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지식공방).
우연히 이 책을 봤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자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책이다. 연합통신(현 연합뉴스)과 문화일보, 아시아투데이 등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일했던 김영인 기자가 썼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기자를 하고, 기자를 그만두면서 언젠가는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이 '촌지 이야기'였습니다. 기자들의 촌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라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당초 목표는 지난 세기인 20세기 과거사 위주였으나 21세기 현대사에도 촌지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뽑기' 또는 '추첨식'의 진화된 촌지까지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기자실 출장비는 어디서 만드나
2부 '기자'라는 단어를 한자로 쓰면?
3부 누드쇼 구경이 취재라고?
4부 21세기에 진화된 검찰총장의 '추첨식 촌지'
5부 성골기자, 진골기자, 평민기자 순이다.
제목만 봐도 한국사회의 기자실 기자단 문화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방 출장과 해외 취재를 핑계로 각종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이른바 '슈킹'(슈킨 集金의 일본말)과 콜(call)로 '낑'(촌지)를 끌어모으는 수법은 물론 어김없는 호화 술판과 성매매까지 이어지는 추악한 기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록하는 기자(記者)가 아니라 기자(欺者)가 되고, 기자(忌者)가 되며, 기자(棄者)까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자! 당신은 과연 기록하는 기자인가, 속여먹는 기자인가, 기피대상이 되는 기자인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기자인가?
책은 술술 읽힌다. '기레기'라는 가명의 기자를 내세워 그가 겪은 상황을 짤막짤막한 손바닥 소설처럼 풀어냈기 때문이다. 나도 한 시간 만에 읽어버렸다.
나도 지난 2007년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에서 지역신문 기자 사회의 촌지 실태를 고백한 바 있다. 김영인 기자의 이 책은 소위 '중앙지'라는 서울지역신문과 통신, 방송사 기자들의 촌지 실태를 까발린 책이다.
읽는 동안 내 얼굴이 후끈후끈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하지만 부끄러울수록 더 까발려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런 기자(棄者)놈들은 매장시켜야 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기자협회가 나서 기자윤리를 위반한 기자를 제명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자협회 회장과 임원들부터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추신 : 이 책에는 내가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 이야기도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부끄러운 사례가 아니라 좋은 사례로 소개된다. 그 결정을 할 때 내가 해당부서 데스크였다. 그때 정부의 500만 원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거나, 그걸 까발리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책에 시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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