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시장님 욕먹이는 무식한 공무원들

김훤주 2009. 6. 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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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현대로템 맞은편에는 창원시 어린이 교통공원이 있습니다. 여기는 초등학교들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공부하러 많이 오는 곳입니다. 제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렇게 많이 들었거든요.

이리 말씀드리는 까닭은, 교육 측면에서 좀더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공간이라는 얘기를 덧붙이는 데 있습니다. 행정 측면에서 좀더 세심할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봤는데 이 공원 옆에 주차장이 있는데요, 여기 안내판이 엉터리입니다. 문장 한가운데 "중장비 및 대형 차량은 주차를 상가하여 주시고"라 돼 있는데 여기서 '창원시장'은 한꺼번에 두 곳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여기 딱 맞는 말은 "주차를 삼가 주시고", 입니다. 조심하다 또는 꺼리다는 뜻으로 '삼가다'가 으뜸꼴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삼가하다"로 종종 적습니다. 우리 말에 '-하다'가 크게 발달돼 있다 보니 생기는, 그릇된 '일반화'에서 오는 잘못입니다.

"상가하여 주시고"?


그런데 여기는 "상가하다"라고, 두 군데가 틀려져 있습니다. 도대체 "상가하다"는 말이라도 있는지 찾아봤더니, 한자로 서로 상(相)과 더할 가(加)를 써서, 여러 숫자를 서로 더하는 일을 이르더군요.(덕분에 하나 더 알았으니 기뻐해야겠지요.)

맨 아래 "창원시장"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 안내판은 들머리에도 잘못이 있습니다. "본 주차장'을' 공원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한 주차장으로서"에서, 두 번째 낱말 끝의 토씨 '을'은 '은'으로 바로잡아야 합당합니다. 물론 작은 실수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뭐, 있을 수 있는 일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아주 작은 잘못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주로 드나드는 들머리에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야 마땅하다고 여기고 이리 말씀드립니다.


또 하나는, 우리 말글은 좀 함부로 써도 괜찮다고 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여기는 데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한 번 질러놓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영어나 한문이랑 마찬가지로, 우리 말글도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글 잘못 쓰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영어나 한자 틀리는 것만 신경을 씁니다.


어쨌거나, 여기 이 문장에서 틀린 대목 말고도 짚어 볼 수 있는 데는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 말글은 겹문장보다는 홑문장이 더 잘 어울립니다. 관계대명사 따위가 발달한 영어와 달리 짧게 잘라 말할 수도록 뜻이 또렷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여기 이 안내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침표가 하나뿐인 겹문장입니다.

그래 놓으니 문장이 배배 꼬여 있습니다. 한자말을 많이 썼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만, 그런 따위는 그대로 두고 고치면 이렇게 됩니다. 

"본 주차장은 공원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한 공원 내 주차장입니다. 중장비 및 대형 차량은 주차를 삼가 주십시오. 주차장 본래 목적 외 사용도 금지합니다. 이용객 여러분의 많은 협조 바랍니다." 그러면서 "주차장 질서 확립" 운운하는,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말투는 지워버리면 더 좋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 일어나면, 시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이런 실수를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박완수 창원시장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조금씩 욕을 얻어먹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잘못하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대로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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