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지금 마산 분리운동 무엇이 문제인가

김훤주 2013. 6. 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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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마산역 광장이 떠들썩하게 생겼습니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라는 단체가 통합 창원시에서 마산을 분리하는 운동을 벌인다면서 3만 명 동원을 목표 삼아 여기서 오후 5시부터 집회를 한다고 합니다.

 

MBC경남에서 24일 저녁에 월요일마다 방송하는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 나가서 이를 두고 한 마디 했습니다. 지금 분리운동이 과연 지역 주민들의 뜻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짚어보는 대목도 들어 있습니다.

 

1. 막연한 상실감과 피해의식에 기댄 마산 분리 운동

 

서수진 아나운서 : 요즘 달리는 자동차에서 선무 방송 비슷한 마이크 소리가 난데없이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울려퍼지고 있던데요?

 

 

김훤주 기자 : 제가 마산 내서 광려천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데요. 100m 가량 떨어진 높고 먼 데까지 들리더라고요. 마산 독립을 위해 25일 마산역 광장으로 모이자는 얘기입니다. 신경이 은근히 쓰이는 소음입니다.

 

진 : 교차로나 건널목 같이 왕래가 잦은 데도 플래카드가 붙어 있어요. 3·15의거나 10월 부마항쟁을 내걸면서, 마산의 잃어버린 7대 도시 영광을 되찾자는 식입니다.

 

주 : 2010년 통합 창원시 출범과 함께 이름도 사라지고 그 뒤 청사도 원래 합의와 달리 창원에 남고 야구장도 마산 아닌 진해에 새로 짓기로 하면서 생긴 피해의식 상실감에 터잡아 몇몇 단체들이 분리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진 : 그 반작용일까요? 7월 1일 통합 창원시 출범 3주년을 맞아 창원시민의 날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집니다. 2PM 이효리 홍진영 엠블렉 강진 걸스데이 박현빈 바비킴 씨크릿 나인뮤지스 등 인기 유명 가수들이 한꺼번에 오는 모양입니다.

 

2.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의 본모습과 포장술

 

주 : 갈등과 대결만 일으키다 결국 마산 사람들이 딴 살림 차리겠다는 상황에서 창원시가 이렇게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니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25일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 마산역 광장에서 벌이는 ‘마산 독립 쟁취와 불법 날치기 청사 처리 규탄 범마산인 궐기대회’도 문제가 있습니다.

 

진 : 무슨 문제가 있나요?

 

 

주 : 말씀대로 3·15의거나 4·19혁명, 10월부마항쟁 같은 마산의 역사적 사건을 내걸었지만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은 그런 민주주의 역사 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3·15의거기념사업회 등등 3·15관련 단체가 몇몇 들어 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기득권층이나 토호들과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 : 그래서인지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 마산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입에 올리는 까닭을 모르겠다는 반응은 있는 것 같아요.

 

주 : 이들은 그동안 행정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마산시장의 손발 노릇을 충실히 했을 뿐 지역 사회 민주주의나 주민 권익 신장은 가로막아온, 주민을 위한 목소리는 내지 않은 관변단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도 아니면 자기네 이익을 위해 모인 이익집단일 뿐입니다.

 

진 : 보기를 들자면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요?

 

주 : 며칠 전 단체 명의로 낸 신문 광고를 봤습니다. 새마을협의회 새마을부녀회협의회 이·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청소년선도위원회 자유총연맹 새마을문고 마산예술총연합회 바르게살기위원회 국민생활체육마산경호무술협의회 경찰서 방범연합회는 관변단체고요.

 

마산어린이집 분과 지회 학원연합회 자연보호협의회 공인중개사협의회 마산아구데이위원회 음식업중앙회지부 유흥음식업중앙회지부 단란음식업중앙회지부 마산자전거연합회 마산한의사협의회 노래연습장협회지부 마산요트협의회 대한가수협의회지부 등은 이익단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

 

진 : 관변단체고 이익단체라면 주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겠는데요? 그렇기는 해도 창원이 도시 이름과 시청사 소재지를 독식한 것은 분명 잘못이고 새 야구장 입지가 진해로 결정된 과정도 탐탁지는 않고요.

 

주 : 맞는 말씀입니다. 통합 창원시가 잘못했고, 그런 잘못을 두고 지역 사회 구성원은 누구라도 말과 생각과 행동을 자유롭게 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발언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진정성과 무게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진 : 그러면서 분리가 되면 마산의 명예도 되찾아지고 1970년대 전국 7대도시의 영광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지요.

 

 

주 : 전국 7대 도시의 영광이라는 것도 우스운 얘기입니다. 인구가 얼마나 많으냐 공장이 얼마나 많으냐 이런 것으로 따지는데요, 그런 데 따르기 마련인 노동자 인권 침해라든지 여성 노동자 성폭행과 성추행, 산재사고 따위, 그리고 심각한 환경오염ㅇ 얼마나 많았는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지요.

