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함양 농민들은 윤학송의 가치를 알아볼까

김훤주 2011. 10.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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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민운동 출신인 윤학송 무소속 함양군수 후보

10월 12일 함양에 가서 함양군수 재선거에 나선 무소속 윤학송(54) 후보를 만났습니다. <100닷컴>에서 주관하는 블로거 간담회에 다른 블로거 다섯 명과 함께 참여한 것입니다.

알려진대로 윤학송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김두관(52) 선수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자 그 비서실장을 맡아 한 해 넘게 일했습니다. 그러니까 김두관과 마찬가지로 진보적 개혁적 성향을 띱니다.

윤학송 후보는 함양에서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했습니다. 농민운동을 기반으로 삼아 1991년과 1995년 두 차례 함양에서 경남도의원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는 함양군수 선거에 나갔다가 낙선도 했습니다.


이번에 윤학송 후보를 만나보니 지역 사정에 정통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윤학송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그랬습니다. 윤학송은 함양군민의 70%가 농민이고 대다수가 소농이라 했습니다.


2. 농민에게 초점 맞춘 구체성 있는 공약들


그래서 윤학송이 으뜸으로 내세우는 가치가 바로 농업 생산성 향상이었습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이 잘 살아야 함양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농민 가운데서도 소농에 초점이 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야 윤학송 후보 선거 홍보물을 보면 다 나오는 것일 텐데, 경남농업테마공원 유치와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유치, 복지농업 육성, 귀농대학 설립 같은 세부 공약도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초점 맞추기는 윤학송 후보가 모든 계층 사람들의 지지와 눈길을 끌려는 목적으로 이런저런 공약들을 마구 늘어놓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돋보였습니다. 한 블로거가 간담회 도중 여러 공약 끄트머리에 있는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을 짚으며 '나열식 공약'이 아니냐고 따졌는데 그 답변 또한 그럴 듯했습니다.

"농공단지·산업단지를 새롭게 들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단지들이 조성돼 있는데, 여기에 기업들이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타개하겠다는 얘기입니다. 홍보물을 잘 보면 아시겠지만 '개발'이라는 낱말이 거의 없습니다."

윤학송 후보의 말을 듣고 홍보물을 보니 과연 그랬습니다. 토목이나 건축과 관련된 '개발'은 전혀 없었고요, 다만 관광과 관련된 분야에서 딱 세 차례 '개발'이라는 낱말이 쓰였습니다. '생태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예술 교류 장소로 개발', '스토리텔링을 통한 용추계곡 문화관광 개발(이야기가 흐르는 용추계곡)'.


3. "바깥에서 돈과 사람이 들어와야"

어쩌면 관광에 윤학송 후보가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따져 물어보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바깥에서 돈이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와야 함양 경제가 삽니다. 산촌 고을에 돈과 사람을 끌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관광 산업을 진흥하는 일입니다.


아울러 스쳐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체류형으로 만들려면 특색 있는 권역을 세 개는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함양읍의 내륙형 휴양생태공원과 엄천강 유역의 산악형 레포츠공원과 용추계곡의 자연예술공원입니다."


말하자면, 윤학송 후보는 함양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엔진으로 농업 생산성 향상과 자연친화형 관광산업 진흥으로 잡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제 생각으로는, 함양의 자연과 경제와 문화와 인구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내놓을 수 없는 공약들입니다.


4. 복지 공약도 농민을 위한 정책들

윤학송은 복지 관련 공약도 내놓았는데 이 또한 농민 대다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특징적인 공약으로 '대학생 주거 임대기금 조성'이 있었는데요, 함양 관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데로 나가 대학에 들어간 이들의 임대보증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윤학송은 이를 학생의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부모이기도 한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복지 측면에서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자치단체 예산을 직접 쓰는 방식도 아니었습니다. '기금(fund)'을 조성하는 것이었고요,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충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윤학송의 셈법은 이렇습니다. '한 해에 함양군 관내 고교 졸업생 가운데 대학 입학생이 200명이다, 4학년까지 치면 전체 800명이 된다, 1인당 임대보증금은 500만원으로 잡는다, 그러면 500만 곱하기 800명 해서 40억 원이 필요하다, 해마다 대학 졸업생도 나오는 만큼 그들로부터 돌려받은 임대보증금으로 신입생들한테 대출해 주면 된다.' 이대로만 된다면 그야말로 선순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지마을버스 운영도 농민을 위한 정책입니다. 산골 오지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 대부분이 나이드신 농민들이기 때문입니다. 군내버스가 모든 마을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을 반영해, 해당 마을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마을버스를 다니게 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행여 함양군 택시 기사들 수요가 줄어든다는 반발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오지에 사는 농민 어르신들이, 읍·면 소재지에 주로 있는 택시를 불러 타고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윤학송 후보는 간담회에서 자기가 군수가 돼야 한다고 여기는 까닭을 딱 하나 꼽았습니다. "군민의 70%가 농민이고 대부분이 서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성 있게 군민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저라고 봅니다.

과거를 보면 현재와 미래가 다 보입니다. 여태 살아온 발자취가 증명합니다. 저랑 경쟁하는 다른 세 분은 군민 대다수와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공무원 출신입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공약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함양의 유권자들이 윤학송의 이런 특징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만약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또한 함양 유권자들의 복이겠지만, 정말 무척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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