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잣나무숲길, 충익사 나무, 의령천 물놀이

김훤주 2015. 8.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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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날씨가 절묘했습니다. 일기예보는 비가 쏟아진다느니 태풍이 불어닥친다느니 했지만 아침에는 살짝 흐렸다가 낮이 되면서 좀더 맑아졌습니다. 바깥에서 걷고 뛰고 노닐기 딱 좋은 날씨였던 것입니다. 


먼저 아이들과 더불어 잣나무숲길을 걸었습니다. 의령군 가례면 쪽에서 의령읍 쪽으로 의령천 물길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산책로입니다. 한가운데 우레탄이 깔려 있는데 5~6m 높이 잣나무가 양쪽에 심겨 있는 덕분에 햇볕을 받지 않으면서 걸을 수 있는 푹신한 길입니다.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천변 풍경도 나쁘지 않았지만 길 그 자체로만 봐도 썩 훌륭했습니다. 길섶에 나 있는 달개비·개망초·민들레 같은 풀들은 잣나무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회원한솔·샘동네·옹달샘·느티나무·어울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아이들은 뜀박질을 하기도 하고 가다가 멈춰서 길섶 풀들에 눈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한 뼘 달려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 손을 맞잡은 채 걸어가는 지역아동센터 한 선생님도 그늘이 사뭇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참 그럴듯하네요. 도대체 이런 길을 어떻게 찾아냈어요?" 



500m 남짓 이어지던 잣나무숲길이 끝나는 자리에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 구분 없이 우르르 몰려갑니다. 뛰어가면서 쿵쾅쿵쾅 내딛는 걸음에 가득 힘을 실었습니다. 


구름다리가 조금이라도 더 출렁거리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두 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굴러대는 아이들 덕분에 구름다리가 또 한 번 제대로 출렁댑니다. 


이렇게 웃음과 탄성이 터지는 옆에는 조심조심 발걸음도 있습니다. 살짝 무서운 기분이 드는 바람에 선생님 손을 잡은 조막손에 힘이 좀더 들어가기도 하지만, 얼굴에 웃음기는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서면 바로 충익사입니다. 충익사가 어떤 데냐 하는 설명은 타고오는 버스 안에서 마쳤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 최초 승전의 주인공 홍의장군 곽재우와 그 부하 장수들까지 열일곱 영령을 모시는 사당입니다. 


충익사 뜰은 나무가 참 좋습니다. 1978년 12월 22일 치른 충익사 준공식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도 참석했습니다. 그이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때 그이가 기념으로 심은 나무 선주목(누워 있지 않고 서 있는 주목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의령에서 가장 오래 된 모과나무입니다. 멋지게 솟아 있습니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참석한 때문인지 충익사 뜰을 조성할 때 의령에서 좋고 오래된 나무들을 많이 가져다 심었습니다. 감나무·모과나무·배롱나무·주목 등등이 그렇습니다. 이밖에 대나무도 그럴듯한 풍경을 안겨줍니다. 


간지럼 잘 타게 생긴 배롱나무도 멋집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를 헤집고 다니면서 아이들은 미션 수행을 했습니다. 충익사 뜨락 이런저런 나무 이름을 알아보고 그 특성이나 성질도 함께 새겨볼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아이와 자원봉사 선생님이 함께 풀어보는 것입니다. 



이윽고 의령 읍내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곧바로 의령천 물놀이장을 찾았습니다. 물이 깊이도 적당하고 넓이도 충분한 데다 위험해 보이는 구석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말씀을 따라 가볍게 준비운동을 한 다음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웃고 고함지르는 소리도 끊이지 않고 첨벙 텀벙 물소리도 제법 났습니다. 아이들과 물은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물은 깨끗합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물은 맑습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물은 쉽사리 더러워집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물과 썩 잘 어울리는 사이입니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면 더욱 더할 나위 없습니다. 한 아이가 물에서 바깥으로 걸어나오는데 추운 때문인지 입술이 파랗다 못해 거무죽죽합니다. 그러면 질릴만도 하련만 그늘을 벗어나 몸을 데우더니 곧바로 다시 물에 들어갑니다. 


이를 지켜보던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한 명이 "참 좋은 데를 골랐네요. 지리산 골짜기 들어가도 이만한 데 없어요" 했습니다. 물론 풍경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겠고 아이들 놀기가 그렇다는 얘기이겠지요. 



의령천 좋은 물가에서 생태 공부도 좀 하면서 지역아동센터 즐거운 아이들이 한나절 잘 놀고 돌아왔습니다.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주관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진행하는 토요동구밖교실 생태체험은 두산중공업이 지원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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