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2007년 마산에서 '먹튀'한 한진중공업

김훤주 2011. 8. 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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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조선소 대규모 정리 해고로 나라가 들썩이도록 말썽을 부리고 있는 한진중공업.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174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한진중공업. 이런 한진중공업이 한 때 마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이 한진중공업이 1998년 마산에 있는 코리아타코마(나중에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로 재편)를 인수한 뒤 2007년 이를 되팔아 치울 때까지 벌인 행동을 보면, 그 뒤에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먹튀'의 전형이 이밖에 따로 없겠다 싶은 느낌이 듭니다.

한진중공업은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코리아타코마조선 주식 100%를 당시 계열사였던 한국항공과 평해광업개발로부터 사들였으며 이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합병했습니다. 그 때 주가가 얼마였는지는 제가 알지 못하지만 법정관리 상태로 IMF 직후였던 만큼 비싸지는 않았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1972년 해군경비정 수리·건조하는 업체로 들어선 코리아타코마를 인수함으로써 한진중공업은 부산·울산과 함께 다양한 선형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이로 말미암아 다른 조선 업체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게 됐다는 평가를 당시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당시 지표를 보면 영업 실적도 더욱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 작업 야드. 2007년 8월 모습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그런데도 한진중공업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구조조정 차원에서 설비를 부산 영도조선소로 옮겨가고 마산조선소의 역할을 상당 부분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당시 현안이던 마산 해안로 개설과 자유무역지역 확장을 위해 한진중 마산조선소 터를 팔라고 주문했고 이에 따라 여러 차례 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동그라미 부분이 막혀 있었던 대목.

마산 도심 봉암로의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 대체 우회할 수 있는 해안도로를 1994년 왕복 4차로로 만들었으나 마산조선소 앞 642m 거리에 대해서는 한진이 땅을 내놓지 않는 바람에 2004년까지 11년 동안 반쪽짜리밖에 도로 구실을 못했던 것입니다.(한진중은 2004년 이 구간을 42억원에 마산시에 팔았습니다.)


또 마산자유무역지역 확장을 위한 매매 논의에서는 2004년 정부가 한진중 마산조선소 터 14만1930㎡에 대해 공시지가로 평당 130만원가량씩 모두 514억원을 제시했지만 한진은 이보다 평당 10만~20만원이 많은 716억원(실거래가+매몰 자산 비용)을 달라고 해 202억원이나 차이가 지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10대 그룹에 드는 대기업이 그동안 지역사회에 공해 유발과 시민 불편 초래 등 불이익을 끼쳤으면서도 '돈만 밝힌다'는 비난이 제기됐고 그렇게 되자 한진은 '지역을 떠나지 않겠으며 2006년까지 100억 원을 투자해 1000명 이상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진중공업의 이 같은 발표를 '생쇼'라거나 '면피용'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한진은 2006년이 다 지나가도록 마산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한진중공업이 마산조선소를 팔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말이 완전 '거짓말'로 확인됐습니다.

2007년 7월 30일 한진중공업이 마산조선소와 여기 딸린 아파트를 판다고 공시했을 때 마산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산상공회의소가 8월 8일 "공장 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을 위해 차익 없이 매수 원가대로 분양하겠다"면서 인수 의향을 밝혔으나 이마저도 한진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논리입니다. '차익 남기지 않고 매수할 때 들어간 원가대로 분양하겠다'고 공언한 마산상공회의소에 땅을 팔면서 비싸게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 매수 의향을 밝힌 곳 가운데는 부동산업체도 있었으나 거기다 팔 경우 마산시민 비난 여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할 것으로 예상돼 그리 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런 마산상공회의소의 요청에 이어 마산시의회 의원들의 '떠나지 말고 약속대로 투자하라'는 주문도 나왔으나 한진중공업은 같은 해 9월 매각 공고 철회라는 쇼로 이를 무시하고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물색했으며 결국 해를 넘기기 전인 12월 27일 통영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1290억 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이는 세 해 전인 2004년 정부와 매매 협상을 벌일 때 자기네가 제시했던 716억원은 물론이고 2007년 공시지가 777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라고 했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코리아타코마를 인수한 다음 주요 설비는 영도조선소로 옮기고 마지막 마무리를 이렇게 한 것입니다.

그동안 마산조선소가 지역에 끼친 불이익도 적지 않은 만큼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라는 요구가 높아졌을 때는, 투자를 통한 고용 확대를 내걸었습니다. 그렇게 비난 여론이 고개를 숙이자 다시 자기네들 바라는 바대로 매각을 추진했고 결국 높은 값에 곧바로 팔아치웠습니다.

이에 비추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앞날이 바로 보입니다. 한진중공업은 앞서 필리핀에 수비크조선소를 짓기로 마음먹었고 이미 2007년부터 여기로 인원과 물량을 빼돌렸습니다. 2000년대 초반 마산조선소에서 영도조선소로 인원과 물량을 빼돌린 것과 꼭 닮았습니다.

1월 6일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양산본부 지도위원이 아직까지 내려오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희망버스가 1차 2차 3차로 이어지고도 끝이 나지 않은 까닭입니다. 자본만 배불리고 지역주민과 노동자는 고달파지는 이런 '먹튀'는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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