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일본과 한국의 장어덮밥 비교해봤더니…

기록하는 사람 2010. 4. 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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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점심 때 지인을 만나 일식집에서 장어덮밥을 먹었습니다. 메뉴를 장어덮밥으로 고르는 순간 지난 2008년 가을 일본에서 먹은 장어덮밥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일본에서 먹은 장어덮밥과 한국의 일식집에서 먹는 장어덮밥을 한 번 비교해보자."

사실 2008년 당시 일본 동경에서 먹어본 장어덮밥은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장어가 아주 통통하고도 싱싱했습니다. 일본 에도시대의 상점가를 재현시켜놓았다는 아사쿠사의 한 골목에서 찾아간 일본식 식당이었는데요. 제 기억으론 약 1200엔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장어덮밥과 참치덮밥, 그리고 회 한접시, 일본소주 한 컵을 먹고 모두 4630엔을 지불했었죠.


'타츠우미야'라는 식당이었는데요. 장어덮밥은 위의 사진과 같이 나왔습니다. 저기 왼쪽 주전자에 있는 건 차(茶)였습니다.

반찬도 저렇게 조금 나옵니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좀 부실했지만, 장어덮밥 자체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덮밥을 담은 그릇도 요리와 잘 어울렸습니다.


그 식당은 내부 인테리어와 구조가 그야말로 일본풍이었습니다. 바닥은 다다미였고, 이로리(화덕)에 큰 주전자도 달려 있었습니다. 중세 일본 가옥 형태입니다.

자~, 그러면 한국의 일식집을 한 번 보실까요?


이 식당은 마산 산호동 사보이호텔 옆에 있는 '청해초밥'이라는 곳입니다. 얼마전 생대구탕을 소개한 식당이기도 합니다. (☞과음한 뒷날엔 청해초밥 생대구탕으로)

여긴 1층이어서 탁자 형태지만, 2층에 가면 방도 4개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마산에 왔을 때 여기서 식사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마산에선 제법 전통도 있고 음식도 잘하는 집입니다.

일단 이 식당은 무슨 음식을 시키든 기본 반찬이 일본의 식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푸짐하게 나옵니다. 사실 기본 반찬반 갖고도 소주 한 잔 하기엔 충분할 정도입니다.


위 사진이 이 집의 기본반찬인데요. 철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대개 저렇게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래 음식입니다.


이게 뭘로 보이시나요? 그냥 된장 같다고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이건 병어 회무침입니다. 병어를 다져서 저렇게 마늘과 된장을 버무려 나옵니다.


저걸 이렇게 깻잎에 싸서 먹으면 병어의 상큼하고 담백한 맛과 된장의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 깻잎의 알싸한 맛이 어우러져 거의 환상적입니다.


저는 또한 이 오징어젓갈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것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와서 음식은 시키지 않고 기본반찬만 먹고 갈 수는 없겠죠.


역시 기본으로 나오는 해산물들입니다. 이 중에서 아귀 대창 삶은 게 가장 제 입맛에 맞습니다. 담백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아귀 대창은 이렇게 초장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이 집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은 위의 마늘과 물김치입니다. 대개 식당에선 저런 마늘 줄기를 내놓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집은 유독 저걸 내놓습니다. 그리고 물김치는 달지도 않고 딱 개운하게 좋아서 저기에 밥을 말아 먹어도 기가 찬 맛입니다.


아, 이제야 장어덮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앞의 일본 동경에 있는 식당과 달리 차(茶) 대신 이런 시원한 생선지리를 내놓습니다. (사실 미소장국이 나오는데, 단골이라 서비스로 나온 겁니다.)


메인요리인 장어덮밥을 보실까요? 어떻습니까? 아까 일본 식당의 장어덮밥과 비교해보면?

솔직히 장어의 통통함과 싱싱함, 그리고 덮밥을 담은 그릇은 물론 맛에 있어서도 일본에서 먹었던 게 조금 나은 듯 했습니다.

일본에선 1200엔, 한국의 일식당에선 1만 5000원이니 가격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메인요리와 함께 나오는 기본반찬의 풍성함에 있어서는 한국의 일식당이 압도적으로 나았습니다. 이 정도를 일본에서 먹으려면 따로 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적어도 두 세 배는 더 돈을 치러야 했을 겁니다.

물론 제가 먹었던 두 집만 비교해 일반화하기는 곤란하지만, 두 곳 모두 장단점은 다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집을 택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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