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고성서 시작한 올해 토요동구밖 생태체험

김훤주 2015. 3.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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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과 마동호 철새도래지

 

2014년 첫걸음을 내디딘 두산중공업의 창원 지역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토요 동구밖 교실' 프로그램이 두 해째인 올해는 지난달 28일 시작됐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사원들 자발적 모금과 회사 매칭펀드 형식으로 모은 출연금을 창원시지역아동센터 앞으로 지정기탁하고 이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집행하는 방식으로 다달이 한 차례 진행됩니다.

 

생태체험·역사탐방·나무공예·창원투어·사회/과학체험 다섯 분야가 있는데 이 가운데 경남도민일보는 자회사 해딴에가 진행하는 역사탐방과 생태체험을 연재합니다.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알리고 북돋우려는 차원에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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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독수리 아빠 김덕성 선생님(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과 함께 고성 철성중학교 가까운 들판에서 독수리 먹이 주기를 체험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졌습니다. 독수리는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기 위해 날씨가 흐리거나 눈·비가 오는 날에는 둥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적게 먹고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돼 있는 독수리는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다니는데요, 이런 날은 상승기류가 형성되지 않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생태체험은 일정을 바꿔 당항포국민관광지에 있는 고성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답니다. 당항포국민관광지 주차장에서 내린 아이들은 팀별로 모여 바닷가 산기슭을 따라 자연사박물관으로 걸어갔습니다. 아이들 손에는 스물두 가지 문제가 적혀 있는 미션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새에서부터 다람쥐·청서, 뱀과 족제비·수달, 곤충과 거미와 나비·나방, 그리고 민물과 바닷물에서 살아가는 조개와 물고기 등등 모형과 안내판이 놓여 있는 사이를 오고가며 문제를 풀었습니다.

 

 

두산중공업에서 온 사회봉사단 선생님과 함께 정답을 찾는 팀도 있었고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로 짜인 팀은 자기네 힘으로만 해답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한 번만 둘러봐서는 다 풀 수 없었기에 박물관 1층과 2층을 두세 차례 오르내리면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청서와 다람쥐의 차이점이나 나비와 나방의 다른 점 같은 상식은 물론이고 철새 날개가 뾰족하고 텃새 날개가 뭉툭하게 서로 다른 까닭도 알아내고 익혔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바삐 돌아다녔고 그런 표정에는 호기심과 더불어 즐거움까지 묻어났습니다.

 

 

설명 위주로 진행했으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박물관 탐방을 한 시간가량 진행한 다음 다 모여서 문제풀이를 했습니다. 스물두 문제를 모두 맞힌 팀은 없었고 대신 하나 틀리고 스물한 문제를 맞힌 팀이 셋이나 나왔습니다.

정답을 확인하는 모습. 손을 들고 자기가 맞힌 갯수를 얘기하는 아이.

1인당 2000원씩이 든 '쥐꼬리장학금'을 일곱 아이에게 전달했더니 두 문제 틀리고 스무 문제 맞힌 아이들이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스무 문제 맞힌 팀은 그야말로 수두룩했답니다.

 

점심을 고성읍내 돈국돼지국밥에서 제대로 먹은 다음에는 마동호 철새도래지 간사지교라고 이름붙은 다리로 갔습니다.(간사지는 간석지(干潟地)의 잘못이라고 보면 맞다고들 합니다. 간석지는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갯벌을 뜻합니다.)

 

마동호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여기서 바닷가를 따라 낙정마을까지 왕복 1km 남짓 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철새도래지이기는 하지만 낮에는 새들이 근처 들판으로 먹이를 먹으러 나갑니다. 때문에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리나 기러기 몇십 마리가 눈에 보이는 게 전부였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몇십 마리에도 즐거워했지만 여기 바닷가에는 숨은 재미가 하나 더 있답니다. 바로 바위입니다. 오랜 세월 거듭해 쌓인 진흙들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퇴적암이, 걸어가는 오른쪽 산기슭에 켜켜이 온전하게 속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왼편 바닷가 갯벌은 물결 따라 오가는 진흙이 쌓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겠고요, 오른편 바위는 갯벌 진흙의 과거완료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바위는 무르고 푸석푸석하기 마련인데요, 이렇게 속살이 드러난 지층을 여태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바위에 달라붙어 만지고 쓰다듬고 두드리고 떼어내고 하면서 신기해합니다. 갯벌 진흙이 굳어지면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이구나…….

 

 

바위는 주민들 삶에도 들어가 자리잡았습니다. 낙정마을에는 바다와 바로 붙어 있는데도 좋은 우물이 있습니다. 낙수정(樂水井)입니다. 그 바로 옆에 옛날 담장이 남아 있는데요 어는 길에 본 그 바위들을 떼어와 만든 돌담이랍니다.

 

또 발 밑을 보면 하늘에서 내린 비가 바다로 흘러들도록 도랑이 만들어져 있는데요 바닥과 벽이 모두 그런 돌들로 둘러쳐져 있습니다. 자기 사는 둘레에서 재료를 얻어 삶을 꾸린 옛적 사람들 자취인 셈입니다. 아이들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우물과 돌담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더니 도랑 돌들은 발로 툭툭 차보기도 합니다.

 

더불어 돌아나오기 앞서서는 바닷가에 온 김에 억새와 갈대가 어떻게 다른지 실물을 들어 간단하게 일러줬더니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있었나 봅니다. 이날 생태체험에는 누리봄다문화·좋은씨앗교실·경화·창원행복한·팔용·메아리 등 여섯 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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