나물이나 무침이 없느냐며 달라고 했으나 해뜨는식당은 없다면서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포기를 잘하는 편이라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서 남은 막걸리를 마저 마시느라 조금 더 있다가 일어섰습니다.

막걸리 한 병에 4000원 해서 모두 2만2000원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식당 종업원들 펴 놓고 먹는 밥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나오면서, 막 싸우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참느라 혼이 났습니다. 나중에 나와 들으니 친구 같은 후배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이들 먹는 밥상에는 우리한테는 주어지지 않았던 반찬이 몇몇 더 있었습니다. 우리한테는 없다고 했으나 거기에는 미역 무침이 있었습니다. 달걀 부침도 있었고, 마찬가지 주어지지 않았던 총각김치도 있었습니다.

거의 모멸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해뜨는식당 음식 전반에 대한 얘기는 아닙니다. 1kg에 20만원 한다는 다금바리회나 전복죽,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은 맛이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었던 전복뚝배기는 정말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기본 반찬도 말라빠진 수준이었습니다.

좋은 풍경 보러 와 즐거움 느끼고 가려는 사람들한테, 비록 돈을 받을지언정 맛나는 음식 먹여 돌려보내면 그 또한 복받을 일일 텐데, 이 해뜨는식당에서 나오는 전복뚝배기는 그런 노릇을 전혀 못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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