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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장마철에 걷기 좋은 공곶이 가는 길

김훤주 2014. 7.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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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저녁 7시 20분 즈음 창원교통방송에서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비가 와도 걷기 괜찮을 길을 찾고 비가 와도 분위기가 그럴싸한 장소를 골랐습니다. 장마철이 시작되는 모양이니까요.

 

강명식 어르신 내외와 공곶이

 

일요일 6일부터는 줄곧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날씨가 그래도 걷기 괜찮은 그런 장소가 거제에 있습니다. 공곶이 가는 길이랍니다. 자가용 자동차로 찾아가신다면 내비게이터에 예구 마을을 찍어서 그 끝까지 가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공곶이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죠. 여기는 강명식이라는 어르신이 아내와 함께 1969년부터 46년 동안 일궈온 농원입니다. 비탈진 야산과 자갈밭 1만 평을 사들여 동백나무와 수선화와 선인장 따위를 가득 넘치게 심었습니다. 수선화는 길거리에 심으라고 거제시에다가 해마다 기증할 정도가 됐고요, 동백나무는 농원 나드는 자리에 터널을 이룰 만큼 울창해져 있습니다.

 

 

이런 명소를 일궈놓고도 강명식 어르신 내외는 입장료 따위는 전혀 받지 않고 그냥 구경거리를 제공해 주시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곶이에서 허름한 일옷을 입고 허리가 구부정한 채 때로는 뒷짐을 지고 다니시는 분을 만나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고개 숙여 인사 한 번 올리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옛길보다 새길이 좋은 까닭

 

예구 마을에서 공곶이 가는 길이 예전에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하나밖에 없었는데 지난해 하나가 더 새로 생겼습니다. 자동차가 멈춰서는 주차장 끄트머리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질러 콘크리트길로 들어선 시점에서 오른쪽 건물과 건물 사이로 들어가면 새 길이 나옵니다.

 

새길과 옛길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옛길은 조금 가파른 편입니다. 새길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옛길은 길이 널러서 서너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새길은 너비가 좁아서 둘은커녕 혼자만 걸어도 꽉 차는 느낌이 듭니다.

 

옛길은 공곶이까지 2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새길은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그러니까, 다니러 온 시간이 빠듯하면 옛길을 걷고, 시간 여유가 좀 넉넉하다 싶으면 새길을 걸으면 됩니다.

 

 

게다가 새길은 나무가 전후좌우로 우거져서 여름에도 햇살에 살갗 그을릴 일이 없습니다. 또 옛길과 달리 바다를 끼고 빙 돌아가면서 걷는 길이라서,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푸른빛 바다가 선들선들 나타나는 풍경도 쓸만합니다.

 

여기에 더해 걷다 보면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는데요, 오른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아주 훌륭한 쉼터가 있다고 일러주면 그대로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거제시 사람들이 그런 데는 이골이 났는지, 아주 전망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그런 데를 잘도 찾아놓았습니다.

 

공곶이에서 누리고 즐기는 방법

 

이렇게 해서 도착한 공곶이에는 앞에 말씀드린 강명식 어른 수목 농원도 있고 바람이 시원한 몽돌 바닷가도 있습니다. 물론 정석대로 하려면 농원도 구석구석 알뜰하게 둘러보고 물결치고 바람부는 바닷가도 샅샅이 살피는 편이 맞겠지만, 굳이 꼭 그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서, 또 사람마다 다 다른 개성과 취향에 따라서 그냥 그렇게 움직이시면 되겠습니다. 저라면 일단 지금은 꽃이 없더라도 이리저리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농원을 좀 더 누비겠습니다. 강명식 어르신 일하시는 보람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잎사귀가 주는 상쾌함도 더불어 누릴 수 있습니다. 좋은 나무에서는 이처럼 꽃이 없어도 좋은 냄새가 나기까지 한답니다. 그런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언뜻언뜻 비치면서 기분도 좋아지게 만들어줍니다.

 

 

다음에는 해변과 농원이 만나지는 자리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들어가 잠깐 다리품을 쉬겠습니다. 언제나 상큼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여기는 동행한 이들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입니다.

 

또 신발과 양말을 벗고 파도 밟기도 하고 싶습니다. 맨발로 다가가는 순간 바다는 더 많은 것을 열어서 보여주고 느끼게 해줍니다. 그냥 바라보는 바다랑 자기가 몸을 섞어 한데 어울리는 바다랑은 도저히 같을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바다로 풍덩 뛰어들지는 못할지라도 이렇게 발바닥이나마 여기 바닷물에 적시면 그 발바닥을 통해 바다는 더욱 많은 느낌을 건네줍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리저리 잔뜩 흩어져 있는 몽돌을 거닐겠습니다. 여기 몽돌은 학동해수욕장 같은 데와는 달리 조금 큰 편입니다. 그러니까 발을 내디딜 때 조심해야 합니다. 뾰족구두를 신고 왔다면 아예 처음부터 벗고 다니는 편이 낫습니다.

 

 

어쨌거나 몽돌을 높다랗게 쌓아놓은 데도 둘러보고 어린아이들처럼 몽돌 무늬나 색깔 따위를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바닷가에 적당하게 자리잡고 앉아 머리와 가슴을 비워보겠습니다. 이런 데 와서까지 이런 생각 저런 걱정을 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몽돌을 담벼락처럼 쌓아놓은 위에 자라난 나무들.

앉을 자리는 바닷물과 가까울수록 시원합니다. 물결이 쳐올라와도 옷이 젖지 않을 정도가 알맞겠습니다. 함께하는 일행이 정겨운 사람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가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커다란 몽돌과 조그만 갯메꽃.

 

바닷가에 오면 아이들은 가만 내버려 둬도 잘만 놉니다. 물수제비 뜨기도 하고 고둥 따위도 줍고 몽돌 쌓기도 하고 파도 밟기도 하고 또 물에 풍덩 뛰어들어가기도 합니다. 여벌옷, 여벌 신발 정도만 미리 장만하시면 그만입니다.

 

서이말등대 들머리에서 공곶이 가는 길

 

좋은 길 찾아 걷기를 정말 좋아하신다면, 예구마을에서 들어가는 길 대신 시내버스를 타고 누우래재에서 내린 다음 서이말등대 가는 길을 따라 걸으시다가 공곶이로 빠져 들어가는 길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누우래재는 한자로 쓰면 와현(臥峴)이고 와현해수욕장 할 때 바로 그 와현입니다.

 

누우래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서이말등대로 가다 보면 이렇게 와현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좋은 자리에 긴의자가 있습니다.

 

콘크리트길.

 

서이말등대 가는 길은 들머리가 지세포 자원비축단지 가는 길과 겹쳐집니다. 이렇게 겹쳐지는 길은 아스팔트도로이고요, 한 800m쯤 가서 그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난 서이말등대 가는 길로 접어들면 거기서부터는 콘크리트길이 나옵니다.(무슨 경비 초소 같은 것이 있어서 찾기는 쉽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2km가량 걸어가면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오른쪽 흙길로 접어들면 끄트머리에 공곶이가 매달려 있답니다. 숲이 무척 좋아서요, 나무에서 뿥어져 나오는 향기도 맡을 수 있고, 가지가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답니다.

 

흙길.

 

공곶이를 누릴 만큼 누린 다음에는 왔던 길을 되밟지 말고 예구마을로 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옛길보다 새길이 또 낫습니다. 좀 길기는 하지만 말씀입니다. 저녁에 나오는 버스(능포 종점)가 60-1번이 6시 45분 출발이네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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