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TV에 나온 맛집, 자랑하지 않는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09. 1. 1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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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읍내 '조샌집'의 어탕국수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함양군청 근처 골목에 '조샌집'이라는 그냥 평범해보이는 식당이 있다.


'조샌집'이라는 상호가 마치 '조센징'을 연상케하기도 하지만, 실은 이 집 바깥양반의 성이 조씨여서 붙은 이름이다. '조생원'을 줄여서 부르던 '조샌'이라는 호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겉보기엔 평범해보이는 식당이지만, 사실은 전국 방송에도 여러번 소개됐고, 스포츠지 같은 신문에도 많이 소개된 아주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3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단다.

주메뉴는 바깥양반인 조샌과 그의 아들이 잡아오는 각종 민물고기를 푹 고아 뼈를 추려된 뒤 얼갈이배추와 국수를 넣어주는 어탕국수다. 식당운영은 조샌의 아내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다.


'서릿고기'라는 생소한 메뉴도 있었는데, 서리가 내릴 때쯤 잡은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거란다. 나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나는 두 번 이 식당에 가봤는데, 두 번 다 어탕국수를 먹었다. 다른 손님들도 어탕국수와 민물고기 조림을 즐겨 시키는 것 같았다.


어탕국수는 된장을 넣은 것 같지도 않은데 희한하게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얼갈이배추도 궁합이 맞다.

보통 다른 어탕국수집에는 국수를 어탕 속에 함께 넣어 삶아 국물을 뻑뻑하게 하는 효과(?)를 부리기도 하는데, 이 집은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걸죽한 것 같으면서도 담백한 맛이 있다. 어탕이라 그런지 한그릇을 다 먹고 나면 겨울에도 땀이 나고 쉬이 배도 꺼지지 않는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은 방송과 신문에 맛집으로 그렇게 많이 소개되었다는데, 그런 홍보용 사진이나 신문스크랩 액자가 단 한 개도 붙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탕국수를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계산을 하는 동안 주인할머니에게 물어봤다. (이 집의 한 가지 흠은 아직 카드가 되지 않는다.)

벽에 붙어 있는 건 이 메뉴판밖에 없다.


"그동안 테레비와 신문에도 많이 나왔다면서요."

"예 많이 나왔지요."

"그런데, 그거 홍보하는 사진이나 기사는 왜 붙여놓지 않으셨어요?"

"아이구, 아무리 테레비에 나와도, 내 입맛에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을낀데, 테레비 나온 거 믿고 와서 먹었다가 내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쩔라고? 그래서 난 그런거 안 붙여."

주인할머니 말씀이 명답이었다. 입맛이야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지 않은가.

내친 김에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도록 하는 비법이 있느냐고도 물어봤다.

"그건 그냥 오래 하다보니 그런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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