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참여와 자치없는 지방분권은 지방독재만 강화시킨다

기록하는 사람 2016. 8. 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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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가 지면개편을 하면서 '지역이 중앙에게'라는 칼럼란을 신설했다. 참 어색한 컷이다. '지역'과 '중앙'은 호응할 수 없는 단어다. '지방'과 '중앙'이라면 모를까. 아마도 '지방에서 중앙에게'라면 수직관계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니까 이런 어정쩡한 컷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이 서울에게'도 뭔가 맞지 않다. 서울도 지역 중 하나이니. 

내 생각엔 '지역에서 본 한국' 또는 '서울 밖에서 본 한국사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지역통신' 뭐 이런 거면 차라리 나았을 듯 싶다.

어쨌든 7월부터 한겨레에 이 칼럼이 나왔다. 김수민, 황민호, 김석, 권영란... 이렇게 4명이 쓰는 칼럼이 '지역이 중앙에게'라는 코너다.

경남 대표선수로 단디뉴스 권영란 대표가 쓴 칼럼이 나왔다. ('창희산성'의 정치공학이라는 제목도 내가 보기엔 전형적인 종이신문 마인드로 붙인 제목이다.) 그걸 보고 나는 페이스북에 이런 코멘트를 올렸다.

나도 '지방분권, 자치론자'이긴 하지만, 지방분권, 지방자치라는 게 단지 중앙과 지역,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 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지역이 중앙에게'라는 한겨레 칼럼 코너명이 좀 의아스럽다.

마치 '중앙'에 대한 불만을 지역사람들이 마음껏 토로해보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사실 지역내부의 권력 독점도 중앙집권 못지 않게 심각하다. 지방자치제 이후 각 지자체는 사실 '지방독재' 수준이다. 이런 실태와 문제를 지역에서 짚어내고 널리 알리는 것까지 이 칼럼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지역이 중앙에게'라는 코너명은 좀 협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그리고 줄기차게 써왔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이다.

"'지방분권' '지방자치'라는 말이 마치 지역사람들의 무기처럼 쓰이고 있지만, 그동안 지방을 망친 원인이 단지 권력과 예산이 적게 주어졌기 때문일까. 지역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 힘을 시민에게 돌려주지 않고 관변단체를 비롯한 토호집단과 손잡고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해온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시민참여를 통해 진정한 자치를 할 생각이 없는 단체장들이 시혜적으로 도로를 내고, 다리를 놓고, 복지회관을 지어주는 게 과연 진정한 지역발전일까."

"주민참여 방안 없이 권력만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은 지역의 관료와 토호들의 권력만 강화할 뿐이다.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지역민주화가 전제되지 않은 채, 단지 중앙의 권력을 갖고 오는 차원의 지방분권은 결국 지역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식으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참고로, 이 칼럼의 필자 권영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링크하면서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권영란 7월부터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목요일자로 보도되는 칼럼으로 컷이 '지역이 중앙에게'입니다. 4명의 필진이 돌아가며 쓰니 4주에 한 번인 셈입니다. 제 첫번째 칼럼은 지난 7월 21일자 ''창희산성'의 정치공학', '지금 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근데 '지역이 중앙에게'라니....강준만 교수의 '지방은 식민지다' 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걸까요? '중앙'을 댑따 까라고 하네요. 지역에서 변방에서 살면서 서울공화국, 이른바 중앙권력에서 얼마나 소외되고 권리를 박탈 당하고 있는지를... 

글쎄요. 지방이 중앙에 예속돼 있고 분명 식민화 돼 있는 게 엄혹한 현실이지만, 솔직히 중앙을 까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기대가 있을 때 하는 짓이지요. 지역에 살고있는 제 자존심은 '중앙 따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앙이라는 것에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 없습니다. 지역이 변화하지 않는데 중앙권력이 변화할 거라는 기대 더욱 없습니다. 

지역 자치와 분권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순진한 제 생각은 지역이 변하고, 지역 주민이 변화하고 그 속에서 중앙권력이 바뀔 거라는. 내가 사는 이곳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더 엄혹한 현실이라는.

한편 다음은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코멘트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이다. 이 또한 상당히 의미있는 내용이 많아 여기 기록해둔다.

Young Don Sim 지방독재론과 지역혁신론에 크게 공감합니다. 역시~! 포인트를 시원하게 잡았습니다.

Michael K. Choi 그만큼 '지방'과 '중앙' 사이엔 온도차가 있다는 뜻입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집니다.

선안나 중앙과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우열관계로 설정한 코너 성격 자체가 구시대적 인식틀입니다. 모든 지역이 중심입니다. 마산지역, 광주지역처럼 서울지역인 것이구요. 서울지역에 권력 집중현상이 있지만, 중앙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지, 지역현안을 '중앙' 어디에서 혹은 누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지역마다의 자율성을 부지런히 알리는 것이 언론의 일일 텐데, 시혜라도 베풀듯 지면을 열어줄 테니 중앙에 할말 해봐라 하는 태도는 인식이 후지다 싶네요.

이상익 지방권력의 또다른 권력집중화현상은 중앙정부폐해 못지 않음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있습니다. 사실, 중앙이든 지방이든 권력이 독점되고 끼리끼리 갈라먹는 독점형태로는 지자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어쩌면 눈 밖에 숨겨진 지자체의 폐단이 더 큰지도 모를 일입니다

성륜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이경희 지역'보다는 '변방'이라고 하고 싶네요. 변방은 다시 그 변방을 거느리고.... 그리고 정치권력이나 행정권력만이 아닌 gender 권력에서 변방인 여성이나 (특히 노인여성, 농촌여성, 장애인여성) 성소수자들에게는 지방분권보다는 성분권이 훨씬 더 절실하기도 합니다. 시민운동, 진보적 시민운동조차도 중앙집중적 조직체계와 권력구도에 충실히 길들여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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