 

진 :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인데요, 이를 아울러 다 보지 않고 성장지상주의 관점에서 보는 편향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주 : 그런 7대 도시 같은 주장을 덜어내고 보면, 마산이 분리 독립하면 무엇이 어떻게 좋아진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진 : 알맹이는 없고 선동만 있는 격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 그런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4. 반성도 못하고 전망도 못 내놓는 까닭

 

주 : 첫째는 통합 이전 마산이 엉망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산시에 민선 시장은 김인규·황철곤 둘뿐인데 이 두 분이 많이 망쳐 먹었습니다. 김 시장은 두 번째 임기에 뇌물로 구속됐고 황 시장은 세 번째 임기 마친 뒤 구속됐습니다.

 

진 : 시의원이나 국회의원은요?

 

주 : 시의원들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권이나 이해관계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더욱이 시의원 가운데 한 사람이 시장개척단으로 외국에 나갔다가 룸살롱에서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바람에 문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못했습니다. 법정에서 심판을 받은 김호일 김정부 두 의원도 그랬고 지금 두 의원도 좋은 성과는 내놓지 못했습니다. 지금 마산 사람 대다수의 머리에 떠오르는 마산은 이런 옛 모습입니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6월 1일 모임에서 발언하는 안홍준 국회의원.(앞쪽 등이 보이는 사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하지만 그것은 당시 마산시장이나 해당 시의원 또는 국회의원의 문제이지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주 : 그렇게 마산시정을 주물러 온 단체장들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해온 단체지요. 이 단체의 주요 구성원들이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마산 지역 정치인들과 얽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게 전망을 제대로 못 내놓는 두 번째 까닭이라고 봅니다. 그런 모습이 무엇보다 뚜렷하게 드러났던 것이 STX조선기자재 공장 수정만 진입 사태였지요.

 

5. 황철곤 시장 위해 수정 주민 짓밟았던 사람들 

 

진 : 당시 마산시는 STX보다 앞장서서 공장 진입을 추진했어요.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고 왕복 2차로 도로만 건너도 바로 주택이 있는 그런 데다 소음과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공장을 들여세우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 : 그 때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몰아붙이는 황 시장을 위하던 단체가 마산발전범시민협의회였습니다. 당시 관변단체 대부분이 소속돼 있었는데요, 각종 궐기대회 규탄대회 기자회견에 나가 수정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했습니다. 2007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이어졌는데 결국은 주민 승리로 끝나기는 했습니다.

 

일제 악덕 지주 아래 같은 조선인 소작농을 괴롭혔던 마름 같은 관변단체였고 그러므로 잘못된 시정에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2008년 5월 14일 마산발전범시민협의회 집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우리 옛 속담이 떠오르네요.

 

주 : 그랬던 대부분이 단체 이름을 조금 바꿔 지금 마산 분리 운동을 하니까 당연히 대다수 사람들은 옛날 마산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진 : 통합 이전 마산시의 지방자치에 대한 반성도 없고 미래에 대해 제대로 된 전망도 없다는 정도로 요약이 되겠네요.

 

6. 마음 둘 곳 없어진 마산 사람들

 

주 : 지금 마산 사람들은 통합 청사를 마산에 두겠다는 약속을 어긴 창원 쪽 정치인들도 밉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산을 창원에서 떼어내 분리하겠다는 일부 마산 사람들 얘기에도 기꺼이 자기 마음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진 : 그런데 관변단체들만 마산 분리 운동을 벌이지는 않는 것 같던데요? 마산YMCA도 분리 운동에 나서 있는 줄 아는데요.

 

마산YMCA 5월 6일치 경남도민일보 광고.

 

주 :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고요, 그래서 마산살리기범시민협의회의 분리운동에 마산YMCA의 분리운동이 묻히는 느낌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는지 몰라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 :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른가요?

 

주 : 국회 입법을 통한 조속한 마산 분리 전략과 안홍준·이주영 두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기와 이 과정에서 주민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기대기라는 말이 거치적거린다면 압박이라 해도 되겠습니다.

 

사소한 점으로는 3·15나 10·18을 들먹이지 않고 7대도시 영광을 입에 올리지 않는 점이 다릅니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 대규모 대중 동원을 주요 수단으로 쓴다면 마산YMCA는 시민사회 연석회의 같은 것을 통한 합의 또는 협의를 방법론으로 제시한 것도 서로 다른 점입니다.

 

2009년 4월 3일 마산발전범시민협의회의 기자회견 장면. 자기네가 외부세력이면서, 외부세력 개입말라는 이상한 주장을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나저나 지금 이렇게 꼬여 있는 국면에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주 : 지금 이런 단체들의 분리 주장은 뜬 구름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마산 주민 의견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분리 운동 단체들은 주민 대부분이 분리에 찬성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주민들은 통합 이후 약속대로 되지 않아 불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분리해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분리한다 해도 더 좋아질 보장이 없고, 암담했던 옛날 마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론 조사도 좋고 설문 조사도 좋고 사회적 토론도 좋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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