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품 뿌리는 조합장 선거

 

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경남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잇달아 적발·검거되고 있습니다. 금품 준 사람도 처벌받고 금품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주 한 농협에서 조합장 후보로 출마한 현직 조합장이 조합원 두 사람한테 고무줄로 묶은 5만원짜리 넉 장 20만원씩을 조합원 두 사람한테 건넸다가 바로 붙잡혔습니다.(경남도민일보 3월 5일치 5면)

 

또 창원원예농협 조합장 선거에서는 한 조합장 후보가 함안에서 농사짓는 조합원 두 사람한테는 50만원씩을, 마찬가지 함안에서 농사짓는 또다른 둘한테는 30만원을 줬거나 주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8일에는 함안 한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어떤 후보의 부탁을 받고 조합원 열세 사람한테 대신 10만원씩을 돌린 사람이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거창에서도 열두 명 조합원한테 380만원을 뿌린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된 사람도 있습니다.(이상 모두 경남도민일보 3월 9일치 5면)

 

경남도민일보 3월 5일치 5면.

 

2. "돌려줄지언정 신고는 못해"

 

저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경남 어느 지역 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선 한 사람이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한테 현금 50만원을 건넸다는 것입니다. 무슨 대가성이 없는 물건을 함께 받았는데, 집에 와서 물건 포장을 뜯어보니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짜리 열 장이 봉투 안에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선배는 받을 수 없다는 거부 의사 표현과 함께 곧바로 돌려줬는데, 경찰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정도 되면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 뽑는 이번 선거가 과연 정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상하다는 생각도 한편 듭니다. 조합장 선거는 아무리 금품이 산더미로 오가도 드러나기는 어려우리라 대부분 예상을 했거든요. 후보로 나선 이나 투표하는 조합원이나 같은 지역에서 오래 살면서 서로 빤하게 잘 아는 사이라서 받아도 신고·자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았던 것입니다.

 

제가 들었던, 50만원이나 되는 돈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돌려준 그 사람도 아마 그래서 신고를 할 수가 없었지 않았을까 싶은 것입니다.

 

3. 예상과 달리 신고 적발 자수가 많은 까닭은?

 

조합장 선거를 앞둔 2월 24일 마련된 블로거 간담회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는 경남선관위 홍보과 직원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이렇게 적발·단속·검거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물론 이조차 실제 이뤄지는 금품수수에 견주면 새발에 피도 안 되겠지만) 왜일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바로 그 ‘빤함’이 까닭이 아닐까 한 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이번에 선거를 하는 조합이 경남에서는 171군데이고 후보는 446명이며 유권자 숫자는 35만6691명(중복 포함. 경남선관위 2월 24일 예상)입니다. 그러므로 조합 하나당 평균 조합원은 2086명이 됩니다.

 

(이 가운데 26개 조합은 입후보한 사람이 하나뿐이어서 무투표 당선이 되므로 여기를 빼면 실제 선거운동이 벌어지는 데는 145개이고 여기 해당되는 후보자는 420명, 경쟁률은 대략 3대1 정도입니다.)

 

이렇게 빤하다 보니, 누가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지지하지 않는지도 서로 잘 알 테고 또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한 조합원이 누구인지도 서로 잘 알 것입니다.

 

 

말하자면 어느 후보가 어느 조합원을 대상으로 삼아 선거운동을 벌일지도 서로 짐작할 수 있을 테고 또 어떤 조합원이 어떤 후보 선거운동을 거드는지도 알 수 있겠지요. 어떤 후보든 선거운동 동선을 손바닥 손금 보듯 떠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자기가 당선되려면 어떻게든 다른 후보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선거의 속성까지 더해지면 이미 서로 감시하는 눈길 또한 만만찮을 텐데요, 이런 조건들이 어우러져 후보들 금품 살포가 이렇게나마 드러나게 되지 않았겠느냐,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4. 보도된 금품 뿌린 사례를 실제로 보면

 

실제로 지금껏 보도된 금품 뿌린 혐의 네 건을 보면 하나는 적발된 후보가 자기 집을 나서서 조합원 둘한테 돈을 건넨 장면은 물론 그 뒤까지 경찰이 줄곧 미행했습니다. 경찰이 무슨 수로 미리 알았을까요? 관련된 정황을 누구로부터인가 전해 받아 모두 알고 있었다고밖에 달리 볼 도리가 없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마스코트들.

