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제주도 산방산에서 마산 앞바다를 떠올렸다

김훤주 2011. 2. 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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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동쪽 끝에는 일출봉이 있고 서쪽 끝에는 산방산이 있었습니다. 산방산과 일출봉 둘 다 생김새가 아주 독특합니다. 일출봉은 날씬한 느낌이고 산방산은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제주에 간 첫날인 1월 18일, 저는 항구에서 자동차를 몰고 나와 서쪽으로 해서 서귀포시까지 갔습니다. 머무를 데가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 따라 곧장 가는 대신 눈에 도드라지게 띄는 데는 쉬엄쉬엄 들렀다 나오곤 했습니다.

산방산이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물론 올라가볼 생각은 안했지만 생긴 모양이 독특했기에 가까이 가서 한 번 지켜볼 요량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 봤습니다. 거기서 저는 산방산보다 더 중요한 것을 눈에 담았습니다. 앞에 무엇이 놓으느냐에 따라서, 그 좋고 멋진 산방산조차도 어디에나 있는 동네 뒷동산쯤으로 변신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산방산 자태가 완전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앞에 2층 3층짜리 건물이 놓이니 산이 통째로 쪼그라들어 버렸습니다.

건물이 없는 바닷가로 나가서 찍은 모습인데 자태가 시원스럽고 멋집니다.


저는 여기 건물을 지은 이들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게 그렇게 말할 자격이나 권리가 있지 않은 줄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더라는 것이지요.

사람이 자기 살기 위해서 또는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이런저런 건물을 지어올리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여기거나 싫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대조를 한 번 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것까지 안목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진을 보시고 공감을 하시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늘어난다면, 그만큼 그런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 봅니다.

그러면서, 마산 앞바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볼품이 없고 어떤 때는 둘러싼 건물이 바라보는 사람을 윽박지르기까지 한답니다.

마산 앞바다는 이렇게 높다랗게 들어선 건물들 때문에 전망이 막혀버렸습니다.


매립이 많이 되기도 했고 생활하수 공장폐수 따위로 오염도 많이 되기도 했지만, 고층 초고층 아파트를 사람들이 분별없이 들이세우는 바람에 마산 앞바다가 이렇게 됐다고 저는 여깁니다.

멋진 제주도 산방산을 보면서 더러워진 마산 앞바다를 생각하다니…….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을 누리는 즐거움에 '풍덩' 빠져들지 못하고 마구 달려나가 버리는 제 상상력이 조금은 얄미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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