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백범기념관 소나무가 말라 죽어가는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09. 3.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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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28일)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과 정운현 전 언론재단 연구이사 등과 함께 서울 효창원의 안중근 의사 가묘와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백범 기념관을 관람했습니다.

'효창공원'이라고 명명돼 있는 곳은 백범과 안중근은 물론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유해가 안장돼 있고, 임시정부요인이었던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선생의 묘역과 그 분들의 혼을 모신 사당이 있는 사실상 독립운동가 묘역입니다.

따라서 이곳은 '공원'이라기보다 '국립묘지'로 지정해 관리해야 마땅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생뚱맞게도 반공기념탑이 공원의 정수리 부분에 떠억 하니 서 있고, 대한노인회 중앙회와 서울시연합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드민턴장과 원효대사 동상도 있습니다. 원래 연못이었던 곳은 효창운동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효창공원 입구.


백범기념관으로 올라가는 오른쪽 길목에는 해병전우회의 컨테이너 사무실이 흉물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군복을 입고 교통정리나 질서유지활동을 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이승만 시대 준경찰권을 부여받은 민보단과 서북청년단, 대한청년단 등이 떠올라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경찰권은 그야말로 법에 의해 엄격히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부여되어야 하는 게 법치국가의 기본입니다.

백범기념관 가는 길에 서 있는 해병전우회 컨테이너.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이곳을 성역화하여 '효창독립공원'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표류해왔습니다. 효창운동장을 사용하는 축구협회 등 이해관계인들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 들어 완전히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10만 원권 지폐에 백범 김구의 초상을 넣으려던 계획도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신 5만 원권 지폐만 만들어 거기에 신사임당을 넣었습니다. 한국은행은 아니라고 하지만 백범을 싫어하는 현 정권과 보수정권의 눈치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백범기념관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백범의 어록이 눈앞에 들어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이명박 정부가 싫어할 말만 해놨습니다.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어야 하며, 부(富)와 강(强)보다는 문화(文化)의 힘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자본가와 부자정권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기념관 앞 정원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들 중 적어도 7~8그루가 빨갛게 말라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기념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살려보려고 애를 쓰는데 계속 저렇게 시들시들 죽어간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혼자말처럼 읊조렸습니다.


"백범 정신이 죽어가는 시대에, 소나무인들 견딜 재간이 있겠어?"

참 쓸쓸하고도 가슴 아픈 말씀이었습니다.

이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는 소나무가 족히 7~8그루는 되어 보였습니다.

※카페 : 안중근을 따르는 사람들(http://cafe.daum.net/anjunggeun)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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