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주사파’가 싫어할 영화 <똥파리>

김훤주 2009. 5.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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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똥파리>를 보면 용역 깡패인 주인공 상훈이 빚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 사채업자한테 용역을 받아 폭력을 써서 받아내는 그런 노릇입니다. 대가로 수수료를 많이 받았겠지요.

어느 한 장면입니다. 빚 받으러 상훈이 들어갔는데, 거기서 가정폭력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식들 보는 앞에서(아마도!) 남편이 아내를 마구 두들겨 팹니다. 빚을 낸 사람은 당연하게도 남편,입니다.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주인공 상훈은 눈이 뒤집힙니다. 아내 두들겨 패는 남편을 그야말로 뒈지게 패댑니다. 때리면서 내어뱉는 대사가 압권입니다. “꼬~옥 바깥에서는 쪽도 못 쓰는 새끼가 집에서는 김일성이 같이 굴어.”

상훈은 주먹을 제대로 씁니다. 오른손으로 상대를 때릴 때 왼팔이 반동을 받아 뒤로 확실하게 돌아간답니다. 상훈은 여기서 “니~가 김일성이야?” “니~가 김일성이야?” “니~가 김일성이야?” 뇌까리며 때립니다. 주사파에게는 더없는 존경의 대상이 여기서는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2.
주사파의 가장 큰 특징은 비주체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자기가 아니라 김일성(장군)이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판단 기준입니다. 몇 가지 보기가 있습니다. 80년대 후반 사회구성체 논쟁에서 주사파는 우리 사회를 식민지반봉건이라 주장했습니다.

저는 사회구성체 논쟁 자체를 별로 즐기지 않았는데, 어쨌든 일제 지배를 벗어난 지 40년이 지났는데 무슨 식민지냐, 자본주의가 이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데 무슨 반(半)봉건이냐, 하는 비판이 많이 나왔지요.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신)식민지반자본주의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런 재빠르고 통일된 행동이 그야말로 희한했는데 좀 있다 알고 보니 이북에서 방송으로 ‘(신)식민지반자본주의’라 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보기는 진보신당 소속 진중권 선수의 증언입니다. 주사파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데 이러더랍니다. “김(일성) 장군이라 해도 남쪽에서 활동하려면 지금 이런 조건에서는 진보정당을 택했을 것이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어쨌거나, (신)식민지반자본주의라는 말은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전형일 뿐입니다. 절반이 자본주의면 나머지 절반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봉건이지요. 그러니까 이것은 말장난이지 내용이 바뀌는 그런 용어 선택이 아닙니다.

한 번 더 어쨌거나, “니~가 김일성이야!?” 하며 때리는 장면에서 주인공 상훈을 맡은 양익준의 안부가 걱정이 됐습니다. 주사파가 행여 테러라도 하면 어떡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상훈 주먹 쓰는 연기를 보니 괜찮겠더라고요.


3.
영화 <똥파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습니다.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보니 술 마시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소주는 ‘처음처럼’이고 맥주는 ‘카스’랍니다. ‘카스’는 상표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오는 반면 ‘처음처럼’은 상표가 늘 정면으로 나옵니다.


저는 ‘처음처럼’을 만드는 소주회사가 참 쫀쫀하다 싶었습니다. 협찬해 주면 그것으로 끝이지, 저렇게 상표를 정면으로 나오도록 하라 주문까지 하다니. 그렇게 하면 오히려 광고 효과가 떨어지지나 않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처음처럼’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그러니까 뒤집어 놓고 보면, 저도 참 쫀쫀한 축에 드는 인간인 모양입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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