 

다른 하나는 선거운동이 공식으로 시작(2월 26일)되기 전인 2월 20일 어름에 돈을 주고받은 것이 들통났습니다. 그것도 조합원들이 농사를 짓는 현장인 들판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돈 받은 사람 가운데 둘이 사실을 관계 당국에 알렸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당장이 아니고 시간이 보름 가량 지나간 지금에야 불거졌다는 정황을 보면 그 며칠 동안에 누군가 제3자가 이런 사실을 꿰차고 있다가 신고 또는 자수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력을 행사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합 특성상 뻔히 아는 사람 또는 그 뻔히 아는 사람이 소개하는 사람에게 이를테면 배신을 때리고 인간관계까지 망가뜨리기는 쉽지 않을 테기에, 그를 넘어서는 어떤 압력이 있지 않고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아무래도 합리적 추론의 결과일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조합장 후보 부탁을 받고 조합원들한테 돈을 뿌린 사람이 자수를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자수한 이 사람이 원래는 부탁한 후보랑 어떻게든 아주 가까운 사이였겠지요. 그럼에도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수를 하고 배신을 때렸습니다.

 

경남선관위 홍보 자료 가운데.

 

왜 그랬을까요? 가장 손쉽게는 그런 인간관계를 버리고 심경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강력한 외부작용이 있었지 않겠느냐 짚을 수 있고, 다른 후보(또는 그 관련자)의 감시 또는 적발이 그런 외부작용 가운데 하나였을 수 있음 또한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마지막 거창에서 적발된 사람은 결국 후보등록을 포기했는데, 돈을 뿌린 시점이 1월, 후보등록이 2월 24~25일, 구속은 3월 6일로 나와 있습니다. 이를 보면 한 달 열흘 정도 동안 지속적으로 이런저런 작용(말하자면 밀당 또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지 않았겠느냐 넉넉히 짐작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사례를 살펴보건대, 조합 구성의 빤함 때문에 이런 적발과 신고와 자수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짐작이 100% 다 맞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체로 사정이 어떠할지 살펴보는 데는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어쨌든 돈 받은 사람도 처벌 대상!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 처벌 대상이 금품을 뿌린 사람만으로 한정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금품을 받은 사람도 처벌대상입니다. 받은 금품이 100만원이 안 되면 받은 금품의 10~50배(최고 3000만원까지)를 과태료로 내야 하고 100만원 이상이면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떨어지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경남도민일보 3월 9일치 5면.

 

이를테면, 앞에서 부탁을 받고 돈을 뿌려놓고 자수한 경우 자기한테서 10만원씩 받은 조합원 13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적어도 100만원 많으면 500만원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경찰이 현장을 덮친 20만원은 적어도 200만원, 많으면 1000만원, 또 비닐하우스에서는 30만원과 50만원이 주어졌으므로 최소 300만원 최고 2500만원, 거창 경우도 최소 100만원에서 최고 2500만원)

 

여태까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금품을 건넨 후보도 적지 않을 테고 받은 조합원도 아주 많을 것입니다. 좋아서 받은 조합원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받은 조합원은 그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냉정하게 거절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고 10만원 20만원 30만원 50만원 받아도 단속에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주고받은 서로가 입 닫고 가만있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태 드러난 사례를 보면 유심히 지켜보는 제3자가 어디서든 있을 개연성이 높음을 나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보도를 보면서 기분이 찜찜해지거나 불안해지는 조합원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어찌 들통나버리면 크든작든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6. 신고하면 포상금, 자수하면 과태료 면제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받은 돈을 돌려준다 해도 도로 주워담아지지는 않습니다. 금품수수는 주고받는 그 순간 범죄가 성립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돌려준다 해도 범죄 자체는 물려지지 않고 다만 ‘정상 참작’이 될 뿐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받았다면 돌려주거나 여부에 관계없이 신고 또는 자수를 한 시라도 빨리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렇게 하면 신고포상금(최대 1억원)도 잘하면 받을 수 있고 최소한 과태료 면제·경감만큼은 받을 수 있습니다.

 

경남선관위 홍보 자료 가운데 과태료 면제 감경 사유 설명 부분.

경남선관위 홍보 자료 가운데 신고포상금 지급 설명 부분.

 

 

경찰 또는 선관위가 처음 알게 된 사안이라면 과태료를 면제와 함께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라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구체적인 사항을 자세하게 일러주면(조금은 자의적일 수도 있겠지만) 과태료가 면제되고 그렇지 않으면 경감(줄여줌)을 받게 됩니다. 물론, 경찰이나 선관위가 자기 금품 받은 사실을 포착된 뒤에는 아무래도 이런 면제나 경감이 어렵겠지요.

 

하나만 더 붙여 놓겠습니다. 경찰 수사와 선관위 조사는 선거 뒤에도 이어진답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 등의 자수와 신고 역시 선거 끝난 뒤에도 유효하답니다. 조합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만약 돈을 받았다면, 그 돈을 받은 데 따른 불안이나 찜찜함은 오래 간다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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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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