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여수 서대회무침, 맛의 비결은 막걸리식초

기록하는 사람 2010. 3. 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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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즐거우려면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산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는 특히 여행지에서 뭘 먹느냐에 큰 의미를 둔다.

이번 여수 팸투어에서도 그랬다. 다행히 이 투어를 주최한 여수시와 주관사는 매끼마다 여수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래서 특별히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번 팸투어에서 먹은 여수의 향토음식 중 서대회덮밥을 빼놓을 수 없다. 해물한정식도 먹었고, 쇠고기 양념갈비도 먹었지만 서대회만큼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서대는 가자미과의 생선으로 납작하면서도 약간 길쭉하다. 맛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남해안 사람들은 제수용으로도 많이 쓴다. 고향이 남해군인 우리도 제사나 명절 때마다 서대구이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인접한 여수시와 달리 남해에서는 서대를 회로 무쳐먹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빨간 원 안의 생선이 서대다. 남해안지방에서는 이렇게 제삿고기로 쓴다.


여수시에서는 서대회무침이 아주 일반적인 음식인듯 했다. 진남관 아래 중앙동로터리 옆 골목의 거의 모든 식당에는 '서대회'가 메뉴로 걸려 있었다.

우리가 서대회무침을 먹은 곳은 복춘식당이라는 곳이었다. 메뉴는 서대회라고 되어 있지만, 실은 서대회무침 또는 서대회덮밥이었다. 물론 굳이 밥에 얹어 비벼먹지 않고, 그냥 술안주로 먹어도 맛있었다.

이렇게 큰 대접에 김가루를 얹은 밥과 함께 회무침 한 접시가 나온다. 적당한만큼 밥위에 얹어 비벼먹으면 된다.

굳이 밥과 비벼먹지 않고 그냥 먹어도 그 맛이 정말 신선하다.


내가 경상도에서 일반적인 초장에 버무려 먹던 회무침, 즉 멸치회무침이나 전어회무침과는 맛이 크게 달랐다. 그 맛을 생각하고 서대회 한 점을 입안에 넣는 순간 전혀 단맛이 받치거나 들척지근한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랄까. 신선한 효소가 살아 있는 듯한 시원하고도 착착 감기는 그런 맛이었다. 비린 맛도 전혀 없었다.


그 맛의 비결은 뭘까. 바로 일반적인 화학식초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막걸리였다. 양조장에서 나온 생막걸리를 발효해서 만든 막걸리 식초가 살아 있는 맛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살펴보니 주방 앞에 이런 생수통이 있고, 그 속에는 막걸리가 발효되고 있는 중이었다. 약 20일간 발효시키면 자연식초가 된다고 한다.


함께 나온 아귀탕도 특별한 맛이었다. 아귀탕이나 아귀찜, 아귀수육 등 아귀 음식은 원래 마산이 원조인데, 여수에서도 아귀탕은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그러나 여수의 아귀탕은 마산과 달리 맑은 국이 아니었다. 된장을 적당히 넣어 끓인 일종의 아귀된장국이었던 것이다. 마산에서는 이런 경우 아귀탕이 아닌 아귀찌게를 주문해야 한다. 그러나 여수에선 이걸 아귀탕으로 내놓았다. 마산의 아귀찌게에 비해 된장이나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적당량만 들어간, 마산 아귀탕과 아귀찌게의 중간쯤 되는 요리법이었다.

그래서인지 아귀탕이 시원한 맛이라기보단 고소한 맛이 많이 느껴졌다. 특히 아귀 애(간)도 함께 들어 있어 고소함을 더했다.


복춘식당의 외부 모습이다. 그런데 내부에는 가격표가 보이지 않았다. 물어봤더니 서대회 1인분에 1만 원이라고 한다. 막걸리 한 병쯤 반주로 하여 안주삼아, 요기 삼아 먹기 좋은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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