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해 야구장 성공 요소 만들어놓고 몰아라

김훤주 2013. 10.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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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세상읽기는 NC다이노스 홈구장 문제를 얘깃감으로 삼았습니다. ‘세상읽기’는 MBC경남에서 내보내는 ‘라디오 경남’의 꼭지 이름입니다. 월요일 저녁 6시 40분 전후로 전파를 탑니다. 


제가 보기에 야구장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미 이만큼 진행돼 버렸는데 어떡하라고?" 하는 논리도 나름 설득력이 있고 그만큼 힘을 갖추고는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문제를 숨기고 안으로 곪게 하는 데는 나름 이바지를 하겠지만 말씀입니다. 


창원시가 선정한 진해 육대 자리 들어설 야구장이 지금 걸맞은 입지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논의와 논란은 시작합니다. 


1. 창원시 진해 야구장 결정은 정치 논리의 결과



김훤주 기자 : 오늘은 NC다이노스가 홈 구장으로 쓸 야구장 문제를 두고 한 번 얘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올해 잘해야 8등이라는 전력 분석을 안고 출범한 NC가 예상을 깨고 아홉 구단 가운데 7위를 하면서, 그러잖아도 야구를 많이 사랑하는 경남 사람들이 야구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NC다이노스가 올해 올린 성적은 128 경기를 치러 52승 72패 4무 승률 0.419로 꼴찌 한화를 열한 게임 반, 기아를 한 게임 반 차로 누르고 7위에 올랐습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기록한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 0.425는 넘지 못했지만 이는 예상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주 : 이런 가운데 갈등과 불협화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창원에 새로 짓는 야구장 자리를 어디로 해야 가장 좋겠느냐는 문제를 두고 진해에 짓겠다는 창원시 당국, 이를 반대하는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팬이 맞서는 형국인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2. 이른바 접근성에서 보자면 말도 안되는 자리


진 : 그래서인지 NC 다이노스 팬들이 진해에 야구장 신축하는 데 대한 반대운동에 본격 나섰지요? NC 서포터스 '나인하트'가 지난 19일 토요일 오후 창원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회원·야구팬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었습니다. 


주 : NC 팬들은 창원시가 무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야구장부지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고 그 까닭은 독선적 시정 운영과 정치적 나눠먹기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NC 팬들만의 생각이 아니고 KBO와 NC다이노스 구단은 물론 대부분 창원시민들도 공유하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C팬클럽 '나인하트'의 집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이런 가운데, 박완수 창원시장이 새 야구장을 짓겠다고 한 진해지역 시의원들이 적절하지 못한 행동까지 하는 바람에 지역 주민과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도 있었다죠? 


주 : 야구장을 진해에 짓는 데 대해 진해 출신 시의원은 찬성해도 마산 지역 창원시의원들은 절대 찬성하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진해 지역 시의원 일곱 분이 14일 서울 목동구장을 찾아 양해영 KBO 사무총장에게 ‘새 야구장 건립과 관련한 NC·KBO의 과도한 행정 간섭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했습니다. 


조용히 건네주기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펼쳐지는 목동 야구장에서, 누구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몸싸움이 벌어졌고요 이 때문에 프로 야구 가을 잔치 분위기를 해쳤다는 비판이 일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3. 박완수의 창원시가 잘못 끼운 첫 단추


진 : 그러면 이쯤에서 지금 표면에 드러난 진해 야구장 갈등의 뿌리를 한 번 살펴볼까요? 너무 길지 않게 짧게 한 번 정리해 주시죠. 


주 : 간단합니다. 창원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2011년 8월 새 야구장 건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그 때는 초점이 접근성보다는 통합 갈등 해소와 이른바 균형발전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3년 1월 새 야구장 자리를 진해로 정했습니다. 


결정 당시에도 NC다이노스와 응원단이 철회를 요구했고 마산 지역 사람들도 함께 반대했으나 창원시는 설득도 못했고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터져나왔습니다. 


야구장 하나로 지역 균형 발전이 된다고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KBO와 NC다이노스가 불만을 공식화한 시점이 9월인데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창원시가 제출한 야구장 건립 계획이 안전행정부 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고요. 


주 : 예, 규모를 원래 2만5000석 계획으로 올렸는데 이를 축소하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때문에 창원시는 고정석 1만8000석에 잔디석 4000석으로 줄이는 대신, 나중에 관중이 많아지면 잔디석을 고정석 7000석으로 바꿔 원래 했던 2만5000석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NC야구단과 KBO에 동의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NC와 KBO는 규모 축소에는 동의해줄 테니 자리를 마산 또는 창원으로 옮겨달라고 요구를 하고 나왔습니다. 


