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함양군수 재선거와 유권자 매수 범죄

김훤주 2011. 10.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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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경남도민일보 1면에서 함양군수 재선거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최완식 한나라당 함양군수 후보의 측근 두 사람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는 내용입니다.

1. 돈 주고 유권자 농사 거들게 한 한나라당 후보 측근

한 사람은 하루에 수당 10만원을 지급하겠다면서 자원봉사자 45명을 모집한 다음 이들 가운데 여섯에게 수당으로 하루 10만원씩 170만 모두 합해 1020만원을 줬다고 합니다.

아직 주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39명에게도 이렇게 돈을 준다면 금액이 무려 7650만원에 이른답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람이 공직선거법에 나오는 규정을 무려 다섯 개나 어겼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이 자원봉사는 정식으로 선거를 돕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투표권이 있는 농가에 보내 고추 따기 따위를 하면서 '최완식 후보를 위한 기부 행위'를 하게 했답니다. 이를테면 자기 노동을 유권자에게 기부한, 신종 범죄입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유권자 일곱을 함양읍 한 밥집으로 불러모아 최완식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한 다음 밥값 15만7000원을 주려 했습니다. 그러나 선관위 단속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습니다.

2. 재선거가 왜 치러지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한나라당 후보 관계자들의 이런 짓은 이번 재선거가 무엇 때문에 치러지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었기에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군수에 당선된 사람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그 날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있는 이철우 군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철우 직전 함양군수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 463명에게 9000원짜리 멸치세트를 보낸 다음 이들 가운데 82명에게 전화로 지지를 부탁했다가 기소돼 올 7월 28일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되면서 군수직을 잃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본인이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형량을 받으면 군수직을 잃게 돼 있습니다. 이철우 군수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 선고를 받고 항소했다가 2심에서 이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를 받았고 이것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 대한 성찰과 이런 짓을 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다짐이 최완식 한나라당 후보 관계자에게는 없었습니다. 이런 매수는 함양군 선량한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자치의 앞날을 캄캄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이철우 직전 군수가 당선 뒤 무엇을 했느냐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뇌물 사건입니다.


이철수 군수는 앞서 리조트 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5월 26일 광주지방법원 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됐다가 9월 15일 보석금 3000만 원을 내고 풀려났습니다.


선거에 부정하게 들어간 돈은 당선된 다음 이렇게 뇌물 사건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이 후보 본인은 아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더 끔찍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짓이 들키지 않은 상태에서 당선됐다면, 최완식 후보는 이런 측근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고, 호랑이 등에 업고 위세 부리는 여우 꼴이 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더해 최완식 후보는 '꼬리 자르기'까지 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검찰에 고발된 데 대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 했고 한 사람에 대해서는 "측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참 가소로운 일입니다. 전체 인구가 5만명도 되지 않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같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가 통할까요? 오히려 솔직하게 사죄하고 후보 자신의 거취까지도 제대로 표명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3. 깨끗하고 소신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이철우 전직 군수의 선거법 위반과 뇌물 사건으로 크게 마음을 다친 함양 유권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번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어리석음을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소신껏 살아온 후보, 농민이 대다수인 함양 주민을 위해 살아온 후보, 공리공익과 사리사욕 구분이 뚜렷한 깨끗한 후보가 그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인물이 나머지 무소속 후보 셋 가운데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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