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역 중학교 자유학기제 M. Y. Dream 청소년 진로체험교실’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8월부터 12월까지 다섯 달 동안 진행됐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활용하여 M(ake) Y(our) Dream=My Dream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두산중공업과 창원교육지원청이 지원·주관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한다.
2015년 첫 해는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함께 학교 바깥에서 했고 2016년부터는 창원교육지원청과 함께 학교 안에서 하고 있다. 올해는 용원·남산·창덕·해운중 네 학교에서 각각 20명씩 모두 80명이 참여했다.
진로체험교실은 ①직업의 의미를 알아보면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직업을 고른 다음 ②3~6명씩 현장을 세 차례 찾아가 실습을 겸하여 직업인과 대화·토론을 하면서 ③자기가 선택한 직업을 하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을 짜고 공유하기까지 모두 10차례 활동을 벌인다.
이론과 강의를 중심으로 그것도 학급 또는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현실에서 탐색→체험→설계를 밀도 있게 경험하는 드문 기회인 것이다.
◇꿈과 끼만으로는 안 되는 직업의 세계
1단계 탐색 과정에서는 직업 선택과 돈·안정성·적성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설정해 보게 함으로써 직업이 꿈이나 희망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 문제임을 느끼게 했다. 또 자기가 아는 직업이 얼마나 되는지 꼽아보게 하고 그것이 실제 직업 세계의 0.0001%도 되지 않는다는 비교를 하면서 좀더 넓게 시야를 열도록 이끌었다.
유치원교사 체험에서 아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남산중 학생들.
직업이란 무엇일까?
꿈이나 끼 또는 재능이나 적성만으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업은 무엇보다 자기 생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밥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하고 좋아해도 밥과 연결되지 않으면 취미는 될 수 있어도 직업으로 삼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 해도 꿈과 끼 또는 재능과 적성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생계 유지를 위하여 하기 싫거나 못하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그보다 끔찍한 지옥은 없다.
이처럼 직업이란 잘하거나 좋아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경우는 더욱 더 많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과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균형감각을 갖고 두루 살펴서 선택해야 한다.
사진작가 체험에서 운동장에 나와 여러 가지 카메라를 다루어보는 용원중 학생들.
더욱이 지금 사회는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지금 중1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인 10년 후에는 지금 손쉽게 떠올리는 직업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져 있을 정도다.
게다가 중학교 1학년은 이제 열네 살이다. 직업에 대해 아예 생각이 없는 학생도 많고 특정 직업에 꽂혀서 다른 가능성은 아예 살펴보지 않는 학생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저런 직업을 올려놓고 자기와 맞는지 가늠해보는 학생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적극 수용한 체험 과정
1단계 탐색은 지난해까지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2단계 체험 과정에서는 변화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많은 선택을 받았던 요리사·제빵사·심리상담사·교사·공무원·방송PD 등은 빼거나 최대한 줄였다. 대신 드론·코딩·로봇·유튜버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업·기술을 넣고 직업 세계가 변신 중인 패션디자이너와 창의성으로 주목받는 큐레이터를 추천했다.
급변하는 사회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초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실제 직업 현실은 생각처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유치원교사를 선택한 학생들이 있었는데 어린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1시간 남짓 체험하고서는 아이들이 치대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다며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어렵겠다고 얘기했다.
패션디자이너 체험에서 자기가 만들 작품을 위해 소품을 고르는 용원중 학생들.
다른 하나는 관련 기술 실습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작가의 경우 사람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뿐만 아니라 글을 잘 쓰면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드론이나 코딩·로봇 같은 경우는 더욱 중요시했던 대목이다.
보통 이런 직업 체험을 하면 그냥 재미를 위하여 기계를 조작해보는 것으로 그치지만 진로체험교실에서는 로봇이나 코딩 또는 드론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 매우 많으며 미래 사회에서는 어쩌면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발표로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설계 과정
마지막 3단계 설계 과정은 지금 여기 중학교 1학년부터 미래 직업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희망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지금 자기가 잘못하는 부분을 그대로 버려두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경찰관이 되려면 봉사정신을 드높이고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고 시험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역사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용원중 학생들이 전체 발표회에서 자기 스스로 디자인하고 리폼한 옷을 설명하고 있다.
또 여태까지와 달리 저마다 설계한 내용을 돌아가면서 모두 발표하게 하여 서로 공유하도록 했다. 발표를 하게 했더니 그렇게 하지 않았던 여태까지와는 달리 자기 설계도 좀더 세밀하게 하고 다른 친구의 발표 내용도 좀더 귀기울여 듣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하여 서로 내용을 참고하였는지 대체로 좀더 그럴듯한 내용으로 설계가 되어 나왔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 전체 발표회는 좀더 생동감 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소감을 그냥 읽는 데서 그쳤지만 올해는 자기가 체험한 것을 무대에서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한 학기 5개월 과정은 어쩌면 아주 짧다. 또 느끼거나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삼는 바도 참여한 학생 제각각의 몫이다.
어쨌든 현실 직업의 세계를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짧지만 다양하고 밀도 있게 들여다볼 수는 있었다. 직업 또는 꿈 또는 장래 희망에 대한 고정 관념이나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고 발 딛고 선 여기에서 현실적으로 살펴보는 계기도 충분히 되었을 것 같다.
진로체험에 참여한 한 학생의 소감문.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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