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자연은 파업은 못해도 보복은 할 줄 안다

김훤주 2016. 8.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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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수질이 4등급 안팎으로 나빠졌다 합니다. BOD는 4등급, COD는 5등급, 다른 총인이나 등등은 3등급 이런 식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4등급 안팎이면 '상태가 좋지 않은 농업용수 수준'으로 '적지 않게 오염된 상태'라고 합니다. 

사람은 본래 색깔에 민감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낙동강 강물은 탁한 녹색이어서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지경입니다. 잘라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된 4대강 사업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낙동강을 완전히 가로막는 댐임이 분명한데도 조그맣게 물을 가두는 보(洑)라고 우겼습니다. 그러면서 생겨난 것이 함안보·합천보·낙단보·상주보 같은 등등 여덟 개나 되는 댐입니다. 

녹조 현황. 오마이뉴스 사진.

이로써 강물의 흐름이 느려졌습니다. KNN 보도를 따르면 2006년에는 안동댐에서 낙동강하구까지 흘러오는 데 31시간 걸렸습니다. 하지만 2015년에는 같은 거리를 흘러오는 데 168시간으로 다섯 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어지간한 미세물질은 죄다 바다로 빠져나갔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흐름이 느리다 보니 모두 강바닥에 가라앉아 썩어버렸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당연히 물 속 산소는 충분하지 못하게 되었고 덩달아 물풀도 생명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녹조. 연합뉴스 사진.

녹조. 경남도민일보 사진.

물고기들은 이런 물풀 언저리에 알을 낳기 마련인데 말하자면 물고기가 알을 낳는 자리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처럼 미세물질뿐만 아니라 물풀까지 죽어나가 썩다 보니 물 속 산소는 더욱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물고기조차 가쁜 숨을 내쉬게 되는 원인입니다. 

이는 실증이 됩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가 빙어·은어처럼 1급수 어종을 비롯해 모두 70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 조사에서는 강준치·숭어·누치 등 여덟 가지뿐이라고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녹조까지 들끓어 낙동강 강물은 표면은 물론 수중까지 온통 녹조 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자연은 파업은 못하지만 보복은 할 줄 안다고 합니다. 낙동강은 수질이 나빠지고 녹조에 뒤덮여도 흐름을 멈추는 파업은 하지 못합니다. 반면 수돗물을 받아 먹는 주민들한테 제 값을 더 치르도록 하는 보복은 할 줄 압니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일구는 이들에게도 물고기 씨를 말려 보복을 합니다. 낙동강 강물로 농사짓는 사람에게도 크든 작든 비용이든 건강이든 앙갚음을 합니다. 

이렇듯 주민들은 속절없이 보복을 당하지만 책임지고 보상하는 사람이나 기관은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정부기관은 기껏 한다는 얘기가 '피해 입증을 해서 소송에서 이기면 된다'는 정도인데 이조차 법정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살아 있었던 창원 본포 낙동강 모래톱.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이명박 정부일까요? 그이는 2007년 대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을 때 공약이 한반도대운하 건설이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실제 된다 해도 환경 재앙을 부르리라는 차원에서 반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된 뒤 대운하 건설이 저항에 부딪혔을 때 이를 살짝 비틀었습니다. 그러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갖은 부작용이 진행 도중에 터져 나오는데도 전혀 꿈쩍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낙동강 본포모래톱을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갉아먹었습니다.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자연한테 보목을 당해도 싸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인간 세상입니다.


좀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였나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환경 관련 공약 하나로 마음을 주거나 않거나 한다는 것은 정한 사실이지만, 어쨌든 투표를 하거나 않거나 한 유권자들 우리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특히 지금 낙동강 수질 악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경남에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홍준표가 싫어서 일부러 제가 끼워넣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2014년 지방선거도 사실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2013년 8월 낙동강 녹조가 4대강 사업 보 설치 탓이 아니라는 이명박 정부 옹호 발언으로 작지 않게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홍 지사는 그래서 충분히 반환경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듬해 60% 가까운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낙동강 수질이 나빠진 까닭이 이명박 정부에게만 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 발등을 제 손으로 되풀이 찍어 온 우리 자신이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결론 삼아 말씀드립니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을 정부를 우리 손으로 선출하는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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