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역사문화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만순이라는 분이 있다. 충북지역 근·현대사를 연구하면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에 애쓰고 있는 분이다. 두어 달 전 박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상부의 지시를 거역하고 보도연맹원들을 탈출시켜 살려준 경찰관의 공덕비가 충북 영동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한국판 쉰들러를 발굴하게 되는 셈이었다. 언론사만 좋은 일 시킬 필요 있나 박 위원장이 내게 전화한 것은 그 사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언론을 통해 알릴 수 있을지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박 위원장이 힘들여 취재하고 발굴한 사실을 왜 언론사에 넘겨주려 하느냐. 그렇잖아도 게으른 직업기자들에게 손안대고 코푸려는 심보만 키워주게 된다. 박만순, 당신이 기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