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제일중 학생과 함께
가야 중심 국립김해박물관
청동기시대 율하유적공원
둘러보며 '집중 역사 탐구'
봉하마을 노무현묘역 참배
고개 숙이며 국화 바치고
고인 지향한 '평등'되새겨
덥다. 푹푹 찌는 무더위다. 7월 18일 진주제일중학교 학생들과 김해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다함께 화포천 습지도 들르고 봉하들녘도 걷고 구지봉도 오를 수 있을 텐데 모두 생략이다. 대신 핵심만 추려서 둘러본다.
◇가야 전문 박물관
김해 하면 가야다. 김수로왕의 가락국이 자리 잡았던 터전이다. 가락국은 초기 가야 세력을 이끄는 맹주 노릇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라에 멸망한 뒤에도 후손들은 큰 역할을 했다. 보기를 들면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 장군이 가락국 왕족 출신이다.
경남에는 국립박물관이 두 개 있다. 하나도 없는 지역도 있고 하나만 있는 지역도 많다. 국립박물관이 두 개인 데는 경남과 충남뿐이다.
그만큼 역사가 풍성하고 문화가 융성해서 보관·전시할 유물이 많다는 얘기다. 진주와 김해에 하나씩 있다. 진주는 임진왜란이 전공이고 김해는 가야가 전공이다. 국립김해박물관에 가면 김해 말고 다른 지역의 가야 역사와 유물까지 살펴볼 수 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박물관에서는 두 명이 한 팀을 이루어 미션 수행을 했다. 학생들에게 그냥 한 번 둘러보라고 하면 기껏해야 20분이면 끝이다. 그러고는 여기저기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에다 고개를 처박기 일쑤다.
핵심을 짚어 미션을 만들고 이에 따라 해당 유물과 설명을 찾아 인증샷을 찍도록 했더니 한 시간이 모자랐다. 다들 열심히 재미와 보람을 누렸다.
그런 덕분으로 열두 문제 가운데 열한 개를 맞힌 최고 성적이 두 팀이다. 다른 경우는 보통 한 팀도 어렵다. 선물로 문화상품권을 안겼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문제 풀이를 하면서 내놓는다. 이를테면 미늘쇠 같은 경우는 이렇다. 집단의 우두머리가 위세를 떨치기 위하여 이런저런 행사에 쓴 물건이라는 사실은 미션 수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설명에서는 끝에 매달려 있는 조그만 쇠붙이를 갖고 강조점을 찍는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도 생겼고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도 생겼다. 뱃속의 태아는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고 사냥을 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상징하고 새는 신성한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를 덧붙이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
◇김수로왕 이전의 김해
김해 하면 대부분은 김수로왕을 곧바로 떠올린다. 김해를 대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수로왕 말고 다른 역사 유물은 김해에 없는 듯이 여기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물론 김수로왕 이전에도 김해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율하동 유적공원이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철기시대 가락국보다 앞선 청동기시대에 공동묘지로 조성되었던 고인돌 유적이다.
날씨가 더운 만큼 여기서도 시원한 전시관 실내에서 진행했다. 먼저 도전! 골든벨을 통해 고인돌과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힘센 우두머리들 말고 어린아이들도 고인돌에 묻혔다. 그래서 커다란 고인돌도 있고 조그만 고인돌도 있다. 다른 나라에도 고인돌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 집중되어 있어서 전세계 고인돌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전라도 고인돌과 경상도 고인돌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 있었다. 전라도는 보석이나 금붙이 같은 장식물을 많이 묻어 죽은 사람의 높은 지위를 나타냈고 경상도는 작은 바위로 고인돌 둘레에 영역을 넓거나 좁게 표시함으로써 묻힌 사람이 누렸던 권력의 크기를 나타냈다.
진주제일중 학생들의 집중력은 거듭 놀라웠다. 율하유적공원에서도 그랬다. 열 문제 가운데 한 개만 틀리고 나머지는 다 맞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렇지 않았다.
전시관에는 고인돌 실물도 있다. 모형을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굴한 그대로다. 구덩이를 깊게 파고 돌로 만든 석관에 시신을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돌멩이를 빼곡하게 채워넣었다. 그러고는 그 위에다 크고 무겁고 널찍한 돌을 올려다 얹었다.
위를 덮어 고이도록 했다는 뜻으로 덮개돌을 고인돌이라 한다는 얘기도 슬쩍 걸친다. 다른 때 같으면 공원 일대에 각양각색으로 널려 있는 다른 고인돌까지 좀더 둘러봤겠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건너뛰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미션 수행을 하는 모습.
◇현대의 역사 노무현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와 무덤이 있다. 그이의 업적과 과실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사람이나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대신 두 가지만 일러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에게만 해당되는 것들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대졸 학력이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것과 임기를 마친 뒤 서울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 유일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고인돌을 본떠서 조성되었다는 사실도 일러준다. 평소 고인이 지향했던 바가 평등이었다.
이를 나타내려고 봉분을 크고 높게 세우는 대신 시신을 화장하여 평장으로 묻었다. 그러고는 위에 덮개돌만 하나 올렸다. 어쩌면 이것이 100년 뒤 200년 뒤 미래에는 새로운 문화유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날씨가 더워 묘역과 생가만 둘러보도록 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떠들지 말라고만 일러주었다. 다른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참배를 한다. 무덤 앞에서 간단히 고개를 숙이는 친구도 있고 국화꽃을 하나 집어들고 헌화를 하는 친구도 있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무리지어 다니면서 바닥에 깔린 박석들을 눈여겨 살펴본다. 추모하는 글은 물론이고 자신을 돌아보거나 다짐하는 글귀들, 은근히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이 박석에는 적혀 있다.
여유 시간도 좀 주었다.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음료수를 사먹으며 즐기라는 취지였다. 그랬더니 몇몇이 어디 좀 다녀와도 되느냐고 묻는다. "그럼, 당연하지." 했더니 곧바로 어디로 뛰어간다. 생전 모습 동영상을 보여주고 관련 유품을 전시하는 건물이 그쪽에 있었다.
율하유적공원에서 고인돌 도전 골든벨을 하는 모습.
김훤주
'지역에서 본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도사 대웅전에는 왜 불상이 없지? (0) | 2019.02.12 |
---|---|
4. 논, 노동과 추억이 공존하는 생명터 (0) | 2019.02.10 |
너럭바위 걸터앉아 물의 미덕 꼽아보고 (0) | 2019.02.09 |
기자 체험과 역사 탐방을 한꺼번에 (0) | 2019.02.08 |
3. 일제강점 피땀어린 농업유산 주남저수지 (0) | 2019.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