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여고 학생들과
바위의 고장 거창 탐방
문바위 거북바위에
탄성 절로…'찰칵'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
절실했을 그 효심도 곱씹어
청소년 우리 고장 사랑 역사문화탐방을 올해도 진행하게 되었다. 경상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해온 프로그램이다. 정규 교과 과정에서 소홀히 다루기 쉬운 '지역'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아끼는 마음을 가져보자는 취지다.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서른 개 학교가 선정되었다. 이들 학교는 거창·김해·밀양·사천·산청·양산·진주·창원·통영·하동·함양·함안 등 열세 곳을 탐방 지역으로 꼽았다.
거창을 찾은 것은 5월 19일 창원여고 학생들과 함께였다. 거창박물관과 문바위·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 그리고 수승대를 찾았다.
오전에 먼저 들른 거창박물관에서는 미션 수행을 하였다. 특징적인 소장품이 무엇인지와 건립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거창박물관은 바위에 새긴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 탁본과 역시 바위 벽에 그려진 둔마리 고분벽화로 유명하다. 아울러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1861년 판각한 대동여지도를 3년 뒤 찍어 만든 전체 지도도 완전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경남 북부 산골에 있으면서도 대동여지도 관련 전국 단위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하는 까닭이다.
거창박물관은 건립 과정을 알고 나면 더욱 각별하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군 단위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박물관이고 설립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관이 아닌 민이 주도했다.
거창 사람들의 지역 사랑이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수준 높은 거창 사람들의 민도가 뒤를 받치고 농촌계몽운동이나 시민운동에 평생 힘써온 김태순(1926~2008)·최남식(1920~2007) 같은 이가 앞장선 성과다.
거창이 지금도 교육도시로 이름 높은 배경에는 지역민들의 이와 같은 활동들이 깔려 있다.
금원산 문바위를 지나가는 학생들.
점심을 먹고나서는 금원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거기에 문바위와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거창은 한 마디로 바위의 고장이다. 거창을 둘러싼 사방 산악들이 모두 바위다.
이를테면 금원산은 황금(金) 원숭이(猿) 어쩌고 전설이 있지만 지어낸 이야기다. 원래는 검은산에서 나왔다. 거무튀튀한 바위로 온통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첫째가 문바위다. 주차장에서 300m가량 오르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높이는 열 길이 더 되고 길이 또한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아래가 들려 있어 사람이 들어가 묵을 수도 있다. 거기서 문바위가 내뿜는 기를 받으려는 듯 기도용으로 촛불이 켜져 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 이씨왕조가 들어설 때 고려를 위하여 숨어 살았다는 이원달을 기리는 '달암 이선생 순절동(達巖李先生殉絶洞)'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미 올라오는 길에 차가운 계곡물을 만나 즐거운 탄성을 쏟아냈지만 여기서 한 번 더 탄성이 터져나온다. 다들 안팎을 둘러보고 아래위를 가늠해 보면서 고개를 치켜들고 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바위는 거창의 역사문화에도 스며들어 있다.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마애여래삼존입상)이 그 하나다.
문바위 위쪽 50m 정도 커다란 바위 두 짝이 걸쳐져 있는 틈새 수직 암벽에 부처님 한 분과 협시보살 두 분이 새겨져 있다. 적당히 아늑하고 어둑하고 눅눅하여 분위기가 그럴듯하다.
옛적 고려시대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새긴 불상이다. 중국 요나라 연호 천경(天慶) 원년을 함께 적었기에 시기가 1111년으로 특정되는 귀한 유물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은 버스 타고 와서 10분만 걸으면 되지만 900년 전에는 적어도 하루종일 꼬박 올라야 하는 까마득한 산 속이었다. 온갖 고생을 무릅써야 하는 첩첩산중이다.
그 바위에 불상을 새기는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무엇이 그토록 절실하게 걸음하고 망치질 정질을 하게 하였을까, 지금 우리가 부모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견주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등을 여기 새긴 마애불 앞에서 한 번 가늠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은 수승대다. 물줄기와 어우러지는 바위들의 한 바탕 대잔치다. 거창의 역사와 문화가 제대로 녹아 스며들어 있다. 구연서원·관수루·요수정 같은 건물과 누정은 물론 물줄기와 바위 하나하나에도 숱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풀어놓으려면 석 달 열흘도 모자란다. 그러니 입은 닫고 대신 눈과 귀를 여는 것이다. 자연과 역사·문화를 누리는 감각세포가 깨어나면 그로부터 관심과 흥미가 싹트기 마련이니까.
관수루 바위에 걸터앉아 물의 미덕을 함께 꼽아보았다. 아래로 흐른다, 윗자리를 노리지 않는다, 밑에서부터 채운다, 맑다, 깨끗하다, 다 받아들인다, 앞을 다투지 않는다 등.
한 바퀴 돌아본 뒤에는 너럭바위에 다들 모여 오늘 듣고 보고 느낀 바를 '도전, 골든벨!'로 정리했다.
수승대 구연서원 마당에서 찍은 기념사진.
"문바위에서 올라가니 가섭암터 마애삼존불상이 있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조성했다고 한다. 어둑어둑한 동굴 안에 있는 불상은 햇빛이 얼마나 드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데 오늘은 안개가 끼어 아쉬웠다. 다음에 오면 꼭 그 느낌을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책에서 봤던 것을 와서 보고 직접 만지기도 하니 더욱 기뻤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 같다."(1학년 박가진)
"거창박물관에서는 보물 530호 찾기, 대동여지도 사진찍기와 같은 미션을 통해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금원산 자연휴양림에서 산길을 주욱 올라가 문바위와 여래삼존불상을 보았다. 이곳을 둘러보며 역시 거창은 바위의 고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계곡 물소리와 나무, 산길을 접해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어 거북바위가 있는 수승대에 갔다. 어릴 적 연극제 때 와 본 곳이라 기억을 떠올려 보았으나 온통 새로웠다. 마지막엔 거북바위 근처 바위에 앉아 오늘 총정리 퀴즈를 풀었는데, 하루의 여정을 쭉 돌아볼 수 있었다."(2학년 정지인)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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