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주몽과 혁거세와 온조의 공통점

김훤주 2010. 1. 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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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조 박혁거세는 제철왕이다

"'박'은 성이다. <삼국사기>에는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는데, 알 모양이 박을 닮았다 해서 박이라는 성을 붙였다'고 나온다. 그러나 사실 '박'은 밝다는 뜻의 '밝'을 한자로 표기한 순수 우리말 성씨다. 고대 사람들은 사철(沙鐵)과 사금(沙金)을 '알'이라고 불렀다. 사철이나 사금은 주로 강모래에서 건졌는데, 작은 알갱이처럼 생겼다 하여 '알'이라 부른 것이다.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무쇠 분야 출신임을 암시한다. '혁거세'는 이 사실을 더욱 분명히 해준다. '거세'는 관직명으로 '무쇠 거르기'를 뜻한다. '거'는 거른다는 옛말이고 '세'는 무쇠의 옛 소리다. 무쇠는 시대와 고장에 따라 사, 세, 서, 소, 수, 쉬, 수에 등 여러 가지로 불렸다.

박혁거세의 왕호는 '거서간'으로 '거서' 또한 '거세'와 같은 뜻이다. '간'은 '왕'의 뜻이므로 '거서간'이란 '무쇠 거르기 왕', 즉 제철왕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역사책 <삼국지> '동이전'에 보면 변진 12개 나라마다 '소도'라는 별읍이 있었고 그 우두머리를 '거수'라 했다고 돼 있다. '소'는 무쇠, '도'는 터를 가리키는 말로, 소도란 '쇠터'의 옛말을 한자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면 '거수'는 '거르는 우두머리'쯤 되겠습니다. <무쇠를 가진 자, 권력을 잡다>라는 책에 대한 얘기입니다.

◇주몽의 도읍지 졸본은 철의 본고장이다
 

"주몽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정 자체가 제철 집안 태생임을 강력히 일러준다. 강을 다스리는 하백이었던 외할아버지는 강모래에서 사철을 채취하는 '거수'였을 것으로 짐작되고 아버지 해모수(고모수) 역시 그 이름으로 미루어 거수였을 것이다. '모'는 모은다는 뜻이고 '수'는 무쇠의 고구려·부여말이다. 따라서 '모수'는 '무쇠 모음'이다.

주몽이 나라를 세웠다는 졸본 땅의 '졸卒'자는 중국 상고시대 발음으로 '철'인데 무쇠의 '철鐵' 소리와 흡사하다. '자잘하게 빻은 돌'을 뜻하는 한자로 제철의 원자재인 사철이나 잘게 부순 철광석을 암시한다. 그리고 '본本'이란 한자는 '근본', '시초'를 의미한다. 따라서 '졸본'은 '철의 본고장', '제철의 시초'를 의미한 지명임이 밝혀진다."

◇주몽의 후처 소서노는 제철의 여왕? 

"소서노는 '사철의 들판'이란 뜻이다. '소서(또는 소시)'는 '사철', '노'는 '들판'이란 뜻의 고구려·부여말이다. 사철이 나는 졸본천 일대에 드넓은 제철터가 펼쳐져 있었던 모양이다. 한편 '소서노召西奴'란 한자는 '부스노'라 읽히기도 한다.('소召'는 '부른다'는 뜻이다) 이두 표기에 따라 읽은 것이다. '부'는 '불', '스'는 '무쇠', '노'는 '들판'의 뜻으로, 부스노는 '불 무쇠의 들'을 뜻한다. 혹시 소서노는 제철소의 여자 관리자인 '제철 여왕'이 아니었을까.

그러면, '노'가 어째서 들판일까? "<삼국사기> 권34 '잡지-지리'편은 우리나라 지명의 변천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가령 현재의 충북 진천군에 대한 기록은 '원래 고구려의 금물노今勿奴군인데 신라 경덕왕이 흑양黑壤군으로 바꿨고 지금(고려)은 진주다' 하는 식이다. 금물노가 곧 흑양임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해서 '흑黑', 즉 '검은'이란 말의 고구려어가 '금물(그물)'이었고 양壤, 즉 '들판'의 옛말이 '노'였음을 알 수 있다."

◇온조가 하남 위례성에 자리잡은 까닭 

"온조왕이 북부여에서 지금의 서울에 당도하여 '살 만한 곳'을 찾았을 때 부하들은 하남 위례성이 좋다고 권했다. '북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동쪽은 높은 산이 있는데다 남쪽은 옥택沃澤을 바라보고 있으며 서쪽에는 사이를 두고 큰 바다가 있으니 도읍 삼기에 매우 좋은 고장이라 생각됩니다.'

옥택이란 '기름진 늪'을 뜻한다. 초기 철기 시대에는 살대나 줄, 부들 등이 무성한 늪과 못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 제철 원자재인 갈철광褐鐵鑛이 갈대나 줄, 부들 뿌리에 주렁주렁 붙어 생산됐기 때문이다. 늪 바닥에 있는 수산화철이 철 박테리아의 증식작용에 의해 갈철광으로 자라는 것이다.'옥택'이란 이같이 무쇠가 거두어지는 늪을 가리켰다."
 
◇창녕 소벌(우포)도 소(牛)와 무관하다? 

"우포늪 가까운 곳에 우항산牛項山이라는 산이 있는데 모양새가 늪에 머리를 대고 물을 마시는 소와 같다 하여 우포라 이름지었다 한다. 또 그 주변에서 소를 방목했기 때문에 '소벌'이라 불렀다고도 전한다. 그러나 소 모양의 산세나 소를 풀어 먹였다는 이유로 '우포' 또는 '소벌'이라 불린 것은 아니다. '소'는 무쇠의 옛말이다.

고대 우포늪에서 무쇠가 엄청나게 산출되었던 까닭에 이곳 일대는 애초부터 '소목('무쇠가 나는 곳'의 뜻)', '소벌('무쇠 벌판'의 뜻)'이라 불렸고 그것이 '우포牛浦'란 한자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낙동강 중류 창녕 일대는 일찍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한 곡창지대로 청동기시대 유적과 각종 유물들이 출토됐다. 삼한시대의 불사국不斯國, 가야시대의 빛벌非火가야로 여겨지는 땅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불사'는 '불 무쇠'가 되는 모양입니다.

흥미롭습니다. 부제가 '무쇠로 읽는 우리 역사 이야기'입니다. '무쇠'를 횃불 삼아 들고서 역사 구석구석을 비춥니다. 그런데 왜 드러나 있지 않고 이렇게 숨어 있기만 할까. 그동안 말글이 바뀌고 뜻이 달라진 까닭도 있겠습니다.

지은이 이영희는 가장 큰 까닭을 이렇게 말합니다. "고대의 무쇠는 철저한 국가 기밀 사항에 속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책도 무쇠에 관한 일들을 직접 서술하지 않았다. 설화로 처리하거나, 은유적인 표현으로 기록했을 뿐이다."

현암사. 235쪽. 1만2500원. 

김훤주

무쇠를 가진 자, 권력을 잡다 - 10점
이영희 지음/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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