4. 그러면서 근거는 내놓지 않고


진 : NC나 KBO가 진해 야구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접근성, 그러니까 손쉽게 찾아갈 수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무래도 프로 경기다 보니까 찾는 사람이 많아야 인기도 얻고 돈도 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주 : 게다가 창원시가 접근성을 먼저 고려해 진해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창원시 주장을 믿을 수 없고 따라서 그 결정 또한 따를 수 없다고 나오는 것입니다. 


진 : 어떻게 이런 대립과 갈등을 비껴갈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창원시가 양보를 해서 NC 요구대로 마산이나 창원 지역으로 신축 야구장을 옮긴다든지, 아니면 KBO나 NC가 자기 주장을 꺾고 진해 야구장 건립을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주 : 그게 어렵습니다. 먼저 창원시가 어려운 까닭은 이렇습니다. 해군 소유인 옛 육대 자리에 야구장을 짓기 위해 이미 해군 관사를 지어주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를 비롯해 건립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상당히 진행해 놓았습니다. 


5. 접근성 나쁘면 NC에게 무덤일 수도


이런 상황에서 NC 요구대로 하면 행정 신뢰는 떨어지고 좋지 않은 선례까지 남기게 됩니다. 게다가 진해 지역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무엇보다 큰 문제입니다.(자업자득이기는 합니다.) 


진 : 그러면 NC나 KBO가 양보할 여지는 없는가요? 지난 주 보니까 진해야구장이 지어져도 그리로 가지 않겠다고 오히려 NC다이노스가 태도를 분명히 한 것 같던데요. 


진해야구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NC다이노스 팬클럽.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NC는 신생 구단입니다. 자금 여력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창단 첫해라 그냥 넘어갔지만 내년 두 해째가 되면 선수 연봉 등등 드는 비용은 크게 늘지만 수입은 오히려 줄 수 있습니다. 


진 : 그렇지만 NC다이노스가 관중 동원력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주 : 지금 평균 8000명이 야구장을 찾는답니다. 적지는 않지만, 이게 고정 팬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창단 첫 해에 작용하는 ‘개업발’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어쨌든 8000명이라는 관중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진해야구장은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내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진 : 그렇기는 하겠습니다. 게다가 원정 경기를 하러 오는 야구팀의 팬까지 찾기 쉬우면 더욱 좋을 텐데, 지금 자리는 전혀 그렇지 못한 구석이 많습니다. 


주 : 앞으로 ‘개업 약발’이 빠진 상태에서도 NC야구단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서 포스트 시즌 가을 야구에도 진출하면 진해야구장이라 해도 살아나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마산을 버리고 진해로 가겠다고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6. KBO는 창원 마산이 좋은 근거 밝혔지만


진 : 창원시는 진해 접근성이 가장 좋다면서도 그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셨는데요, 그러면 NC나 KBO는 어디가 접근성이 가장 좋다고 하고 있는지요? 그리고 그 근거도 내놓고 있나요? 


주 : KBO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용역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창원시가 부지로 선정한 진해육군대학 부지보다 창원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이 경제성·흥행성·접근성이 모두 더 높다고 나왔습니다. 


도시평가와 후보지역 평가를 합산한 최종 평가에서는 '창원보조경기장'이 181점으로 1위, '마산종합운동장'이 164점을 얻어 2위였고, '진해육군대학'은 130점으로 5위로 나왔습니다. 


올해 마산야구장에서 벌어진 NC다이노스 홈 개막 경기.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런 결과는 프로야구 전문가 6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와 창원시민 80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똑같이 나왔습니다. 


7. 성공 조건을 만들어주고 몰아야


진 : 창원시는 나름대로 행정 절차를 진행한 데 더해 행정 신뢰까지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고, NC구단은 구단대로 흥행이나 접근성 때문에 물러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주 : 어쨌든 서로 마주 앉아서 풀어라,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런 얘기가 많은데요, 저는 좀 아니라고 봅니다. 


진해야구장이 성공할 수 있는 근거를 밝혀야 하고요, 그런 근거가 지금 없다면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접근성·흥행성·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진해에 야구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지금처럼 정치적 고려만으로 짓거나 짓지 않거나 한다면 나중에는 관리비만도 해마다 몇 억원씩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가 탄생할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창원시민이 그 부담을 져야하거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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