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한진중 영도조선소는 과연 없어지지 않을까

김훤주 2011. 8. 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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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에는 3700명 이상 지금은 670명

한진중공업은 1989년 부산 영도조선소를 인수했습니다. 영도조선소는 그 때까지 '대한조선공사' 간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된 1989년 당시 여기 노동자는 3200명이었다고 합니다.

한진중공업은 이에 더해 마산에 있던 군함 수리·건조업체 코리아타코마 주식 100%를 1998년 사들였고 이듬해 합병하면서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로 바꿨습니다. 제가 알기로 합병 당시 코리아타코마 직원이 500명 정도였습니다.

1972년 설립된 코리아타코마는 잘 나가던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는 고용 인원이 1000명을 웃돌기도 했습니다. IMF사태 직후였어도 그 정도는 충분히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 마산조선소를 한진중공업은 2007년 성동조선해양에 팔아먹고 여기 일하던 사람들을 영도조선소로 몰았습니다. 그러니까 한진중공업에 원래 밥줄을 대고 있던 목숨이 3700은 된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영도 조선소 노동자 고용 수준 670명을 1989년 당시 3200명에 마산조선소 인원 500명을 합한 3700명과 견주면 18%도 못 미칩니다. 82%가 날아갔습니다.

7월 10일 2차 희망버스 행사 때 물대포를 쏘며 과잉 진압에 나선 경찰.


2. 대규모 정리해고, 끊어지는 목숨

2002년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에서 노동자 650명을 해고했습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는 파업에 들어갔고 김주익 지회장은 85호 크레인에서 농성하다가 2003년 129일째 되는 날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도 2월에 해고 170명을 포함해 희망퇴직 등으로 400명을 공장에서 내쫓았습니다. 파업은 다시 시작됐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양산본부 지도위원은 같은 85호 크레인에 올라 1월 6일부터 20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영도조선소는 인원이 670명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 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3. 미국에 있는 영도조선소의 현재 모습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7월호에 그 미래가 들어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 이야기였습니다. 14~15쪽 '나프타 17년, 텅 빈 미국 공장들'입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7월호 14~15쪽 기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이른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자본이 마구 멕시코로 옮겨가면서 그리 됐다는 것입니다. 자본가들이 처음에는 공장이 옮겨가기는커녕 관세 철폐로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 소비가 늘 것이고 그리 되면 공장은 더욱 잘 돌아가게 돼 있다고 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대충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하이오주 포스토리아(도시 이름)의 자동차 점화플러그 생산공장 오토라이트의 소유주 래리 보시디는 1993년 CNN <래리킹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점화 플러그를) 현재 1800만 개를 생산하지만 앞으로 2500만 개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이 제품을 멕시코에 판매하기는 힘듭니다. 관세가 15%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NAFTA가 체결되면 멕시코에서도 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포스토리아에서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공장은 현재 직원 수 1100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게 될 것입니다."

추가 고용을 말했으나 17년이 지난 2010년 11월 포스토리아 공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는 83명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들은 점화플러그 설치에 필요한 세라믹 절연재를 생산하고 있었다. 점화플러그 생산시설은 이미 멕시코로 이전한 터였다. NAFTA 덕분에 오토라이트는 캘리포니아 남쪽 멕시칼리(멕시코)의 마킬라도라로 주요 생산 시설을 이전할 수 있었다. 노동자 600명이 이곳에서 점화플러그를 생산한다."

"직원들의 급여 명세서를 보면 회사가 왜 공장을 이전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포스토리아 공장 직원들은 주당 40시간 노동에 시간당 22달러(15유로)를 받는 데 비해, 멕시코 공장 직원들은 주당 48시간 노동에 15.5페소(약 1.27유로)를 받는다."

여기까지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 모습입니다. 한진중공업도 여기 이 오토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인건비가 10분의1밖에 안 되는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짓고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수비크 조선소는 규모면에서 세계 22위권이며 일하는 인원은 2만 명을 웃돈답니다.

