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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2

단풍은 풍요 아닌 가난의 산물이라는

창녕 관룡사 갔다가 돌아나오는 길에 계성 어느 마을 들머리에 있는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아주 그럴듯해서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아주 풍성했습니다. 노란색은 병아리 같아서 아주 따뜻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은행나무 아래 시멘트 바닥에 누웠습니다. 드러누운 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은행잎 노란 것들이 하늘하늘 조금씩조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떤 시인은 은행잎 지는 모습을 보면 발바닥부터 따뜻해진다고 했는데, 저는 얼굴부터 달아올랐습니다. 누가 옆에 서서 저를 두고 놀렸는지도 모릅니다. '저런 철없는 녀석, 아무리 은행잎이 예쁘기로서니,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누울 수 있나.'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바람에 내몰려 한 쪽 구석에 오글오글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단풍놀이에 취하는 까닭

함양 상림, 걷기 좋은 단풍들 날씨가 살짝 추워졌다가 풀렸습니다. 세상이 살짝 움츠렸다가 놓였습니다. 작으나마 호들갑을 떨었다고 여겨 부끄러운 탓인지, 세상이 좀더 붉으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다시 추워졌으니, 세월은 좀더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11월이 다 가도록 세상은 움츠렸다가 놓였다가를 되풀이하겠지 싶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벌떡벌떡 일어나 펄떡펄떡 뛰는 것만이 생명이라고 여긴 적이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마아아아아아아아악 뻗어나가고 넘쳐나가는 것만 생명이라 여겼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그 때는 부끄러움조차 몰랐지 싶습니다. 세 해 전 봄에, 뒷동산에 갔다가 나무에 물 오르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크지도 않은 조그만 나무가 통째로 힘껏 물을..

가본 곳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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