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이게 반조직 행위 아니면 뭐가 반조직일까

김훤주 2010. 3.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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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원 총회에서 벌어진 공방

3월 2일 경남도민일보 경영관리국과 편집국을 아울러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원총회가 열렸습니다. 열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김위중 자치행정2부장과 파견기자회 회원들은 자기들이 2월 11일 편집국장 임명 동의 투표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따로 모여 거기서 사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건의서를 채택한 일을 두고 정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다른 저와 조인설 전략사업부장 이수경 경제부장을 비롯한 다른 몇몇은 조직의 중요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뤄진 파견기자회의 모임은 명백한 반조직 행위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공식 업무 시간에 했을 뿐 아니라 파견기자들 사이에 이번 편집국장 임명 동의 투표가 사장 불신임과 연결지어 진행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던 점을 근거로 짚었습니다.

아울러 사장 설날 상여금이나 교통비 등등, 사소한(그래서 한편으로는 더욱 치사한) 내용을 담은 해명 요구 건의서이기는 하지만 거기 적힌 정보들에 대한 접근은 상당한 고위 간부가 아니면 어렵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파견기자 14명 연대 서명으로 제출된 건의서. 사장 설날 상여금 얘기는 여기 없고, 대신 김위중 부장이 뒤에 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대목인데, 일부러든 아니든 김위중 부장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그보다 높은 직급에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경영진일 텐데, 사장과 한 몸이 돼서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이런 불만을 털어놓고 그릇된 정보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위중 부장과 파견기자들에게 누구로부터 어떻게 그런 정보를 받았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만, 무엇이 겁이 나는지 아무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본질은 사장이 공금을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이라면서요.

하지만 이른바 이 의혹이라는 것은 이미 해명이 돼 있고 더러는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 그대로 올라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될 수가 없습니다.

반조직 행위가 있었고, 이를 통해 편집국장 임명 동의 투표를 사장 불신임과 연계돼 진행했고 그 결과 편집국장으로 지명된 김주완 부장과 서형수 사장이 잇달아 사퇴 의사를 밝히는 파멸적 결과를 불렀습니다. 이것이 본질입니다.

2일 사원 총회 자리에서는 이런 내용이 구성원 사이에 알차게 공유됐습니다. 그리고 김위중 부장을 비롯해 파견기자들에게 이런 정보가 들어가도록 한 몸통으로 지목된 경영이사는 '자기가 한 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사실상 시인을 했습니다.

관련 글 :
1. 편집국장 임명자도, 사장도 떠나는 이 마당(http://2kim.idomin.com/1441)
2. 김주완은 떠났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습니다(http://2kim.idomin.com/1437)

2. 사퇴를 기정 사실화하려는 서형수 사장

사원 총회는 이런 과정을 거쳐, 떠나려는 서형수 사장을 잡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구주모 상무한테 일임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저녁 서형수 사장이 노조 기자회 같은 경남도민일보 공식 조직 대표와 임원진에게 메일을 보내 자기 사퇴를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못을 박아버렸습니다.

"상처를 받고 나가는 사람에게 심리적 부담과 도덕적 짐까지 지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차입금 변제와 경남컴(자회사) 처리 문제도 가급적 후임 예정자와 의논하여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상처를 받고 나간다……', 저는 이 메일을 건네 받아 읽으면서 울었습니다. 울면서 우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메일은 메일대로 처리하고 사장에게 상처를 입힌 인간들은 그 인간대로 처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몸통인 경영이사를 사퇴시키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고도 했습니다.(저는 이미 4월 1일자로 그만두겠다는 사표를 낸 상태입니다.) 이런 반조직 행위를 그대로 둔다면, 같은 일이 우리 공동체 안에서 되풀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기 때문입니다.

떠나려는 사장을 잡기 위한 사원들의 안간힘. 2월 23일 이사회가 열리는 사장실 앞 모습.

