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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블로그를 대체할 수 있을까?

기록하는 사람 2009. 10. 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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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개발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twittter)가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란 단순하게 말해 한 번에 140자 이내의 짧은 글만 올릴 수 있는 단문블로그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올린 글은 내 트위터를 구독(followers : '뒤따르는 사람' 또는 '추종자'로 번역됨)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진다. 즉 내 트위터 구독자가 1만 명이라면 1만 명이 볼 수 있고, 한 명도 없다면 아무리 내가 글을 올려도 볼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김연아 선수는 9일 현재 4만 7343명이고, 김주하 아나운서는 1만 1675명, 노회찬 대표 9785명, 영화배우 박중훈 8314명, 반기문 UN 사무총장 6154명, 김형오 국회의장 1559명, 나경원 의원 931명,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722명, 정우택 충북도지사 369명 등이다. 참고로 내 트위터 구독자는 549명이다.

내 트위터(@kimjoowan) 화면.


내가 특정인의 트위터를 구독하느냐 마느냐는 그냥 내 마음이다. 상대방의 허락도 필요없다. 그런 점에서 허락이 필요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1촌이나 네이버 블로그의 이웃과는 다르다. 싸이가 기존 인맥끼리의 사적 네트워크라면, 트위터는 공적 네트워크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인에게 많은 구독자가 붙는 건 당연하다. 실례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 트위터 구독자는 231만 8000명이다.

이처럼 트위터는 유명인이 수많은 구독자들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퍼트리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리트윗(RT : '재전송' 정도로 의역해볼 수 있음)'이라는 기능을 사용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예컨대 오바마가 쓴 글을 230만 명의 구독자 중 10만 명이 리트윗한다고 치자. 그러면 그 10만 명이 보유하고 있는 구독자들에게 모두 그 글이 보여지게 되는 셈이다. 그 10만 명이 각각 100명의 구독자만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1000만 명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 1000만 명 중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리트윗할 지 모른다.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 한 줄이 그야말로 나비효과보다 더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의 몇 가지 한계와 블로그의 장점

이 엄청난 파급력과 속보성 때문에 트위터가 언론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기존 블로그를 잠식하리라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요즘의 트위터 열풍을 보고 '블로그는 이제 한 물 간 것 아니냐'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 물음에 답을 찾아보는 것이 오늘 이 글의 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경험으로 볼 때 트위터가 기존 블로그의 보완재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 길이가 너무 짧기 때문에 구독자의 입장에서 단발성 정보를 획득하는 데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잘 정리된 종합정보를 얻거나 깊이있는 분석과 해설을 보긴 어렵다. 게다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휘발성이 너무 강해 금방 아래로 밀려 사라져 버리는 데다, 과거 글을 찾아보기도 어려워 기록으로서 의미가 거의 없다.

또한 매스커뮤니케이션으로서 기존 언론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영향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기존 언론이 해오던 역할을 대신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즉 기존 언론이 놓치거나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는 소식과 의제를 트위터가 전하거나, 기존 언론의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고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존 언론과 똑같은 뉴스를 놓고 취재경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트위터는 글을 올리는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수익모델이 없다. 블로그의 경우 개인운영자가 각종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트위터는 그 공간에서 맺어진 인맥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블로그처럼 거기에 전념하여 고급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킨다는 게 어렵다. 프로블로거(전업블로거)는 이미 많지만, 전업 트위터리안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는 이미 온·오프라인에서 어느정도 명성을 얻은 유명인에게는 많은 구독자가 붙지만, 그렇지 않은 평범한 개인이 100명, 아니 수십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꾸준히 오랫동안 자주 글을 올린다고 해서 트위터 안에서 유명인이 된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블로그는 좋은 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름없는 개인이 유명블로거가 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트위터는 오히려 블로그의 성장을 돕는다

따라서 트위터가 공적 네트워크로써 현대인의 유용한 대화창구이긴 하지만, 여전히 '세상을 향한 발언대'의 역할은 블로그만한 게 없다. 블로그는 미디어로써 필수적 요건인 속보성, 기록성, 그리고 재생산을 가능케 해주는 수익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트위터에 글을 자동으로 발행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트위터와 블로그가 서로 충돌하거나 잠식하는 관계라기보다, 오히려 서로의 가치를 증대시켜주는 관계라고 본다. 즉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이미 '트위터로 글 보내기' 기능이 사용되고 있듯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트위터에 전송하여 구독자들에게 보여지게 함으로써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블로그의 글 아래에 리트윗 버튼이나 구독(팔로워)을 권유하는 아이콘을 붙일 수도 있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주제에 대해 미리 트위터에서 구독자들의 의견을 물은 후 이를 바탕으로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

다만 <트위터, 140자의 매직> 저자인 이성규(블로거 몽양부활 님) 씨가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존의 메타블로그 서비스인 Digg.com이나 다음뷰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의 Digg.com은 트위터의 성장과 함께 추천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즉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는 수단으로 Digg.com보다 트위터를 더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위터에서 발견하는 콘텐츠란 블로그 포스트가 대부분일 것이다.

결론은 트위터와 블로그는 이렇게 서로 윈-윈하면서 기존 언론의 영향력을 상당부분 잠식하리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존 언론이 놓치거나 무시한 틈새 뉴스나 이슈, 그리고 기존 언론과 다른 주장를 블로그에서 제기하면 트위터에서 이를 확산시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어쨌거나 이래저래 기존 언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업 언론종사자의 고민이다.

물론 이런 결론은 블로그 1년 8개월, 트위터 4~5개월을 경험해본 개인적인 생각일뿐이다. 다른 고수님들의 견해도 궁금하다.

※김주완 트위터 : https://twitter.com/kimjoowan
※관련 글 : 트위터가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을까?
트위터, 140자의 매직 - 10점
이성규 지음/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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