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왜 함안보가 '이슈'인지 모르는 분들께

김훤주 2010. 2. 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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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력 발전까지 하는데 댐이 아니라니…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낙동강 살리기 18공구) 공사 현장에서 상류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함안보 홍보용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 설명을 따르면 함안보 일대는 커다란 공원이 됩니다.


건너편 함안 1지구는 이벤트마당, 수변 무대, 다목적 광장, 피크닉장, 나루터 체험장, 자생초 화원, 농구장, 족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조형 녹지, 갈대원이 들어서고 같은 함안1지구 생태습지는 수질 정화 습지, 생태 학습장, 습지 관찰 테크, 청류도, 샛강이 자리잡습니다.

홍보용 건물이 있는 길곡지구는 다목적 광장, 테크 마당, 조형 습지원, 경관 작물원, 조형 마운딩, 수변 산책로, 백사장으로 꾸며지고, 함안보 자체는 통합관리센터, 다기능보(함안보), 자연형 계단식 어도, 어도 관찰실, 아이스하버식 어도, 소수력 발전소, 공도교로 구성됩니다.

행복 4강. 활짝 웃어라 대한민국 강들아. 이런 헛소리가 잔뜩 적혀 있습니다.


함안보의 제원은 567.5m(가동보 146.0m, 고정보 421.5m)이고, 수문은 회전형으로 규모가 너비 48.7m, 높이 13.2m짜리가 세 개 들어선답니다.

여기에서 수력 발전까지 하니 실은 물을 가둬두는 단순한 보(洑)가 아니라 댐임이 분명하다 하겠습니다.

나무가 뒤집어져 있습니다. 멀리 임시 물막이가 보입니다.


함안보 건설에 따르는 환경·생태 피해로 지목되는 것들은 알려진 대로 하나둘이 아닙니다.

가장 가까이는 올 1월 22일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오염 퇴적층이 있습니다. 오염 퇴적층은 강바닥에서 다시 아래로 3m 파내려간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표층 저질만 조사하고 오염 퇴적층이 있는 그 아래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염 퇴적토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오늘 같지 않던 옛날에 형성된 것이지요. 따라서 이것은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 물질을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을 품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이런 오염 퇴적층은 낙동강 바닥 아래 곳곳에 형성돼 있을 것입니다. 함안보 건설 현장에서 발견되기 하루 전에 대구 달성보 현장서도 오염 퇴적층이 드러났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작업을 멈춰야 마땅할 텐데 2월 1일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함안보 건설을 위한 임시 물막이 공사는 그대로 진행이 되고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준설 공사로 오염 퇴적층을 뒤집으면 여기 포함돼 있는 유해 물질이 강물을 더럽힐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함안보로 물을 가두는 데 따른 수위 상승으로 지하수위까지 덩달아 올라와 일대 농경지와 주택지가 물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당국은 이런 주장이 나오자 원래 예정했던 함안보 관리 수위 7.5m를 5m로 낮추겠다고 물러섰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 고려하지 않았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홍수 예방은커녕 홍수 피해를 더 키우기 십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장 상류 상주보에서 가장 하류 함안보까지 모두 여덟 개가 있는데 홍수 피해를 예방하려면 홍수가 닥치기 전에 이 보들을 비워둬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가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랍니다.

이밖에 제방 안쪽 농경지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서 생기는 농민들 생계 문제도 있고, 같은 데서 말미암는 채소 값 폭등이 예상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올해는 아예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함안보로 안개가 생겨 함안 수박 등 작물 재배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답니다.

함안보 공사에 따른 오탁을 막는 방지막.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함안보 공사 현장 일대를 둘러봤더니 예상대로 곳곳에서 흙과 모래가 파헤쳐져 끊임없이 실려나가고 있었고 덩달아 여기 살던 식물이 쓰러지고 풀과 나무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동물들이 쫓겨나고 있었습니다.

사람 마음 참 착잡하게 하는 사진.


모래밭과 진흙밭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고라니나 노루 따위 때로는 멧돼지의 것들로 짐작되는 발자국이 흩어져 있었는데, 아마 이것들은 함안보가 들어서고 일대에 공원이 조성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 존재들입니다.

아름다운 낙동강. 가서 실제로 보면 이보다 훨씬 낫답니다. ^.^


공사 현장 바로 아래 강물에서는 수달로 보이는 생물이 그야말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습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입니다. 이런 데 대한 조사 없이 사업은 시작이 됐으니, 무엇을 살리겠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옆에는 오염 퇴적층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이 섞였을지도 모르는 찌꺼기가 강가로 몰려 있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함안보 하류에서 한 때 번성했던 부곡면 청암리 임해진 마을은 철거돼 뜯겨졌고, 창녕에서 본포다리를 거쳐 창원으로 넘어가면 나오는 나루터 또한 정비돼 자취가 사라졌습니다.

겨우 살아남은 임해진 나루.


왼쪽 옆으로 철거 잔재가 더 흩어져 있습니다.임해진 횟집들 있던 자리.


본포 나루터 있던 자리. 사진 가운데 볼록한 데가 돌담 자취입니다. 여기 있던 찻집은 이름이 '알 수 없는 세상'이었답니다. 본포 나루 되살리기 문화 행사도 했고 전신마비 장애 최종진 시인의 낭송회도 열렸습니다.


정부의 4대강(낙동강) 살리기가 이런 것이랍니다.

낙동강 살리기가 아닙니다.

자연스레 형성돼 있는 낙동강을 어거지로 뜯어 바꾸려는 것입니다.

사람과 생물의 삶터를, 사람만을 위한 놀이터와 돈벌이터로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본포 다리에서 본 풍경. 저 모래톱도 이명박 선수는 삼키고 말 기세랍니다.


김훤주

사이판 총기난사 피해자 박재형 씨에게 희망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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