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일) 오후 1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 창립대회가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있었다. 1961년 5·16쿠데타 정권에 의해 유족회 간부가 구속되고 강제해산되는 아픔을 겪은 후, 48년만에 재창립되는 행사였다.

창립 준비과정에 함께 했고, 어제 행사 사회를 내가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산의 학살사건을 처음으로 발굴해서 보도하고, 1960년 유족회 활동과 강제해산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로선 정말 각별한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유족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버지가 학살된지 6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유족들의 '빨갱이 컴플렉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genocide)과 달리 한국에서의 민간인학살은 명백한 '정치적 학살(massacre)'이다. 이승만 정권이 자신의 잠재적인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학살은 1980년 전두환 일당이 정권 장악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광주학살(massacre in Gwangju)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그런 정치적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현 정권과의 긴장관계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유족들은 60년의 세월동안 자신은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오히려 과잉 반공의식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심리적 '가역반응'을 보여왔다.


어제 유족회 창립대회에서도 그런 모습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일부 내빈의 축사 내용에 대해 참석한 유족 중 한 분이 "정치적인 발언은 안된다"며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분은 '창립선언문' 중 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났다.


한 유족이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한 축사는 아마도 김영만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의 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만 공동대표는 "마산은 1960년 전국에서 최초로 유족회가 생긴 곳이지만, 박정희 쿠데타 정권에 의해 강제해산된 후 다시 창립되는 과정은 전국 어느 곳보다 늦었다"면서 "이것은 1961년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 이후 마산이 급격하게 보수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이명박 정권은 '과거'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과거가 정리되지 않는 바람에 똑 같은 죽음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면서 현 정부 들어 발생한 용산참사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민간인학살의 사례로 들었다.

축사를 하고 있는 김영만 범국민위 공동대표.


창립선언문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부분은 아마도 아래 대목인 듯 하다. 이 창립선언문은 내가 작성해 준비위원장에게 보여드린 후, 자료집에 실었던 글이다. 유족들의 정서를 고려해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그런 뒷말이 나오고 말았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키는가 하면 내년에는 진실규명 자체를 중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상실되고 민주주의가 말살되었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유족의 반감 표출은 총회 마무리 즈음 기타토의 시간에 나왔다. 교사 출신의 80세라는 한 유족은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유족회는 순수한 자리여야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장이 되어선 안됩니다. 일부 외부인사들이 그런 정치적인 발언을 마구 할 수 있도록 해선 안됩니다. 앞으로 이런 모임에서는 우리 순수한 유족회 사업, 혹은 돌아가신 영령에 대한 위로, 명복을 비는 것 이런 방향으로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는 정치적인 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분의 지적에 앞서 강병현 진주유족회장은 축사에서 이렇게 털어놓기도 했다.

"나는 유복자입니다. 세상에 나오니까, 아버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가정마다 다 아버지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만 없더라고요. 지난 60년간 공산당이 싫습니다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제 나이 60입니다. 살면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이제 아무것도 무섭지 않습니다."

창립선언문의 현 정부 비판 부분에 대한 우려는 뒤풀이 자리에서 나왔다. 이처럼 민간인학살 유족회에는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유족회 활동이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료삼아 창립선언문 전문과 창립대회 자료집을 파일로 첨부해둔다.


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실로 반세기만에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1960년 6월 12일 노현섭 어른과 김용국 어른 등이 앞장서 마산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유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산유족회가 결성된 지 꼭 49년 하고도 8일만이며, 1961년 5월 16일 정치군인 박정희 등의 군사쿠데타로 강제해산된 일도 48년이 되었습니다.

49년 전 노현섭 회장의 일기장은 그날의 모습을 "장내는 울음바다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울음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당시의 사진은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숙부들이 소복을 한 채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 분들 중 대부분은 한(恨)을 풀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국가로부터 두 번씩이나 학살을 당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학살이었고, 두 번째는 5·16쿠데타 세력에 의한 유족회 강제해산과 간부들의 구속, 그리고 무덤에 대한 부관참시였습니다.

