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봄철만큼 여름에도 그럴 듯한 하동 십리벚꽃길

김훤주 2014. 6.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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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창원교통방송에서 썼던 원고입니다. 사람들이 봄에만 몰리는 하동 십리벚꽃길이, 여름에도 썩 괜찮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낭만도 누릴 수 있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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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6월 21일과 22일 이번 주말에는 기차여행을 준비해 봤습니다. 마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동에 가서 쌍계사를 둘러보고 십리벚꽃 길을 걷고 화개장터까지 구경한 다음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여행길입니다.

 

아침 9시 49분 마산역에서 경전선 열차를 타면 하동역에 11시 15분쯤이 됩니다. 도중에 중리 9시 56분 함안 10시 4분 반성 10시 22분 진주역 10시 32분을 거치니까 집에서 가까운 역에 나가 타시면 되겠습니다.

 

하동역 내린 뒤에는 하동역에서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하동버스터미널에서 11시 40분 버스를 타시면 쌍계사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쌍계사 들머리에 12시 30분 전후해서 도착합니다. 그런데 22일 일요일은 비가 오지 않고 흐리기만 하지만 21일 토요일에는 비가 오신다니 어쩌지요?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들.

 

걱정할 것 없습니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는다니까 맞으면서 걸으면 됩니다. 오히려 빗길이 더 큰 감흥을 안겨다 줄 때도 많답니다. 12시 30분 도착이니 쌍계사 들기 전에 점심부터 먼저 먹어야겠습니다. 쌍계석문 근처에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밥집들이 많으니 아무 데나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발길을 서둘러 쌍계사를 찾습니다. 쌍계사는, 아주 푸근하고 소박한 절간입니다. 대웅전 오른편에 자리잡은 마애불 천진한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고 문화유산이 적지도 않습니다. 따로 성보박물관을 갖추고 있을 정도니까요.

 

쌍계사로 가는 숲길.

 

 

신라 명필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대공탑비도 있고 구층석탑도 있고 앞에 말씀드린 마애불도 그럴 듯합니다. 이런 훌륭한 유물도 좋지만 대웅전을 둘러싼 흙담장에서 꽃무늬를 애써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옛적 사람들 좋아했음직한 소박한 솜씨로 기와를 갖고 해넣은 꽃무늬가 여럿 있습니다.

 

진감선사대공탑비.

 

구층석탑과 불두화.

 

그리고 구층석탑 아래 아름드리 굵은 나무 두 그루에도 눈길을 넌지시 한 번 던져볼만합니다. 길어야 100년밖에 못 버티는 존재인 사람으로서 이 나무들이 겪었을 1000년 안팎 세월을 헤아려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테니까 말씀입니다.

 

그런 다음 곧바로 돌아나와 화개천 싱싱하게 흐르는 냇물을 왼쪽에 두고 십리벚꽃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미 여름 날씨에 다다른 6월 중순에 마주하는 십리벚꽃길은 꽃으로 터널을 이루는 4월 초순과는 또다른 눈부심을 안겨줍니다.

 

 

4월에는 꽃잎의 화려함 덕분에 눈이 부셨다면 6월에는 잎사귀의 푸르름이 그렇게 만듭니다. 파랗게 물이 점점이 떨어져 온몸을 적시고 바닥까지 적실 것만 같습니다. 활짝 피어나 짙푸른빛을 띠는 잎사귀가 터널을 이뤘습니다.

 

해가 쨍쨍하면 온통 그늘 터널을 이루는데요, 그런 덕분에 비가 오는 날에도 여기 들어서면 빗방울이 그렇게 많이 들지를 않는 정도가 됩니다. 걷는 틈틈이 고개를 길 밖으로 돌리면 하동 명물 차밭 풍경이 펼쳐집니다. 연록색 찻잎은 눈맛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민들레 밭.

 

여기서 길러낸 갖은 차를 파는 분위기 좋은 찻집도 드문드문 마주칩니다. 자연경관에 스며들어 보일 듯 말 듯한 찻집도 있고 민망할 정도로 도드라진 찻집도 있습니다. 약초로 유명해져서 이제는 일부러 사람들이 키우는 민들레 밭도 보입니다.

 

찻집 '산유화'에서 바깥 풍경을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화개천이 십리벚꽃길과 동행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화개천은 씩씩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도로 쪽 사람 있는 데까지 뿜어올리고 있습니다. 화개천은 십리벚꽃길과 길동무처럼 편안하게 어우러지다가 화개장터 있는 지점에서 헤어져 섬진강으로 합류해 들어갑니다.

 

화개천.

 

화개장터는 아시는대로 가수 조영남 덕분에 유명해졌습니다. 노래를 듣고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화개장터를 찾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쩌구 하는 화개장이 현실에는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관광을 위한 상설장으로 꾸며져 있는데요, 예전 같은 장터 풍경은 볼 수 없지만 사람 북적대는 맛은 새롭습니다. 그래도 여기 나오는 푸성귀나 약초 같은 물건만큼은 제대로 관리가 돼서 죄다 하동산이라고 합니다.

 

거꾸로 되짚어 화개에서 하동읍내로 돌아나오는 버스는 4시 40분과 4시 45분과 5시 5분이 적당합니다. 이 버스를 타면 하동역에서 5시 58분 출발해서 마산역까지 가는 기차를 맞춰 탈 수 있습니다. 기차에서는 걷느라 노곤해진 몸을 의자에 기댄 채 눈을 붙이는 여유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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