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안에서 출판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소설 한 편을 읽게 되었다. ‘혜주’라는 조선시대 여왕의 이야기인데, 착하고 곱게 자란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 희대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악(惡)의 평범성’이었다. 폭군이나 독재자는 본래 성품이 포악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극히 선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막상 권력을 쥐고 보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폭군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은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정립된 것이다. 나치 치하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내 학살을 지휘한 희대의 악마 아이히만은 우리가 상상하던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