이제 남은 우리의 사명은 더욱 분명합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아무런 저항수단도 갖지 않은 비무장 민간인을 합법적인 재판도 없이 무자비하게 수장 또는 총살하는 방식으로 학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바다에 유기하거나 암매장한 사실은 어떠한 말이나 논리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인권, 반인륜적인 국가범죄입니다.

이러한 민간인학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묻어둔 채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고, 법치를 외치는 것은 모두 말짱 헛말이며 위선에 불과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없이는 일제와 나치의 제국주의 전쟁이나 인권말살을 비난할 자격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키는가 하면 내년에는 진실규명 자체를 중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상실되고 민주주의가 말살되었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마산지구 민간인학살 유족들은 과거 독재정권에 의해 두 번이나 죽임을 당한 원통한 역사를 낱낱이 밝혀내 아직도 바닷속, 땅속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 원혼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48년 전 쿠데타정권의 탄압이 다시 벌어진다 해도 이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런 결의를 위해 우리는 다시 여기에 모였습니다. 다시 마산유족회 창립을 선언합니다.

2009년 6월 20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

우리 말고는 아무도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리는 한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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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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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1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100in.tistory.com 김주완 2009.06.21 1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 고민을 좀 했는데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어 올렸습니다. 그분들을 비난하는 게 아닌 차원에서 말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2. 가슴아픕니다 2009.06.21 1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족들의 슬픔이 한이되었네요.....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이명박...같은 라인....그렇기 때문에 유족들이 더 조심스러운거지요....말한마디 잘못해서 이명박정부가 발끈하면,,,,또 이분들은 힘들어집니다...
    독재자....왜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의 탈을쓰고 권력쟁취와 유지를 위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는지...아직까지도 모른척 눈감고 귀막고 있는지...지옥불에나 떨어지길.....

    • Favicon of http://100in.tistory.com 김주완 2009.06.21 1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참 가슴아픈 일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도, 법치국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명국가는 더더욱....

  3. 젠장 2009.06.21 2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조중동 탓인가...누구 탓인가...왜 자기 원수의 편을 드는지...지지리 못사는 궁상들이 부자당 한나라당을 애타게 지지하지 않나, 사람 죽여놓고 일체 반성없는(차라리 일제는 헛말이라도 사과는 했다) 자들을 두둔하지 않나...뭐, 하긴 이문열 보면 빨갱이 컴플렉스가 어떻게 역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주니까...

    • Favicon of http://realmove.tistory.com 선인장^^ 2009.06.24 1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족들의 '과잉반공의식'은 실제로는 어리석은 것이지만, 역으로 그들의 충격과 상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일체 반성없는 자들이 만들어둔 연좌제 속에서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을테니까요. 한국전쟁전후 수천건의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거창과 4.3등 몇 곳을 빼고는 유족들이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최초로 목소리를 낸 유족회는 박정희에 의해 희생자들이 다시 한 번 부관참시 당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구요.
      지금도 거창, 4.3 모두 '양민'학살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좌익이 아닌 억울한 민간인이라는 것이죠. 4.3을 학살이 아니라고 말하는 수구세력들도 그들이 양민이 아니라 빨갱이였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죠.
      한국사회는 아직도 학살피해를 대놓고 드러낼 사회가 아닙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베트남에서, 광주에서 학살을 자행했고, 얼마전 용산에서의 학살에 대해서도 정당한 경찰력집행이었다고 떠들고 있는 지경입니다. '빨갱이'들은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유족들에게 용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4. 대머리킬러 2009.06.22 0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두환대머리 가죽벗겨 생체실험시켜라
    지네들이 군사반란한 세력 밑에 있어 호위호식하고서 말은 함부로 한다.
    하긴 전대가리는 군사반란하고서 29만원 있다........
    어떻게 군사반란도 공소시효가 있니? 그리고 사면까지 시키냐?
    군사반란한 두환이 대머리 가죽벗겨라
    그자식이 대학을 엄청나게 만들어서 부정축재했단다 근데 아직도 29만원밖
    에 없단다.
    소장이 대장 몰아내고 하극상의 군사반란한 전두환 대가리 가죽을 벗겨라.
    그 쉐.이 대머리 가죽벗겨 두개골을 으깨버리고 몸뚱아리는 일본도로 난자시
    켜 생체실험 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