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 같은 한 대학

김훤주 2009. 12. 3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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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에 창신대학이라는 학교가 하나 있다. 개신교 계열 미션스쿨(mission school)인 이 학교는, 어쩌면 개신교를 잘못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본보기 삼아 보여주려고 '하나님'께서 '역사(役事)'하신 것 같기도 하다.

창신대학은 멀쩡한 개교 기념일을 학장 생일로 바꾸기도 했다. 원래 개교기념일인 9월 24일은 1990년 학교 설립 인가를 받은 날이고 바뀐 개교 기념일인 4월 1일은 1936년 학장이 태어난 날이다. 창신대학 교무회의는 2006년 별 다른 까닭없이 학교 생일을 바꾸는 의결을 했다.

창신대학 학장(지금은 총장이라 하지만)은 1991년 3월 취임한 이래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임기가 4년인 줄 아는데, 박정희의 장기집권 신기록 18년과는 2008년 타이를 이뤘고 2009년 갱신했으며 2010년이면 꽉 차는 집권 20년이 이룩된다.

창신대학. 마크.

창신대학 학장은 학교 시설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관사로 쓴다. 교수동 한 층 전체를 자가용으로 쓰면서,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따로 두고 있다. 이런 시설물을 관리·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어디서 댈까? 아마 개인 사비로는 처리하지 않을 것 같다.

창신대학 학장은 업무상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뒤집어져 유죄 선고를 받은 대목도 있다. 학교돈을 교직원에게 수당 따위로 줬다가 되받아 빼돌렸다는 내용도 있고 부동산실명제 위반 사건도 있다.

지금껏 얘기한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세상에 무슨 일인들 못 하랴? 저렇게 이름 내고 많이 움켜쥐고 편하게 누리려고 아둥바둥 용을 쓰는 모습이 어쩌면 인간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사람 밥줄을 볼모삼아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창신대학은 여태 민주화를 요구하는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 일곱을 재임용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둘은 생활고 등으로 말미암아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그러다가 2009년 12월 23일 마지막 남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한 명을, 그것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기어이 잘라 버렸다. 창신대학은 이미 법정에서 앞선 재임용 거부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평가 항목과 배점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강병도 학장.


그런데도 창신대학은 잘못됐다는 평가 항목과 배점을 대부분 그대로 적용해 마지막 남은 이 한 명을, "연구 활동 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재임용하지 않았다. 평가 항목을 조금 들면 이렇다. 학생 수업 '종교와 인간' 참관 10점, 교직원 예배 출석 10점, 학생 모집과 입시 활동 40점, 졸업생 취업률 10점.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창원지방법원 제3민사부가 올 11월 5일 객관적·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을 한 바 있다. 법원은 "예배 등 특정 종교 행위를 요구해 헌법 제20조가 규정하는 '종교의 자유'-신앙 고백의 자유 내지 신앙 실행의 자유를 침해했고 이는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학생 모집과 입시 활동은 또 무엇인가. 고등학교 교무실에 '대학교수와 잡상인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다는 얘기는 가벼운 우스개가 아닌 현실로 돼 있다. 이에 법원은 "신입생 등록률 등은 교원의 본분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교원의 자질이나 노력보다는 학교 자체의 위상과 경제 여건 등에 따라 좌우된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창신대학 재임용 평가 기준 잘못의 결정판은 따로 있다. 이른바 '종합 평가에 의한 가·감점 부여'가 그것이다. 학장과 부학장과 처장만의 권한으로 돼 있고 +30점 -30점 해서 최대 60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돼 있다.

총점 300점에서 20%를 좌우하고 있으니 바로 이것이 재임용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학장 눈에 들면 재임용이 되고 눈밖에 나면 여지없이 탈락되는 것이다. 법원은 그래서 이를 두고도 "평가자의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며 이에 따라 불이익을 입히는 것은 객관적·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새 학년이 시작되는 2010년 3월이 되면 창신대학에는 교수협의회 소속인 현직 교수는 단 한 명도 없게 된다. 2006년 1명, 2007년 2명 2008년 2명, 그리고 2009년 1명 해서 모두 8명이 잘렸다. 그러는 가운데 30명가량 되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는 8명으로 줄었다.

법원이 뭐라 하든 말든, 학교 당국은 재임용 탈락을 통해 쓸데없이 떠드는 교수들을 이처럼 차디찬 바닥에 팽개치는 한편으로 다른 많은 교수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성과까지 더불어 냈다. 이런 일석이조가 다시 있겠는가.

창신대학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대신 종교의 자유를 박탈할 자유만 있다. 창신대학에서는 교수가 되려면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 뜯어오는 '앵벌이'를 잘 해야 한다. 연구나 교수 활동은 잘해도 쓸모가 없다. 창신대학에서는 학장이 제왕이다. 학장이 싫다 하면 아무리 뛰어난 교수라도 당장 밥줄이 떨어진다.

비열한 짓을 서슴 없이 해대는 사학의 횡포가 어디 경남에만 마산에만 창신대학에만 있겠는가. 전라도 광주에도 예전 80년대에는 창신대학과 비슷한 대학교가 하나 있었다. 결국에는 학생과 교수들이 민주화 운동을 벌여 원인을 도려냈다고 들었다. 창신대학도 전라도 그 대학을 본받아 종기의 뿌리를 뽑아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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