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 시인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좀 길지만 인용해봅니다.

“10대 여성. 아무나 나를 좋아한다고만 하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가 되기 쉽더라. 그런데 이 나이에 사랑이 뭔지 아는 남자는 없다는 걸 죽어도 모른다.

20대 여성. 연애하고 싶어서 미치겠어서 20대 말쯤 되면 깨어진 연애의 상처가 별자리를 이룬다. 사랑이 뭔지 아는 남자가 드물다는 교훈을 얻는다.

30대 여성. 연애하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연애할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과. 10대 미혼모, 20대 이혼으로 끝나는 결혼, 30대 비혼.

저출산. 저출산 대책을 여성 상대로만 하지 말자. 어릴 적부터 사랑하는 법, 섹스하는 법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남자아이들에게도 가르치자.

성폭력을 매우 심하게 처벌하자. 직장 내 성차별을 매우 심하게 처벌하자.

심리학 교육을 의무화하자. 대화법을 가르치자.”

남성인 저도 무척 공감이 가는 이야기여서 냉큼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 없습니다. 물론 스스로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깨우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한창 연애 상대를 찾아 헤매는 나이에 그걸 깨닫는 남자는 드문 게 현실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도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상대를 내 스타일에 맞추려 하지 않고 온전히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사랑이란 걸 정말 몰랐습니다. 연인 사이에서 갈등과 폭력, 심지어 살인까지 벌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아무리 연인 관계라고 해도 사람은 독립된 존재이고, 상대의 의식이나 행동 양식, 그의 선택과 결정까지 개입하고 조종할 순 없는 것이죠. 심지어 헤어지겠다는 결심까지도 오로지 상대의 선택이며 존중받아야 합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상대를 구속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함께 있으면 왠지 숨이 막히고 긴장으로 몸이 뻣뻣해지는 관계는, 연애는 가능해도 사랑이라고는 할 수 없네.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라 할 수 있지.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걸세. 반면에 구속이란 상대를 지배하려는 마음의 표징이며, 불신이 바닥에 깔린 생각이기도 하지. 내게 불신감을 품은 상대와 한 공간에 있으면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을 수 없겠지?”(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서로를 대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겠지요. 에리히 프롬도 <사랑의 기술>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이렇게 사랑하는 법을 가정과 학교, 사회가 가르친다면 범죄발생률은 크게 줄어들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제 후배 시인이 쓴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사랑이 문제 아니로소이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문제 아니로소이다

내 눈에 흐르는 눈물은 정녕 사랑 때문이 아니올시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올시다

-김경신 시집 <오직 그냥> 중 ‘있는 그대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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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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