4. 미국에 있는 영도조선소의 미래 모습

하지만, 미국 포스토리아의 오토라이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영도조선소의 미래까지도 있는 그대로 생방송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7년 1월, 오토라이트는 멕시칼리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다. 8개월 뒤, 아직 포스토리아 공장에 남아 있던 노동자 650명은 2년 안에 전체 인원의 절반이 해고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2009년 (미국자동차노조 포스토리아 지부를 이끄는) 밥 티플을 처음 만난 날, 그는 세라믹 절연재를 제외한 모든 생산 시설이 이전된 뒤 직원 271명의 향후 대책을 걱정하고 있었다."

"2009년 회사와 재협상을 벌이던 포스토리아 공장 노조원들은 놀라운 말을 들었다. 회사 쪽은 110명의 일자리를 보전하고 싶으면 임금 50% 삭감을 받아들이고 의료보험비의 일부는 자비로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회사에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회사는 3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절반도 남지 남았다.' 2009년 12월 23일, 포스토리아 공장의 마지막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는 순간 이야기는 끝난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4일 '기적적인' 재앙이 닥쳤기 때문이랍니다. "멕시칼리에서 60km 떨어진 지점에 강도 7.2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멕시칼리 지역은 비상사태에 돌입했고, 새로 지은 오토라이트 점화플러그 공장을 포함한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별 수 없이 일부 생산시설을 다시 포스토리아로 옮기고, 생산 주문을 맞추기 위해 이미 해고한 노동자 70여 명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 멕시칼리가 다시 정상을 되찾자마자 운좋게 일자리를 얻은 노동자 70명은 다시금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현재 포스토리아 공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는 83명뿐이다. 이들의 앞길도 밝지 않다. 티플은 '회사는 우리에게 멕시칼리에 세라믹 절연재 생산시설을 세우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회사는 같은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2007년 회사가 퇴직한 노동자 4명에게 멕시코 직원 교육을 위해 다시 일해달라고 부탁했을 때였습니다. 네 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래리 카프티요의 일기장에 사장이 한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네 사람이 회사가 멕시코에 자리잡도록 도우면 포스토리아 공장 직원 300명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멕시코 공장이 실패해 문을 닫게 되면 여기 남은 생산시설들도 가동을 중지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는 회유, 하나는 협박입니다.

그러니까 이렇습니다. "1936년 문을 연 포스토리아의 오토라이트 공장이 문을 닫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남아 있는 노동자 83명이 'TAA'(무역지원조정제도 : NAFTA 발효 뒤 실직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명단에 포함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5. 이를 뒷받침하는 한진중의 지난날 행각

7월 30일 3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이들의 모습.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사장은 <한겨레> 1일치 5면에 나온 인터뷰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고자에 대해선 마음 아프다." "영도조선소의 흑자 경영을 위해선 조직을 슬림화해 원가 구조를 낮추고 고부가가치선을 집중 건조하는 조선소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회사 정상화다. 그래야 남은 1400여 명의 임직원과 협력사들이 산다."
 
어쨌든 지금 인원은 고용하겠다는 얘기인데, 이 말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 미국 포스토리아의 오토라이트 공장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진중공업은 마산조선소의 운명을 두고 자기네 잇속만을 차리면서 마산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기까지 합니다.

2004년 마산조선소 바로 옆에 있는 마산자유무역지역(옛 마산수출자유지역)이 확장을 위해 공장 터를 팔라고 했을 때 이를 거절하며 "100억 원을 투자해 1000명을 채용하겠다, 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정부가 제시한 514억원보다 202억원 많은 716억원을 요구했었습니다. 100억원 투자는커녕 오히려 2007년에 이보다 엄청 많은 1290억원을 받고 성동조선해양에 팔았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확대? 옛다, 쑥떡이나 먹어라!"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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