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라면을 먹어본 기억 아직도 갖고 계시나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였답니다. 당시 고향 남해에서 4학년을 마치고 부산으로 전학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개학 전 미리 부산의 누나 집에 가 있었지요. 부산 초장동의 산동네에 누나들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비탈진 골목길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마다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특이한 음식 냄새가 풍겨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냄새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그 냄새의 정체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누나가 라면을 사와 끓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라면을 양은냄비의 펄펄 끓는 물 속에 넣는 순간, 저는 그 특이한 냄새가 바로 그 꼬불꼬불한 국수에서 나는 것임을 알아챘습니다. 첫 맛이 어땠을까요? 아주 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