3. 활발해지는 구성원들의 움직임

사원 총회 회의록이 낱낱이 공개되고 하면서, 경영이사께 사퇴를 요구하고, 반조직 행위를 저지른 파견기자회가 사과 한 마디 않은 데 대한 뻔뻔함을 나무라는 글들이 잇달아 올랐습니다. 이들 글은 조회수가 높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민일보 공채 5기부터 14기 막내에 이르는 후배들이 실명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 이사님을 더는 믿을 수 없습니다'입니다.

"믿음. 내세울 것 없는 이 조직이 당당하게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 할 무기. 우리는 이 무기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보기 드문 명문장이, 김성찬 이시우 임채민 채지혜 김범기 민병욱 이승환 여경모 남석형 우귀화 서동진 이재필 이동욱 김두천 이미지 열다섯 후배들 이름을 달고 발표가 된 때가 7일 정오 무렵입니다.

저는 여기에 돌아가신 '창동 허새비' 이선관 시인의 작품 '역시 마산은 이 땅의 변방이 아니라는'을 빌려와, '역시 경남도민일보는 이 땅 언론의 변방이 아니라는'이라 댓글을 달았습니다. 장하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또 노동조합의 요구로 '현 사태에 대한 논의와 윤리위 향후 계획'을 하기 위한 인사윤리위원회가 소집돼 9일 오전 열릴 예정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징계 심의 회부 대상이 누구인지를 꼽아보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만.

4. 독자모임의 제안과 안차수 지면평가위원의 요청

이와 함께 '경남도민일보 독자 모임'(대표 김용택)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3일 경남도민일보 노조를 찾아 나름대로 사태 파악을 한 다음 이튿날 오전 경영진을 찾아 '사장 사퇴 반대'를 요구하는 한편 '주주/독자/회사(이사회, 기자단, 파견기자회 모두) 합동 공청회'를 열어 이번 사태의 본질과 핵심, 그리고 해결 방안을 함께 알아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독자들로 이뤄진 지면평가위원회도 일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남대학교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안차수 지면평가위원은 8일 열리는 지면평가위원회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나와서 답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서형수 사장과 김주완 부장의 개혁성에 대한 조직적 반발 움직임인지 아닌지 알고 싶고, 그러한 개혁성에 대한 판단이 과연 공개적으로 심도있게 논의되어 합당하게 판단되었는지 조직 내부에서 이제는 독자와 주주에게 공개할 차례라고 생각"된다면서 말입니다.

안차수 위원의 글에서 드문드문 들고 온 대목들입니다. 참으로 정확한 표현들입니다. 가만히 읽다 보니까 글자들이 벌떡 일어서 제 몸을 온통 사정없이 아프게 찔러댑니다.

"경남도민일보라는 정체성과 경영의 개혁성, 뉴미디어 부분의 혁신이 어우러져 새로운 지역신문 모델이 탄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점에 이해하기 힘든 사태가 발생해 독자로서, 또 지평위원으로서 납득하기 힘들며 회사 앞날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새로운 사장과 편집국장에 대한 변화의 요구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라면 도민일보는 심각한 지경에 처한 것이고 이것은 독자와 주주가 분명히 구성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일이라고 보입니다."

"이번 사태로 우리 앞에 커다란 위기가 눈앞에 놓여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경남도민일보의 독자와 주주는 도민일보가 이 지역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현실을 직시해야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변화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 이번 사태는 경남도민일보의 위기이며, 도민일보의 존폐를 독자와 주주들이 걱정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창간정신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민일보 직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경남도민일보 창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피와 살을 떼어내 주신 6200여 주주와 경남도민일보 신문을 사랑하고 옆길로 새지 않도록 지켜봐 주시는 독자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상황이 참으로 힘겹습니다. 사장도 편집국장 임명자도 공동체를 떠나갑니다. 그리고 안으로는 그야말로 격렬하게 논쟁과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이렇게 경남도민일보의 안과 밖에서 경남도민일보의 창간과 유지 발전의 주체들이 이렇게 스스로 나서고 있다는 데서 저는 희망을 봅니다. 횃불은, 어두울수록 더욱 밝게 빛이 나는 법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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