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기자보다 훨씬 글 잘쓰는 개그맨들

기록하는 사람 2010. 8.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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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선녀님들의 의상이 더 예뻐지겠네요."

개그맨 김제동이 앙드레 김의 타계 소식을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의 한 구절이다. 김제동 말고 어떤 글쟁이가 이렇게 멋진 추모사를 쓸 수 있을까?

김제동의 촌철살인은 평소 그의 명민한 말에서도 익히 알고 있었던 일이다. 김제동 외에도 말글을 특히 잘 구사하는 개그맨이 있다. 김미화다. 그가 2008년부터 약 1년간 <기자협회보>에 칼럼을 썼다. 나는 그 칼럼의 애독자였다.

그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대목이 내 마음에 확 꽂혔다. 마이클잭슨이 부른 노랜데, 야! 이 가사 기가 막히게 내 심정을 잘 표현했네 싶었다.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유 아 낫 얼론~ ." "넌 언론도 아니야~ 넌 언론도 아니야~ ." 내 맘대로 해석하고 혼자서 웃었다.
(김미화, "넌 언론도 아니야~ " 이야기 중)
 
나는 김미화의 이 글을 보고, 전국의 모든 기자들이 돌려 읽어야 할 명 칼럼이라고 생각했다. 이 칼럼 외에도 <기자협회보>에 실린 10여 편의 글이 대부분 '언롱인'(말을 가지고 독자를 희롱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리영희 선생의 표현을 김미화 씨가 인용)들의 뺨을 치는 내용이었다.

일간스포츠에 실린 남희석 칼럼.


그리고 오늘 점심 때 분식집에 라면을 먹으러 갔다가 또 한 명의 개그맨 논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남희석이었다. 분식집에 배달된 <일간스포츠>에서 우연히 읽게된 남희석의 칼럼은 평소 별 생각없이 버릇처럼 써온 내 말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남희석이 쓰지말아야 할 말의 보기로 든 '그게 아니라'와 '쉽게 말해서'는 나도 종종 쓰는 말투여서 읽는동안 낯이 뜨거워졌다.


정말 좋은 글이라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남희석의 아무거나]'쉽게 말해서'란 말을 삼가라 

알고 보니 남희석의 이 칼럼은 꽤 오랫동안 연재해왔던 것 같다. 넘버링이 무려 128회나 되었다. 이 정도라면 벌써 책으로 엮일만 한데, 검색해보니 아직 책은 없는 것 같다. 이 글 때문에 일간스포츠를 구독할 순 없지만, 책이 나오면 꼭 사봐야 겠다.

어쨌든, 기자들 분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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