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표적인 신문 중 하나인 <가디언(The Guardian)>은 1821년 <맨체스터 가디언(Manchester Guardian)>이라는 지역신문으로 시작해 전국지, 나아가 세계적인 신문으로 성장했다. 이런 종이신문의 성장 신화는 가디언의 편집자이자 소유주였던 존 스콧의 철학에 기반한 정론지 전략이 영국민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가디언(왼쪽)과 지역신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및 커뮤니티별 주간지.
스콧은 말한다. "언론은 근본적으로 정직성, 청렴성, 용기, 공정함, 독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감을 지녀야 한다. 코멘트는 자유이지만 사실은 신성시해야 한다. 반대편의 목소리도 친구의 목소리만큼이나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가디언이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뉴미디어 전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의 모든 기자는 백팩(back pack) 저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기자가 펜과 수첩만 갖고 다니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취재가방(back pack) 안에 카메라는 물론 동영상 장비에다 실시간 중계 시스템까지 완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디언그룹의 지역계열사였으나 지난해 초 트리니티 미러그룹으로 매각된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이안 우드 편집부국장은 우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사는 백팩 저널리즘을 요구하지만, 처음에는 기자들의 호응이 좋지 않았어요. 사진과 동영상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으면 항상 잊어버리고 놓고 왔다고 변명했지요. 그런데 전화기를 잊어버리는 일은 거의 없었죠.(웃음) 다행스러운 것은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모바일 기기 하나로 오디오와 사진, 동영상 기능이 결합돼 더 이상 기자들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는 거죠. 하하."
지금 한국 기자들, 경남도민일보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펜 기자'의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다. 가디언 사례는 기자도 이제 멀티플레이어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 편집국. 이 신문사 편집국 기자들은 내외근 구분은 물론 일간지, 주간지,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통합된 뉴스룸에서 근무하고 있다.' height=398>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축구스타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이다. 이 신문은 2010∼2011 FA컵에서 우승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의 행사에서 트로피에 GPS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놓고 이동경로를 실시간 중계한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백팩 저널리즘의 성과였다.
이 신문은 트위터를 통한 실시간 현장 중계 방식의 '라이브 블로그'도 운영한다. 지난 18개월간 300개 이상의 현장 상황을 라이브 블로그로 실시간 중계해 27만 명 이상의 독자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안 우드 부국장은 "모바일로 찍은 15초짜리 짧은 영상, 화질도 별로 좋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되물었다. "한국은 우리보다 IT가 더 발달했기 때문에 한국 신문들도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죠?"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한국 언론인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가디언은 이미 2006년 종이신문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디지털 회사임을 선언하고 웹 우선 정책(Web first policy)을 표방했다. 선(先) 온라인-후(後) 페이퍼가 그것이다. 종이신문 마감시간을 없애버린 것이다. 다만 독점보도에 대해서만 웹에 올리는 시간을 보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 가디언은 영국에서 BBC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온라인 사용자를 확보했고, 영국뿐 아니라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의 사용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가디언 웹사이트의 또 다른 성공 키워드는 블로그를 이용한 커뮤니티였다. 가디언은 현재 3000명이 넘는 블로거와 1000여 명의 전문가 블로그를 운영함으로써 온라인 의제설정을 주도하고 있다. 고백하건대, 이러한 가디언의 블로그 전략을 응용해 2008년 경남도민일보가 선보인 것이 '1인미디어 지역공동체'를 표방한 메타블로그 '갱상도 블로그(갱블)'였다.
그러나 영국의 지역신문이 경남도민일보와 다른 점은 뉴스 유료화보다는 많은 방문자를 확보해 광고 수익을 내는 데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규모에선 그럴 수 있지만, 그들 역시 온라인에서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었다.
뉴스 유료화에 대한 질문에서 이안 우드 부국장은 "(다른 언론매체의) 성공 사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현재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전체 수익 가운데 종이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5%, 온라인은 5% 정도였다. 2년후 온라인 수익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는 하지만 확신은 없어 보였다. 온라인 광고의 종류는 종이신문에 실린 광고를 온라인에서도 서비스하는 패키지광고나 배너광고,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받는 CPC(Cost Per Click·클릭당 과금) 방식의 키워드 광고 세 가지였다.
이는 트래픽 장사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 여느 신문사와 다를 바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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